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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인 패러독스’ 임상 항혈전치료에 영향
한·중·일 심장학 전문가, 아시아인 위한 항혈소판요법 권고

 아시아인에서 NOAC 혜택과 안전성 우수
  • 이상돈 기자
  • 승인 2019.04.10 18:45
  • 호수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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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항혈소판요법이라도 서양인과 동아시아인의 유효성 및 안전성 프로파일이 다르다.” 심장학계에서 ‘동아시아인 패러독스(East Asian Paradox)’ 가설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 심장학 임상의학자인 정영훈 교수(창원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가 처음 제기한 것으로 아시아 지역·인종에서 항혈소판제에 대한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인데, 이를 지지하는 근거가 쌓이면서 학술적 논의를 넘어서 임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유수의 저널 Science Bulletin에는 ‘동아시아인 항혈소판요법에 관한 전문가 합의문’ 제목의 성명이 게재됐다. 한국, 중국, 일본의 심장학 전문가들이 동아시아의 환자의 유병특성에 맞춘 항혈소판제 치료전략을 권고하고 나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또는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대상인 동아시아인 환자에게 출혈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특화된 항혈소판제 치료전략을 적용하도록 권고안을 제시했다. 동아시아인 환자만을 위한 항혈소판요법을 따로 제시한 까닭은 동아시아인과 서양인 항혈소판요법의 위험 대비 혜택이 차이를 보인다는 동아시아인 패러독스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같은 항혈소판요법을 쓰더라도 동아시아인이 서양인보다 출혈위험이 높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중·일 심장학자들은 “동아시아인과 서양인 사이에서 관찰되는 항혈소판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의 차이에 대해 학계의 관심이 증폭돼 왔다”며 합의문 제시의 배경을 밝혔다. 특히 “서양인 대비 동아시아인에서 혈전과 출혈의 위험도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근거가 축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지역·인종 위한 항혈소판요법

동아시아인 패러독스 가설을 임상에까지 적용하면 실제 진료현장에서 사용하는 항혈소판요법에도 맞춤선택이 불가피하다. 동아시아 지역 전문가들은 안정형 관상동맥질환(협심증) 또는 안정화된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에게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이후 이중항혈소판요법(DAPT)으로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을 병용하도록 추천했다. 보다 강력한 항혈소판 응집 억제효과의 P2Y12억제제들이 있지만, 출혈위험을 고려해 클로피도그렐을 권고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동아시아인 ACS 환자에게 강력한 P2Y12억제제를 사용할 경우에는 위험 대비 혜택 프로파일을 고려해 저용량을 선택하도록 가이드를 제시했다. 저용량 요법을 통해 출혈위험을 피한 상태에서 보다 우수한 심혈관 혜택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아시아인에게 DAPT 적용 시에 위장관출혈 경험 또는 위험증가 환자에게 프로톤펌프억제제(PPIs)를 사용하도록 권고한 것도 주목된다. 심장학 전문가들은 “동아시아인에서 항혈소판요법을 적용하는 경우 위장관출혈 위험이 낮은 환자일지라도 항궤양제(PPIs 또는 H2수용체길항제)의 사용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며 출혈위험 증가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당부했다.

출혈위험을 고려한 DAPT 기간은 6개월에서 12개월, 또는 더 짧거나 긴 치료를 제시했다. 먼저 안정형 관상동맥질환 환자에게는 약물용출스텐트(DES) 시술 후 DAPT를 6개월간 지속하도록 추천했다. 반면 ACS 환자에게는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후 DAPT를 12개월간 지속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특히 고위험군은 허혈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DAPT 기간을 선택적으로 12개월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다만 출혈위험이 높거나 장기간 DAPT치료가 어려운 환자는 기간단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뇌졸중 유병특성도 달라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는 뇌졸중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인종의 뇌졸중 유병특성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서양인 대비 아시아인 뇌졸중 환자의 차이점은 3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두개내 죽상동맥경화증(intracranial atherosclerosis)·소혈관질환(small vessel disease)·출혈성(intracranial hemorrhage) 병태생리의 뇌졸중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두개강내혈관의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한 뇌졸중 또는 열공성 뇌경색과 같이 소혈관이 막히는 뇌졸중의 비중이 높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의 환자에서는 뇌출혈 위험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데, 아시아인에서 출혈성 뇌졸중 위험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열공성 뇌경색과 같은 소혈관질환 뇌졸중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져 항혈소판치료를 어렵게 만든다.

