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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르탄 이슈, 왜 한국에서만 ‘파동’ 됐나?- 대한고혈압학회 토의 세션 열어
  • 이상돈 기자
  • 승인 2018.12.24 16:56
  • 호수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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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르탄 이슈가 발생한 지 약 4개월이 지났다. 유럽의약국(EMA)이 중국산 발사르탄에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불순물 ‘N-니트로소디에틸아민(N-nitrosodiethylamine, NDEA)’이 확인돼 제품을 회수 중이라고 발표함에 따라,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관련 제품의 판매와 유통을 중지시켰다.지금까지 발사르탄 이슈에 대한 각국의 대처 상황을 점검해 보면 EMA는 ‘빠르게’,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천천히 신중하게’ 대처했다고 볼 수 있다. 식약처 또한 발사르탄 이슈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외국과 우리나라의 차이가 있다면, 국내에서는 발사르탄 이슈가 파동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등은 이번 문제에 대해 크게 동요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간단하게 끝날 수 있는 문제가 큰 불로 번졌다고 진단한다. 이에 대한고혈압학회는 발사르탄 파동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해 논의하고자 지난달 열린 ‘Hypertension Seoul 2018’에서 발사르탄 이슈에 관한 토의를 진행했다.

발사르탄 이슈가 국내에서 큰 문제로 떠올랐던 까닭은 ‘제네릭 의약품 난립’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비정상적으로 제네릭 의약품이 많아, 이른바 ‘제네릭 천국’으로 불린다. 발사르탄 이슈 후 리콜된 회사 및 품목 개수를 확인한 결과 영국 2곳, 미국 3곳, 캐나다 6곳 회사에서 각각 5개, 10개, 21개 품목이 문제가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76개 회사의 174개 품목이 회수됐다. 국내에서 허가된 발사르탄 성분 571개 제품 중 30%가 회수된 것이다.

국내에서 제네릭 의약품이 난립하게 된 배경은 2000년대 초반 시행된 의약분업에서 찾을 수 있다. 의약분업이 이뤄짐에 따라 대체조제할 수 있는 많은 제네릭 의약품이 필요했다. 하지만 당시 대체조제할 수 있는 제네릭 의약품 품목이 많지 않았고 인프라도 미비했던 상황. 이에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인정 품목 수를 확대해야 했고, 이로 인해 공동·위탁 생동성시험 제도가 국내에 도입됐다.

그런데 공동·위탁 생동성시험 제도 도입 후, 2002년 대비 2017년 직접 생동성시험을 실시한 품목이 191개에서 110개로 절반가량 줄었다. 반면 공동·위탁 생동성시험을 받은 품목은 각각 40개에서 515개로 약 1000% 크게 증가했다. 게다가 2012년 발사르탄 제네릭 공동 생동성시험을 진행한 제약회사의 제품들은 식약처 발사르탄 1차발표에서 판매 및 제조중지 품목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제네릭 의약품이 편향된 가격 우대 정책을 받은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정부가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을 지정하는 약가 통제국이다. 일본은 이를 통해 가격 경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으며, 제네릭 의약품 점유율도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약가통제에도 불구하고 제네릭 판매량뿐만 아니라 매출액 점유율도 높다. 경쟁원리와 무관하게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대 이형기 교수(임상약리학교실)는 “발사르탄 이슈는 턱없이 낮은 제네릭 의약품 진입장벽과 원료 품질관리를 보증할 수 있는 제도 미비, 제네릭 가격 우대 등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발사르탄 유사 사태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네릭 의약품의 품질보증을 위해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위탁·공동 생동 허용을 중지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제네릭 의약품에 상대적으로 고가의 약가를 보존해주는 제도 역시 수정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식약처의 안일한 관리·감독도 발사르탄 이슈를 크게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제네릭 의약품은 허가 전 양질의 고가원료를 사용하지만 허가 후에는 품질보장이 어려운 중국, 인도 등의 저가원료로 변경하는 상황이다. 이때 허가 후 원료선 변경 시 제제 특성만 보는 비교용출자료만 제출하면 된다.

까다롭게 의약품을 관리해야 함에도 서류만으로 원료선 변경이 가능해 제약사에서도 이를 악용하고 있는 실정인 것. 이형기 교수는 “원료선 변경은 서류만으로도 가능하다. 이에 많은 제약사가 하나의 의약품에 여러 개 원료선을 둔다”며 “한 원료의약품 회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회사로 옮길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FDA는 원료선 변경을 중요한 변화로 간주하고 반드시 사전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거의 모든 경우에 제조업체 실사를 진행하며, 현장에 방문해 원료가 제대로 공급되는지 직접 확인한다.

이는 비용절감을 이유로 2014년부터 완제의약품 및 원료의약품을 중국 또는 인도 등에 의존하면서 자체적으로 완제·원료의약품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비춰봤을 때 식약처도 완제·원료의약품 관리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서울대 약대 정진호 교수(위생화학·독성학)는 “완제·원료의약품에 포함된 불순물을 줄이기 위해 철저한 의약품 원료 국가관리 및 검사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형기 교수는 “원료의약품 제조업체의 현장 실사와 주기적인 정보갱신이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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