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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분비·심장학계가 바라보는 혈당강하제 처방전략
심장학계 “혈당조절에서 심혈관 종합관리로 패러다임 전환”

내분비학계 “임상특성 근거한 환자 중심 접근법이 대명제”
  • 이상돈 기자
  • 승인 2019.03.06 20:01
  • 호수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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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2형당뇨병 환자의 치료를 위한 혈당강하제 선택전략에 일대 변혁이 예고된 바 있다. 혈당강하제 선택에 있어 환자 중심의 접근법이라는 대명제가 옷을 갈아입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약세선택의 기준으로 중심에 놓여 있는 ‘환자특성’에 주요인자가 하나 추가되며 제2형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까지 주도하고 있다. 즉 약제선택 기준에 심혈관질환이라는 굵직한 인자가 공식적으로 개입된 것이다.

심혈관질환은 당뇨병 환자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존재다. 제2형당뇨병 환자 사망의 주된 원인이 대혈관합병증, 즉 심혈관질환이라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 고혈당 병태로 대변되는 당뇨병은 고혈압·이상지질혈증·비만 등의 심혈관 위험인자와 함께 혈관의 구조·기능적 손상을 야기해 궁극적으로는 대혈관 또는 미세혈관합병증을 유발한다. 특히 심혈관질환으로 불리는 대혈관합병증은 치명적 장애와 사망위험을 증가시키며 당뇨병을 가장 두려운 존재로 만든다.

가톨릭의대 윤건호 교수(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의 설명에 따르면, 제2형당뇨병은 혈관합병증 위험증가를 가속화시키는 존재다. 고혈당이 다른 심혈관 위험인자들과 동반이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고혈압·이상지질혈증·비만 등이 혈관의 구조·기능적 손상을 야기하는 시기에 고혈당도 함께 발생한다. 따라서 제2형당뇨병을 진단받은 시점에는 노화나 여타 심혈관 위험인자로 인한 혈관손상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여기에 고혈당까지 겹치면 심혈관질환(대혈관합병증) 위험이 더 증가 또는 가속화되는 것은 물론 혈관의 구조·기능적 손상을 되돌리기도 쉽지 않고 치료가 어렵다.

내분비학계의 변혁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유럽당뇨병연구학회(EASD)는 지난해 ‘제2형당뇨병 관리’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공동성명은 전통적으로 양 대륙 내분비학계의 당뇨병 가이드라인의 성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번 성명에는 당뇨병의 진단·예방·치료 등 모든 영역을 다뤘던 이전과 달리 당뇨병의 치료, 그것도 ‘혈당강하제 선택전략’에만 초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양 학회가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혈당강하제 선택기준과 관련해 큰 변화를 대동하고 나선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제2형당뇨병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서 혈당강하제 선택을 놓고 고민하는 임상의들에게 심장질환 또는 신장질환(대혈관 및 미세혈관합병증) 유무를 새로운 선택기준으로 고려하도록 권고했다.

변화의 여정

이러한 변화가 청천병력과 같은 급작스러운 움직임은 아니다. ADA와 EASD 입장에서는 지난 2014년 이후 보고된 임상연구, 특히 혈당강하제의 심혈관 아웃컴 연구인 CVOT(cardiovascular outcomes trials) 근거를 대거 반영해 혈당강하제 선택기준에 공식적으로 변화를 줬다.

특정 계열의 혈당강하제들이 CVOT에서 심혈관 안전성 뿐 아니라 임상혜택을 보고함에 따라 혈관합병증·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2차예방을 위한 새로운 전략적 선택을 소개한 것. 또한 혈당강하제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임상에 반영코자 한 계획을 시행에 옮긴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특히 SGLT-2억제제 엠파글리플로진과 같은 혈당강하제가 심혈관질환 병력의 제2형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예방약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받은 바 있어, 내분비학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ADA·EASD

먼저 양 학회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내놓은 주장을 유심히 따라가 보면, 혈당강하제 선택기준 변화의 배경과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학회 측은 “이전 공동성명에서는 △약제의 혈당강하 효과 △내약성 △안전성 등이 혈당강하제 선택 시에 고려해야 하는 주요인자였다”고 밝혔다. 여기에 환자 선호도, 다제약물요법, 부작용, 비용 등이 부가적 기준으로 자리한다. 지난 2015년 공동성명에서는 이러한 기준에 근거해 약제를 선택하도록 알고리듬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성명에서 양 학회는 “심혈관질환 병력자에서 사망률, 심부전 발생과 신장질환 진행 위험감소 혜택이라는 새로운 근거가 특정 계열 혈당강하제를 통해 보고됐다”며 “임상의들의 혈당강하제 선택 초기단계에서 심혈관질환 병력을 고려하도록 권고한다”고 밝혔다.