때문에 아시아인의 뇌졸중 유병특성에 부합하는 항혈소판제 선택의 요구가 계속됐고, 대안으로 신규 계열의 실로스타졸이 거론돼 왔다. 울산의대 김종성 교수(서울아산병원 신경과)의 논문에 따르면, 아시아인 뇌졸중 유병특성을 고려할 때 이들에게 적합한 차별화된 항혈소판제 전략이 요구된다. “소혈관질환 특성 뇌졸중의 경우 고혈압에 의한 혈관내피세포기능 악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실로스타졸과 같이 혈관내피세포기능 안정화 효과를 갖춘 항혈소판제의 혜택이 크다”는 설명이다.

아시아인 뇌졸중 환자에서 실로스타졸의 2차예방 효과는 PICASSO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우리나라 연구진이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뇌출혈 위험성이 높은 허혈성 뇌졸중 환자를 실로스타졸로 치료한 결과, 전통적인 아스피린 치료에 비해 뇌졸중 재발위험을 우수하게 줄였다.

울산의대 권순억 교수(서울아산병원 신경과)가 주도한 PICASSO 연구의 최종결과에 따르면, 실로스타졸은 출혈 고위험 뇌졸중 환자의 뇌출혈 위험감소 경향과 함께 전체 뇌졸중 위험을 아스피린 대비 유의하게 더 낮췄다. 출혈위험이 높은 뇌졸중 환자 치료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출혈성 뇌졸중은 아스피린과 비교해 49%까지 낮추며 상대위험도 감소경향을 보였다. 이에 따라 뇌졸중 예방의 핵심전략인 항혈소판요법을 선택할 때는 인종과 지역 유병특성에 근거해 맞춤·차별화 전략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시아인에게 NOAC이란…

아시아인에서 항혈전치료의 출혈위험을 고려할 때 비비타민 K 길항제 경구용 항응고제(NOAC)의 역할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우선 아시아인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도가 서양인 대비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만 양밍의대 Chern-En Chiang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CHA₂DS₂-VASc 점수가 같아도 아시아인에서 뇌졸중 위험도가 높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스웨덴, 대만, 홍콩의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뇌졸중 위험도를 평가한 연구들을 비교한 결과를 보고했다. CHA₂DS₂-VASc 점수에 따른 뇌졸중 위험도를 비교한 결과, 0점에서 뇌졸중 위험이 스웨덴 0.2%·대만 1.1%·홍콩 2.4%였다. 1점에서는 각각 0.6%·1.7%·6.6%, 2점에서 2.2%·3.2%·7.8%, 3점에서 3.2%·4.2%·9.6%, 4점에서 4.8%·5.8%·11.6%, 5점에서 7.2%·6.6%·12.7%로 나타났다. 즉 중증도가 높을수록 아시아인에서 뇌졸중 위험이 더 컸다.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척도 상 같은 고위험군이라 해도 아시아인의 발생빈도가 훨씬 높다. CHA₂DS₂-VASc 점수가 2점 이상인 아시아 고령 환자 중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뇌졸중 위험이 8.2배인 반면, 비아시아인은 3.7배 정도다.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한 NOAC의 대규모 임상연구에서도 CHADS₂ 점수는 아시아인과 비아시아인이 비슷하지만, 뇌졸중 위험은 아시아인이 휠씬 높았다.

