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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관리의 난제 혈압 변동성널뛰는 혈압이 정확한 진단과 일관된 치료 어렵게 해
  • 이상돈 기자
  • 승인 2019.07.31 10:57
  • 호수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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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年中)·연일(連日) 널을 뛰는 혈압이 고혈압 관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혈압 변동성(Blood Pressure Variability)을 두고 회자되는 말이다. 계절과 기후는 물론 하루 중에도 내·외적 요인에 의해 높고 낮음을 반복하는 혈압수치가 고혈압 관리의 최대 난제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는 것.

외부환경이나 내적요인의 변화에 대응하는 자연스러운 체내 보상반응일 수도 있겠으나, 이 또한 과하면 혈압관리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혈압 변동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환자일수록, 즉 혈압의 변화가 잦고 변동 폭이 클수록 환자의 정확한 혈압측정값을 산출해 반영하기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고혈압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거나 정상 또는 위험단계의 환자를 고혈압으로 진단해 과잉진료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하루 중 아침(朝)·주간(晝)·야간(夜)으로 쉬지 않고 정상치와 경계치를 넘나드는 혈압 변동성 병태생리의 고혈압 환자도 문제다. 항고혈압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특정시점의 혈압조절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자들은 항고혈압제 복용시기와 작용시간에 따라 아침이든 야간이든, 또는 주간이든 치료효과(혈압조절)가 유지되지 못하는 사각시점(死角時點)에 노출될 수 있다.

때문에 혈압 변동성으로 야기될 수 있는 고혈압 진단·치료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여럿 제시되고 있다. 첫째 고혈압 진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혈압측정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둘째로 치료 취약시점과 관련해서는 긴 반감기를 갖춰 24시간 혈압조절이 가능한 지속형 항고혈압제를 적용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혈압 변동성

“환자에게 말을 걸거나 갑자기 쳐다보는 행동, 갑작스러운 소음, 길거리에 마차가 지나가는 소리, 먼 곳에서 들려오는 외침 등 사소한 자극만으로도 혈압을 증가시킬 수 있다. 간단한 기구를 환자의 몸에 갖다 대는 것만으로도 일시적인 혈압상승이 야기된다.”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형태의 혈압측정계를 개발한 이탈리아의 의사 리바-로찌(Scipione Riva-Rocci)가 한 말이다. 외부의 자극 또는 환경에 따라 혈압이 급변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혈압이 신체 내·외부적 상황에 따라 다변한다는 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지돼 왔다. 잠자리에 들 때와 일어났을 때의 혈압이 다르게 나타나며 조변석개(朝變夕改)한다는 것, 일중(daily)은 물론 계절에 따라서도 혈압의 높고 낮음이 변덕을 부린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24시간활동혈압(Ambulatory Blood Pressure)을 측정해보면, 이 같은 현상을 아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혈압 변동성이 고혈압 환자의 예후, 즉 심혈관사건 위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와 함께 변동성 자체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전략도 논의되고 있다.

고혈압 병태의 다변화

혈압 변동성은 다양한 병태생리의 고혈압을 양산하기도 한다. 하루 중 특정시점에 혈압상승이 관찰되는 병태로 백의(white-coat)·가면(masked) 고혈압, 야간(nocturnal) 혈압상승, 아침(morning) 고혈압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같은 병태의 고혈압 환자들은 정확한 진단과 일관된 혈압조절이 더욱 어렵다.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혈압측정으로 고혈압이 오진될 경우, 항고혈압제를 투여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에게 불필요한 약물치료가 이뤄지게 된다.

역으로 고혈압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면 정말 필요한 환자에게 항고혈압제 치료가 배제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항고혈압제 치료를 한다 해도 약제특성에 따라 특정시간 대의 혈압상승까지 모두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

가면 고혈압

가면 고혈압은 진료실에서 의사가 측정한 혈압은 정상수치인데, 병원 밖 일상생활 권역 또는 시간에서는 140/90mmHg를 넘는 병태로 엄연히 고혈압이다. 진료실혈압은 정상인데 가정혈압이나 활동혈압은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진료실 측정에만 의존하면 고혈압 진단을 놓치거나 치료에도 혈압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고 있는 환자를 방치하게 된다.

진료실 소견만으로는 혈압이 정상이거나 제대로 조절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기 쉬운데, 정작 이 환자들은 일상 대부분의 시간을 고혈압으로 지내는 것이다. 특히 치료를 받고 있다 해도 진료실 방문시간에 맞춰 약물을 복용할 경우, 예후평가는 더욱 어려워지고 더 많은 혈압조절 취약시점에 노출되게 된다.

이 경우 고혈압의 진행이 계속돼 표적장기손상이 악화되고 최종적으로는 심혈관사건 발생을 앞당기는 최악의 결과가 초래된다. 특히 가면 고혈압은 혈압이 잘 조절되는 경우나 백의 고혈압에 비해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침 고혈압

대한고혈압학회 ‘혈압 모니터 지침’에 따르면, 아침고혈압은 “기상 후 혈압이 135/85 mmHg 이상이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 2시간 이내의 혈압은 그 이하일 때”로 정의한다. 아침 기상시점에 혈압이 급상승하거나 수면 중 혈압이 떨어지는 않는 상태(non-dipper)가 아침까지 지속되는 병태다.

특히 아침 고혈압이 뇌졸중 발생의 강력한 독립인자이며 심장비대·경동맥비대 등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일본 지치의과대학 Kazuomi Kario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아침 기상 후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와 비교해 뇌졸중 위험이 2.7배나 높다(Circulation 2003;107:1401-1406).

