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정의

미국 보건당국이 지원한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전통적 목표혈압 대비 수축기혈압 120mmHg 미만조절의 심혈관 임상혜택이 명백히 드러나면서, 학계는 이 과학적이고 혁신적인 근거를 임상에 적용할 것이냐에 대해 열띤 논의에 돌입했다.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는 지난해 말 최종담판 결과를 내놓으며 빠르고 공격적인 혈압치료의 기조로 방향타를 틀었다.

우선 혈압 130~139/80~89mmHg 구간을 고혈압 1단계로 정의, 130/80mmHg 이상부터 고혈압으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했다. 고혈압 환자의 심혈관질환 1·2차예방을 위해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목표혈압도 낮췄다. 고혈압을 보다 앞서 진단해 조기에 치료함으로써 심혈관질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130/80 vs 140/90mmHg

이와 동시에 우리나라 학계에도 숙제가 하나 떨어졌다. 미국이 고혈압 치료와 관련해 혁신행 기차를 출발시킴에 따라, 여기에 동승할 것이냐 아니면 독자적인 노선을 고수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이 시작된 것. 지난해 말 美 학계가 던진 고혈압 관련 화두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이자 최종적인 답변이 최근 발표된 ‘2018년 고혈압 진료지침’이다.

학회 측은 우리나라 환자의 고혈압 유병특성과 임상·관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술 권고안을 만들어냈다. 미국이 “이제 고혈압은 130/80mmHg 이상부터”라는 입장이었다면, 우리나라는 “고혈압은 일관되게 140/90mmHg 이상부터”라는 주장을 고수했다.

학회는 지침에서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엄격한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에서 약물치료의 효과가 입증된 역치 이상의 혈압’으로 고혈압을 정의했다.

더 나아가 앞서 언급된 항고혈압제 치료효과가 입증된 혈압수치를 140/90mmHg 이상으로 결론지으며, 이 구간을 고혈압 경계치로 고수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결정이었지만, 고혈압 진단기준을 엄격하게 낮췄을 경우 환자 수의 급증과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파장을 고려한 판단으로 여겨진다.

혈압측정법에 따른 고혈압 진단기준

학회는 고혈압 진단기준과 관련해 “진료현장에서 약물치료가 꼭 필요한 기준혈압으로서 치료효과에 대한 근거가 더욱 분명해진 140/90mmHg을 제시한다”며 전통적 기준에 더 힘을 실었다.

이상의 고혈압 진단기준은 기존 방식으로 진료실에서 측정된 혈압값에 근거한 것으로, 혈압측정 방법에 따라 고혈압의 진단기준은 조금씩 차이를 나타낸다.

새 고혈압 진료지침에 따르면, 진료실혈압에 기반한 진단기준은 140/90mmHg 이상인 반면, 가정혈압을 적용했을 경우에는 135/85mmHg 이상일 때부터 고혈압으로 진단할 수 있다.

24시간활동혈압의 경우에도 차이를 보이는데 일일 평균혈압은 130/80mmHg, 주간 평균혈압 135/85mmHg, 야간 평균혈압은 120/70mmHg 이상일 때 고혈압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또한 진료실에서 기존의 수은혈압계로 측정한 경우가 아니고 자동혈압계를 사용했을 때에는 135/85mmHg 이상부터 진단내릴 수 있도록 했다. 진료실 자동혈압계 측정 시에 백의효과(white-coat effects)를 배제할 수 있다는 점에 근거한 결정으로 보인다.

혈압분류

혈압의 분류는 고혈압 1기를 140~150 /90~99mmHg, 2기는 160/100mmHg 이상으로 정의해 140/90mmHg 이상부터 고혈압으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했다. 여타 혈압분류는 정상혈압 120/80mmHg 미만, 주의혈압 120~129/80mmHg 미만, 고혈압전단계 130~139/80~89mmHg, 수축기단독고혈압 140mmHg 이상/90mmHg 미만으로 제시했다.

2013년판에서는 고혈압전단계 1기(120~129/80~84)와 2기(130~139 /85~89mmHg)로 분류했던 것이 2018년판에서는 주의혈압과 고혈압전단계로 세분했다.

한편 ACC·AHA는 지난해 새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통해 정상혈압(＜120/80mmHg), 상승혈압(120~129/＜80mmHg), 고혈압 1단계 (130~139/80~89mmHg), 고혈압 2단계(≥140/90mmHg)로 혈압분류 표를 제시했다. 반면 유럽은 우리나라와 같이 140/90mmHg 이상부터 고혈압으로 진단할 수 있도록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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