아시아인 심방세동 환자를 보면 와파린 치료 시의 두개내출혈 위험이 와파린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14배가량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서양인의 경우 2.27배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큰 차이다. 또한 NOAC과 관련된 주요 임상연구들의 하위분석 결과를 보면, INR이 2~3 범위로 적절히 조절되는 경우가 훨씬 적었다. 중요한 것은 INR이 2~3 사이에 들어와 있는 환자일지라도 주요출혈 및 뇌졸중, 전신색전증 발생률이 아시아인에서 휠씬 더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아시아 심방세동 환자에서 이상적인 INR 범위가 비아시아인에 비해 더 좁을 수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NOAC의 인종 간 유효성과 안전성 차이도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이슈다. 최근에는 NOAC 임상연구를 기반으로 아시아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NOAC 주요 임상을 분석한 연구(Int J Cardiol 2015)에서 와파린을 투여받은 아시아 환자들의 뇌졸중 및 전신성 색전증, 주요출혈 위험을 평가한 결과 비아시아인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 및 전신성 색전증 절대위험도 감소율을 비교했을 때 비아시아 환자에서 다비가트란 150mg은 0.42%, 다비가트란 110mg은 0.11%, 리바록사반 20mg은 0.26%, 아픽사반 5mg은 0.26%, 에독사반 60mg은 0.18% 감소한데 비해 아시아 환자에서는 각각 1.67%, 0.56%, 0.75%, 0.87%, 0.82% 감소해 격차를 보였다.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에서는 약물별 차이는 있었지만 아시아 환자에서 위험감소 폭이 컸다. 특히 출혈성 뇌졸중의 경우 전체 NOAC군에서 2배 이상 효과의 차이를 보였다. 이와 함께 주요출혈, 두개내출혈 위험도 아시아 환자군에서 유의하게 낮았다.

아시아에서 조금 더 범위를 좁혀 국내 NOAC 사용에 대한 자료도 발표되고 있다. 전남의대 이기홍 교수(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는 “한국인의 NOAC 사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뇌졸중 발생률은 와파린 투여군과 유사했지만 주요출혈에서 혜택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CHA₂DS₂-VASc 점수를 보정한 결과 신장기능이상 유무에 상관없이 NOAC군에서 뇌졸중 위험이 전체 22% 감소했다”며 아시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가 국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시아인에서 NOAC의 혜택을 보여준 대표적인 연구로는 메타분석을 꼽을 수 있다(Stroke 2015). 대만 국립양밍의대 Kang-Ling Wang 교수팀은 “일본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리바록사반 임상인 J-ROCKET AF 연구에서는 인종, 체중, 신장기능에 따라 용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전의 관찰연구들에서도 비타민 K 길항제(VKA, 와파린 등)보다 NOAC이 아시아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에 선호도를 보인 것으로 보고됐다”며 연구의 배경을 설명다.

연구에서는 2009년 1월부터 2014년 7월까지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NOAC과 VKA를 비교한 연구 중 500명 이상의 아시아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와 안전성을 1년 이상 추적관찰한 결과들을 선정했고, 아시아 환자에서 NOAC의 효과 및 안전성 차이를 평가했다.

표준용량 NOAC군과 VKA군을 분석한 결과, NOAC군이 VKA군 대비 아시아 및 비아시아 환자 모두에서 뇌졸중 및 전신성 색전증 예방효과를 보였다. 단 아시아 환자에서는 관련 위험도가 35% 감소했고(OR 0.65, P<0.001), 비아시아 환자에서는 15% 감소해(OR 0.85, P<0.001) 아시아인에서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P interaction=0.045). 이 외 허혈성 뇌졸중, 심근경색증,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등에서 인종에 따른 차이는 없었다(각각 P=0.673, P=0.977, P=0.219). 주요출혈 위험도 모든 환자에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시아인에서 더 낮았다. 아시아 환자의 주요출혈 위험은 43% 낮았고(OR 0.57, P<0.001), 비아시아 환자에서는 11% 감소했다(OR 0.89, P=0.143).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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