Non-dipper & Riser

잠자리에 들었을 때는 생체안정 상태에 돌입해 혈압이 안전한 수준까지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야간·수면 시에 이러한 상태에서 안정을 취하는 경우를 ‘Dipper’라고 부른다. 이에 반해 혈압이 떨어지지 않거나(Non-dipper), 오히려 상승하는 경우(Riser)도 존재한다.

이러한 고혈압 환자에서도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게 나타난다. 대한고혈압학회 혈압 모니터 지침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 중 주간혈압 대비 야간혈압의 감소가 10% 미만인 ‘Non-dipper’에서는 10% 이상 감소하는 ‘Dipper’와 비교해 사망·심근경색증·뇌졸중 등과 같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3배나 높다.

Kario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서도 야간·수면 중 혈압이 떨어지는 ‘Dipper’와 비교해 오히려 상승하는 ‘Riser’의 뇌졸중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Hypertension 2001;38:852-857). 또 다른 연구에서는 좌심실박출량 보존 심부전 환자에서 생체리듬주기(circadian rhythm) 혼선에 따라 수면 중 혈압이 상승하는 경우(Riser)의 심혈관사건 위험이 혈압이 떨어지거나(Dipper) 상대적으로 더 많이 떨어지는 환자(Extreme dipper)와 비교해 유의하게 높았다(Circ J 2017;81:220-226).

“다양한 혈압측정 방식 적용해야”

이렇듯 고혈압의 다양한 병태는 진단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영역과 장시간 치료해야 한다는 부담을 야기한다. 이와 관련해 대한고혈압학회 혈압 모니터 지침에는 혈압 변동성에 따른 고혈압 진단 및 치료의 어려움과 함께 이를 극복하는 방안이 제시돼 있다.

“고혈압 치료의 시작은 혈압을 재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혈압의 변동성과 △고혈압 유형의 다변화를 고려할 때 진료실 이외의 자가혈압, 활동혈압, 야간혈압, 아침혈압 등 다양한 혈압측정이 요구된다.” 대한고혈압학회는 혈압 모니터 지침에서 혈압측정과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고혈압 치료에 있어 정확한 혈압측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학회는 “제대로 측정되지 못한 혈압은 단순히 부정확한 혈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치료와 부적절한 관리를 초래해 고혈압 환자 뿐 아니라 정상인의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고혈압 치료의 시작은 정확한 혈압측정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먼저 학회 측은 “혈압분류가 단순화되는 반면, 고혈압의 종류는 다양해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정확히 진단하고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진료실 혈압측정만으로는 역부족인 시대가 됐다”며 혈압측정법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진료실에서의 한·두 차례 측정치만 가지고는 진단과 치료가 온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자가혈압, 활동혈압, 야간혈압, 아침혈압 등 다양한 혈압측정이 요구된다는 것이 지침의 결론이다.

자동혈압측정체계

2020년 진료실에서 수은혈압계가 퇴출되는 현실 앞에서 진료실 혈압측정체계를 기존의 의사가 개입하는 아날로그 방식에서 자동혈압측정체계의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의사의 영향을 최대한 배제한 상태에서 기계식으로 여러 번 측정한 값을 토대로 혈압수치를 선택하자는 취지다.

최근의 SPRINT 연구에서 사용된 방식이 대표적인데, 이를 진료현장에 적용하면 백의효과의 간섭을 줄일 수 있어 현재의 시스템과 비교해 수축기혈압이 5mmHg까지 더 낮게 측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정혈압 & 활동혈압

진료실혈압만으로는 정확한 고혈압의 진단에 한계가 있는 만큼, 가정혈압이나 활동혈압을 임상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백의·가면·아침 고혈압과 야간 혈압상승 등을 관찰하려면 가정혈압이나 24시간활동혈압이 아니고는 방법이 없다.

대한고혈압학회도 2018년 고혈압 진료지침을 통해 “고혈압, 백의 고혈압, 가면 고혈압을 진단하고 예후를 예측하기 위해 가정혈압(권고등급 I, 근거수준 A)을 권고하며 활동혈압(IIa, A)을 고려하도록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혈압조절은 24시간 계속돼야” 

정확하고 다양한 방식의 혈압측정을 통해 여러 병태의 고혈압을 잡아냈다면, 다음은 각각의 고혈압이 나타내는 유병특성을 어떻게 치료하느냐의 문제와 직면하게 된다. 혈압 변동성에 의해 하루 중 곳곳에 산재해 있는 혈압상승의 시기를 지속적으로 모두 공략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고혈압 환자의 치료 시에 24시간의 혈압상승 중 아침·주간·야간의 어느 하나라도 놓치면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위험을 줄이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합의된 견해다. 즉 항고혈압제 단독 또는 복합제 하나로 다음 복용 때가지 조(朝)·주(晝)·야(夜)에 이르는 모든 시간대의 혈압상승을 끌어 내리고 이를 유지할 수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혈압치료라 일컬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혈압 변동성을 고려해 다음 약물복용까지의 24시간을 총체적으로 강력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강압할 수 있는 항고혈압제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여기에 혈압 변동성을 치료타깃으로 공략할 수 있는 기전을 갖췄다면 금상첨화다. 현단계에서 혈압 변동성을 줄이고 장시간 지속적인 혈압조절이 가능한 계열로는 레닌안지오텐신계(RAAS)억제제와 칼슘길항제(CCB), 티아지드 유사 이뇨제 정도가 꼽히고 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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