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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반응 다른 동아시아인…항혈소판요법 차별화해야”- 한·중·일 심장학 전문가, 동아시아인 항혈소판요법 권고
  • 이상돈 기자
  • 승인 2019.04.10 18:50
  • 호수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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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혈전치료, 특히 항혈소판요법에 대한 약물반응에 있어 서양인과 아시아인 사이에 차이를 보인다는 ‘동아시아인 패러독스(East Asian Paradox)’에 대한 주장이 학술적 토론을 넘어서 임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란 동아시아인을 항혈소판요법으로 치료할 경우, 서양인과 예후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주장이다. 특히 서양인 대비 출혈위험이 높다는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의학자에 의해 처음 추장된 이 가설이 학계에서 점차 설득력을 얻으면서, 한·중·일 심장학 전문가들이 동아시아인에게 항혈소판요법을 적용할 경우 어떻게 차별화 전략을 구사해야 할 지에 대해 권고안을 내놓았다.

항혈소판요법

지난해 저널 Science Bulletin에는 ‘동아시아인 항혈소판요법에 관한 전문가 합의문 업데이트’ 제목의 성명이 게재됐다. 한국, 중국, 일본의 심장학 전문가들이 동아시아인 환자의 유병특성에 맞춘 항혈소판제 치료전략을 권고한 것.

구체적으로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또는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의 동아시아인 환자에게 출혈위험을 최소화하면서 특화된 항혈소판제 치료전략을 적용하도록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를 처음 제기한 정영훈(창원경상대병원) 교수를 비롯해 정명호(전남대병원), 김효수(서울대병원) 교수 등 세계적인 심장학 석학들이 참여했다.

출혈위험

동아시아인 환자만을 위한 항혈소판요법을 따로 제시한 까닭은 동아시아인과 서양인 항혈소판요법의 위험 대비 혜택이 차이를 보인다는 동아시아인 패러독스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같은 항혈소판요법이라도 동아시아인이 서양인보다 출혈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한·중·일 심장학자들은 “동아시아인과 서양인 사이에서 관찰되는 항혈소판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의 차이에 학계의 관심이 증폭돼 왔다”며 합의문의 배경을 밝혔다. 특히 “서양인 대비 동아시아인에서 혈전과 출혈의 위험도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근거가 축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항혈전치료 시에 동아시아인 환자에서 서양인과 비교해 죽상혈전증의 이환 및 사망위험(특히 관상동맥질환)은 낮으면서도 출혈위험은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더불어 심장학자들은 이들 인종에서 위장관출혈과 뇌출혈 위험이 증가한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합의문에서는 이 같은 유병특성 및 약물반응의 차이에 근거해 동아시아인에서 △P2Y12억제제의 사용 △강력한 P2Y12억제제의 적정용량 △P2Y12억제제 간 스위칭 전략 △위장관출혈 예방법 △이중항혈소판요법(DAPT) 기간 등에 관한 권고안을 제시했다.

동아시아인에서 P2Y12억제제의 적용

- 선택적 PCI 대상 또는 만성기의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인 동아시아인 환자에서 DAPT 약제의 선택은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의 병용이 타당하다.

- 동아시아인 ACS 환자(뇌졸중 병력, 고령, 저체중, 출혈재발)에게 강력한 P2Y12억제제의 표준용량을 사용할 경우, 출혈위험 증가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먼저 안정형 협심증 또는 안정화된 ACS 환자에서 PCI 이후 DAPT 치료전략으로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 병용요법을 추천했다. 이는 급성 심근경색증 의심 환자 4만 5852명을 대상으로 한 COMMIT 연구를 근거로 한다. 연구에서 클로피도그렐(75mg)을 복용한 환자는 위약군보다 사망, 재경색(reinfarction), 뇌졸중 발생위험이 9%(P=0.002) 감소됐으며, 주요출혈 위험(0.58% vs 0.55%, P=0.59)은 증가하지 않았다.

다만 ACS 환자에게 티카그렐러, 프라수그렐 등 강력한 P2Y12억제제 표준용량 사용 시에는 출혈위험을 주의를 기울이도록 당부했다. 이들 P2Y12억제제의 출혈위험은 국내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KAMIR-NIH 연구에서 주요출혈(BARC 2 이상) 위험이 프라수그렐군에서 8.0% 증가해 클로피도그렐군(3.1%)보다 높았다(Thromb Haemost 2018; 118: 591-600).

