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혈압계, 대체주자로 충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혈압계는 수은혈압계를 대체할 수 있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캐나다고혈압학회는 진동법(oscillometric) 자동혈압계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제시하기도 했다. ESC·ESH 역시 수은혈압계를 반자동혈압계로 대체해야 한다고 적시했고, 국제고혈압학회·미국고혈압학회(ISH·ASH)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자동혈압계가 재현 가능한 측정값을 제시하면서도 측정자의 편견이나 측정기술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ESC 심장학임상위원회는 “일부 반자동 전자혈압계는 가정혈압뿐만 아니라 일부 임상시험에도 적용되고 있고, 반자동 전자혈압계에서 나타나는 백의효과도 거의 없다”며 자동혈압계가 수은혈압계를 대체할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뒀다.

한양의대 신진호 교수(한양대병원 심장내과) 역시 이와 같은 의견을 내비쳤다. 신 교수는 “진동법 전자혈압계도 정확성에서 조금 뒤떨어지지만, 일관되게 정확한 수치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고혈압 영역의 한 획을 그은 SPRINT 연구에서도 진동법 자동혈압계를 사용했다.

신 교수는 “국내에서도 수은혈압계를 대체할 수 있는 전자혈압계 선정을 위한 연구 등 혈압계 대체를 위한 대비는 돼 있다”고 말했다. 수은을 압력계로 이용하지 않고 전자로 대체한 기계를 사용하면 된다는 것.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에서도 수은주혈압계는 검증된 비수은혈압계로 대체할 것을 권고하며 다양한 전자식 압력계를 활용한 비수은혈압계가 검증돼 시판되고 있다고 밝혔다. 압력계의 오차에 대해서는 “실제 임상에서 사용하는데 있어서는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청진법’이 핵심이다

문제는 임상현장에서 대부분의 의사들이 청진법을 사용해 혈압을 측정하고 있고, 진동법 자동혈압계보다 의사가 직접 측정한다는 측면에서 정확하고 환자의 신뢰도가 높다는 점이다. 압력계를 차치하더라도 진동법 자동혈압계가 부정확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물론 새로 출시되고 있는 진동식 자동혈압계의 경우 거의 혈압오차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의료용과 비의료용 자동혈압계가 혼재돼 사용되고 있어 자동혈압게의 부정확성에 대한 인식은 유지될 전망이다. 결국 청진법이 차후에도 혈압측정의 핵심으로 역할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ACC·AHA) 2017년 가이드라인에서 청진법을 ‘적정한 혈압측정 기술’로 제시하면서 수축기·이완기혈압을 측정, 결졍할 것을 권고한 내용은 여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단 신 교수는 “청진법을 활용하는 이상 의사들의 혈압측정 기술에 대한 근거를 구축해야 한다”고 과제를 밝혔다. 청진법 역시 정확성을 확인하는 절차 및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혈압측정 환경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에서도 비수은혈압계를 언급하며 준비단계에서 표준적인 측정과정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고, 위팔은 심장높이에 위치시키며, 최소한 5분간 안정되고 편안한 상태를 취한다음 여러 번 혈압을 측정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설명한다.

ACC·AHA 가이드라인에서도 혈압측정 전 5분 이상 의자에 기대어 앉아 편안한 상태가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혈압측정 30분 전에는 카페인, 운동, 흡연은 피하고, 측정 전 쉬는 시간과 측정시간 중 말을 하지 않도록 했다. 또 측정 시 테이블에 기대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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