연이어 “이번 성명의 가장 주된 변화는 일부 SGLT-2억제제와 GLP-1수용체작용제 계열 내에서 심혈관사건 위험을 개선하고 심혈관질환·만성신장질환 환자의 심부전 발생 및 신장질환 진행이 감소했다는 새로운 근거에 기반한다”며 “당뇨병 치료의 초기선택 단계에서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심부전, 신장질환의 유무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학회는 이 같은 입장에 근거해 아래와 같은 권고안을 발표했다.

- ASCVD를 동반한 제2형당뇨병 환자에서 혈당관리 전략의 일환으로 심혈관 혜택을 입증받은 SGLT-2억제제 또는 GLP-1수용체작용제가 권고된다.

- ASCVD 병력의 제2형당뇨병 환자에서 심부전이 동반됐거나 위험이 울되는 경우 SGLT-2억제제가 권고된다.

- 심혈관질환 병력 또는 무병력에 제2형당뇨병과 만성신장질환을 동반한 환자의 경우, 만성신장질환 진행위험을 감소시킨 SGLT-2억제제의 사용을 고려한다. SGLT-2억제제가 금기 또는 선호되지 않는 경우 만성신장질환 진행위험 감소혜택이 입증된 GLP-1수용체작용제를 고려한다.

혈당강하제 손에 쥔 심장학계

현시점에서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 대목은 내분비학계에서 일고 있는 혈당강하제 선택전략의 변화바람에 심장학계가 동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니 심장학계는 여기서 더 나아가 제2형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까지 목소리를 내고 있어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심장학회(ACC)는 북미·유럽 내분비학계의 당뇨병 관련 공동성명이 발표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말 ‘제2형당뇨병·ASCVD 동반환자에서 심혈관 위험감소를 위한 신규요법’에 관한 전문가합의문(consensus statement)을 내놓았다. 합의문의 주요요지는 “심장학 임상의들이 ASCVD 병력의 제2형당뇨병 환자 치료 시에 심혈관 혜택이 입증된 혈당강하제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 제2형당뇨병 치료를 위한 혈당강하제 처방에 대해 심장학계가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심혈관질환 아우르는 혈당강하제

ADA와 EASD는 새 공동성명에서 제2형당뇨병의 치료목적을 명확히 한 바 있다. “제2형당뇨병 치료의 목적은 (혈관)합병증 발생을 예방하거나 지연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함"이라는 것. 또 이를 위해 혈당을 조절하고 심혈관 위험인자를 관리해야 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심장학계 또한 제2형당뇨병과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의 인과관계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ACC는 이번 전문가합의문에서 심혈관질환이 제2형당뇨병 환자의 합병증 이환 및 사망의 주된 원인이라는 점을 지적, “지난 20년간 제2형당뇨병 유병률은 증가한 반면, 이들 환자의 심혈관사건 위험증가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며 두 질환의 인과관계를 해결할 마땅한 비책이 없었음을 자인했다.

제2형당뇨병 치료 패러다임

하지만 이제 양상이 달라졌다. 심장학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제2형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2차예방을 직접 해결할 수 있는 혈당강하제가 등장했다. ACC는 “특정 SGLT-2억제제와 GLP-1수용체작용제에서 유의한 주요심혈관사건(MACE) 감소혜택이 확인됐다”며 "제2형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예방의 기회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ACC는 “제2형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 혜택을 입증받은 이들 신규 혈당강하제의 등장으로 제2형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이 큰 변화의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제2형당뇨병 환자의 치료가 혈당조절을 넘어서 종합적인 심혈관 위험감소 관리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것이다.

 

 

치료 선호도 따른 약제선택

이에 근거해 ACC는 임상에서 환자와 의사의 치료 선호도에 따라 특정 혈당강하제를 선택하도록 권고했다. 즉 △MACE와 심혈관사망 감소 △심부전 입원예방 △혈압강하 △경구투여제 등에 치료의 우선순위를 둔다면 SGLT-2억제제의 선택을 고려하도록 했다. 또한 △MACE와 심혈관사망 감소 △체중감소 △주1회 (피하주사) 용량 등이 선호되는 경우에는 SGLP-1수용체작용제를 선택하는 쪽으로 임상치료를 안내했다.