강력한 P2Y12억제제의 용량

- 동아시아인 ACS 환자에게 강력한 P2Y12억제제를 사용할 경우, 위험 대비 혜택 프로파일을 고려해 저용량(특히 프라수그렐) 선택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ACS 환자에게 강력한 P2Y12억제제를 투약할 경우 저용량(특히 프라수그렐) 사용을 권고했다. 저용량 요법을 통해 출혈위험을 피한 상태에서 보다 우수한 심혈관 혜택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PCI를 시행한 일본인 ACS 환자 1363명을 대상으로 한 PRASFIT-ACS 연구에 의하면, 저용량 프라수그렐 복용군은 표준용량 클로피도그렐 복용군과 비교해 주요심혈관사건 위험이 23% 더 낮았다(HR 0.77, 95% CI 0.56-1.07). 또한 출혈사건 발생률은 각각 1.9% 대 2.2%로 유사했다.

P2Y12억제제 스위칭 전략

- 동아시아인 ACS 환자에서 불내약성(출혈 또는 호흡곤란)으로 인해 강력한 P2Y12억제제 치료를 중단해야 할 경우에는 클로피도그렐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동아시아인 ACS 환자에서 P2Y12억제제 치료에 실패했을 경우 약제 간 스위칭 전략에 대해서도 권고했는데 출혈, 호흡곤란 등으로 강력한 P2Y12억제제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경우에 클로피도그렐 경구 부하용량 사용 후 클로피도그렐 복용으로 전환하도록 권장했다. CAPITAL OPTI-CROSS 연구에 따르면, 티카그렐러에서 클로피도그렐로 전환하기에 앞서 클로피도그렐 경구 부하용량을 사용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와 비교해 고혈소판활성도(HPR)가 의미 있게 감소했다.

위장관출혈 예방

- 동아시아인 환자에게 DAPT 적용 시에 위장관출혈 병력 또는 위장관출혈 위험증가 환자에게는 프로톤펌프억제제(PPIs)를 사용해야 한다.

- 동아시아인에서 항혈소판요법의 적용 시에는 위장관출혈 위험이 낮은 환자일지라도 항궤양제(PPIs 또는 H2수용체길항제)의 사용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DAPT 적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위장관출혈 예방법도 명시했다. DAPT 치료를 받는 동아시아인 환자 중 위장관출혈 경험이 있거나 출혈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프로펌프억제제(PPI) 사용을 주문한 것. 위장관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군에는 쇼크상태 또는 심부전, ACS 급성단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흡연자, 1일 아스피린 100mg 초과, 항응고제·스테로이드·비스테로이드성항염증제 병용군 등이 포함됐다. 또한 위장관출혈 위험이 낮은 환자에서도 PPI나 H2수용체길항제 등 항궤양제를 항혈소판제 치료 중에 사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DAPT 기간

- 안정형 관상동맥질환인(stable CAD) 동아시아인 환자에서 약물용출스텐트(DES) 삽입 후 DAPT 치료기간은 6개월로 권고한다.

- 동아시아인의 ACS 환자에서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후 12개월의 DAPT 기간이 타당하다.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12개월 이상의 치료도 허혈사건 재발예방을 위해 유용할 수 있다.

- 출혈 고위험군 또는 장기간 DAPT 치료에 불내약성을 보이는 환자에게는 DAPT 기간을 줄이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출혈위험을 고려한 DAPT 기간은 6개월에서 12개월, 또는 더 짧거나 긴 치료를 제시했다. 먼저 안정형 관상동맥질환 환자에게는 DES 시술 후 DAPT를 6개월간 지속하도록 추천했다. 반면 ACS 환자에게는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후 DAPT를 12개월간 지속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특히 고위험군은 허혈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DAPT 기간을 선택적으로 12개월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고 명시했다. 고위험군에는 심근경색증 과거력, 당뇨병, 만성 신장질환, 다혈관질환, 복합 중재술을 또는 생체 흡수형 스텐트 시술 환자 등이 포함됐다. 다만 출혈위험이 높거나 장기간 DAPT가 어려운 환자는 DAPT 기간 단축을 고려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전문가 견해는…

이번 합의문 작업에 참여한 경상의대 정영훈 교수(창원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는 DAPT 기간과 관련해 “근거 연구가 아직 부족해 세부적인 기간을 명시하는 것은 어러운 문제”라며 “다만 DAPT를 1년 이상 장기간 지속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PPIs 사용에 대해 정 교수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DAPT 치료환자 중 PPIs 사용률이 절반도 안 된다”며 “의사들이 PPI 처방혜택을 잘 모르거나, 처방 약 개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부담으로 기존의 처방 패턴을 고수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장관출혈을 예방하기위해 가능하면 H2수용체길항제를 같이 처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문을 통해 모든 환자에게 똑같은 치료를 적용하는 것은 최선의 치료 전략이 아니라는 점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또한 환자의 임상혜택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치료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차후 새로운 권고안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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