환자특성 근거 치료선택

최근 내분비와 심장학계가 내고 있는 목소리는 심혈관 임상혜택을 입증받은 특정 계열의 혈당강하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혈당강하제의 심혈관 임상혜택이 무조건적인 선택기준일 수는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가톨릭의대의 윤건호 교수는 ‘혈당강하제가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사망을 막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흑백논리식 결과론에 얽매이기 보다는 치료과정, 즉 환자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임상특성을 나타내는 제2형당뇨병 환자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이에 적합한 약제를 선택하는 것은 물론 환자들이 치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약물반응까지 고려해 순응도를 개선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제2형당뇨병은 병태생리기전, 이환기간, 연령, 성별, 동반질환, 심혈관질환 위험도 등에 따라 환자의 임상특성이 다변화돼 있는 것은 물론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과 궁극적인 합병증 예후도 제각각이다. 때문에 이렇듯 다양한 환자의 임상특성에 맞춰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합의가 모이고 있다.

ADA 또한 올해 새롭게 선보인 ‘당뇨병 관리 가이드라인’을 통해 전통적으로 강조돼 왔던 환자 중심 접근법을 다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ADA는 당뇨병의 다양한 유병특성에 근거해 혈당조절에 있어 ‘one-size-fits-all’ 방식의 획일적인 접근법 대신 혈당강하제의 부작용 위험(특히 저혈당증)과 환자의 연령·건강상태 및 여타 특성을 고려해 위험 대비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개별화 전략이 요구된다는 점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목표혈압 유동적 설정

먼저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라 혈당조절 목표치 또한 다양한 값을 적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렇다고 기준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ADA는 A1C 7%를 혈당조절 목표치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7% 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7% 미만조절이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환자의 특성에 따라 7%를 기준으로 강·약의 변화가 가능하다. ADA는 모든 당뇨병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7% 기준을 적용하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특정 지점을 하나의 잣대로 삼아 환자와 질환양상에 따라 보다 강하게 또는 덜 엄격하게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ADA는 혈당조절 목표치와 관련해 “저혈당증을 비롯해 여타 부작용 위험 없이 치료가 가능한 일부 선택적 환자군에게는 보다 엄격한 A1C 목표치를 적용, 6.5% 미만조절도 타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다 엄격한 치료에 적합한 환자군은 △짧은 당뇨병 이환기간 △장기간 기대수명 △심혈관질환 무병력자 △생활요법 또는 메트포르민으로만 치료받는 제2형당뇨병 환자 등을 포함한다. 또 보다 강력한 혈당조절과 달리 “△중증 저혈당증 병력 △제한된 기대수명 △미세혈관·대혈관합병증 진행 △광범위한 동반질환 △혈당조절이 어려운 장기간 이환 환자 등에게는 완화된 A1C 목표치로 8% 미만조절을 적용할 수도 있다(B)”며 환자특성에 따른 맞춤형 접근법을 제시했다.

약제선택 알고리듬

ADA는 새 가이드라인에서 심혈관질환 병력에 따라 특정 계열 혈당강하제를 선택하도록 권고했지만, 이는 여러 선택기준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심혈관질환 병력 외에도 저혈증당증과 체중증가 위험, 그리고 비용 등을 선택기준으로 제시하며 환자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약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2차선택

세부항목별 혈당강하제 선택기준은 2차선택부터 제시된다. 예를 들어 심혈관질환 병력의 환자에게는 SGLT-2억제제와 GLP-1수용체작용제가 우선 선택이다. 저혈당증 위험을 최소화시킬 필요가 최우선인 환자에게는 DPP-4억제제, GLP-1수용체작용제, SGLT-2억제제, 티아졸리딘디온계(TZD) 등이 2차선택으로 권고됐다.

또한 체중증가를 최소화시키거나 체중감소를 유도해야 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체중감소 효과가 우수한 GLP-1수용체작용 또는 SGLT-2억제제가 병용선택으로 이름을 올렸다. 비용이 주된 이슈로 작용하는 경우에는 설폰요소제와 티아졸리딘디온계가 주된 선택으로 자리하는 식이다. 최종적으로 2제요법에도 실패해 치료강화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인슐린을 비롯한 여타 계열 약제를 추가해 3제요법에 돌입하도록 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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