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혈관질환의 예방이 가능한 시대, 즉 혈관을 지킬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혈관이 망가져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지는 시점을 인지할 수만 있다면, 이때부터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혈관건강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혈관변성 진행을 차단해 심혈관질환 위험까지 사전에 막는 것이 가능하다.

저명한 심장학 임상의학자인 울산의대 이철환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는 고혈압 치료를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점을 피력했다. 고혈압에서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성과 심혈관질환 위험증가가 시작되는 시점이 130/80mmhg부터라는 점을 강조, 이 구간부터 조기에 경고음을 울리고 적극적인 혈압조절을 적용해 남은 일생의 심혈관질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 교수는 조기에 이뤄지는 고혈압의 진단과 치료에 더해 강력하고 지속적인 혈압조절을 심혈관질환 예방의 필수전략으로 제시했다.

Q. 고혈압의 정의에 대한 견해는?

고혈압은 질환보다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혈압이 어느 지점에 다다르면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좋겠다. 때문에 고혈압의 경계치 역시 위험도, 즉 심혈관질환 위험이 상승하는 지점에서부터 정의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유럽과 우리나라가 140/90mmHg를 택한 반면 미국학계는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상승하기 시작하는 130/80mmHg 구간으로 고혈압을 앞당겨 정의하고, 이 때부터 선택적으로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했다.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로서의 고혈압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진단과 치료를 되도록 앞당겨 남은 일생의 심혈관사건 발생위험을 사전에 차단 또는 예방하는 게 좋겠다는 미국 쪽의 판단에 동의한다.

Q. 혈압 130/80mmHg가 갖는 의미는?

100만명 이상의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혈압 115/75mmHg 이상부터 심혈관질환 위험이 상승하기 시작해 130/80mmHg 이후부터는 정상혈압에 비해 2배 이상 위험도가 증가한다. 이 지점부터 심혈관질환 위험이 본격적으로 상승곡선을 탄다. 2배 이상 위험도가 상승하기 시작하는 이 지점을 고혈압으로 규정해 조기에 혈압관리에 대한 경고신호를 보내고자 한 것이 미국 쪽의 의도였다.

또 다른 연구를 보면, 완만하던 혈압의 변화가 수축기혈압 130mmHg 이후부터는 급격한 상승곡선을 이룬다. 130mmHg부터 청룡열차를 타기 시작한다는 것인데, 이 지점부터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성이 발생해 비가역적으로 변해 간다고 볼 수 있다.

이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130/80mmHg 이상부터 고혈압으로 정의하고 보다 빨리 혈압관리를 시작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 믿는다. 130/80mmhg 이상부터 무조건적으로 약물치료를 시작하자는 것은 아니다. 심혈관질환 위험도의 높고 낮음에 따라 생활요법(저위험군) 또는 항고혈압제 치료(고위험군)를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Q. 치료의 강도, 즉 목표혈압은?

순응도와 내약성만 담보된다면, 다시 말해 환자들이 치료를 잘 견딜수만 있다면 혈압조절은 강하면 강할수록 심혈관질환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SPRINT 연구가 이를 잘 증명해줬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들의 수축기혈압을 120mmHg 수준으로 조절해 표준치료 대비 사망률을 낮출 수 있었다. 물론 부작용 위험도 있었지만, 1~2%로 진료현장에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강력한 혈압조절에 불내약성을 보이는 극소수 환자들은 치료의 강도를 낮추고, 나머지 대부분의 환자들에게는 강력한 혈압조절을 적용하는 것이 더 많은 인명을 구하는 길이라 생각된다. 일부에서 SPRINT 연구에 적용됐던 자동혈압측정시스템을 비판하기도 하는데, 정확한 혈압측정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백의현상의 개입을 막을 수 있는 자동혈압측정체계의 임상도입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여겨진다. 여기에 가정혈압과 24시간활동혈압 또한 진료실혈압의 보완수단으로 적재적소에 활용하면 혈압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Q. 강력한 혈압조절에 더 보완돼야 할 점이 있다면?

지속적인 혈압조절이다. 실제로 아침(기상 시)의 혈압상승은 심근경색증이나 뇌졸중 등 급성 혈관질환의 위험증가와 연관돼 있다는 보고가 많다. 특히 이러한 아침시간 대의 혈압상승은 레닌·안지오텐신시스템(RAS)의 활성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간(수면 시)의 혈압이 주간 대비 10~20% 가량 떨어지지 않거나(non-dipper) 오히려 상승하는 경우(riser)에도 정상적으로 혈압이 떨어지는 dipper와 비교해 혈관사건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혈압상승이 하루 24시간 중 곳곳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반감기가 짧은 항고혈압제로는 하루 1회 복용으로 아침 고혈압이나 야간 혈압상승까지 지속적으로 커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아침 혈압상승까지 안정적으로 일관되게 조절하기 위해서는 반감기가 길어 24시간 혈압조절이 가능한 장기 지속형 항고혈압제의 선택에 무게가 실린다.

긴 반감기를 갖춘 칼슘길항제(CCB) 암로디핀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여기에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또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로 대표되는 RAS억제제 계열 역시 AT1수용체에 강하게 결합하고 늦게 분리되는 지속형 제제를 선택하면 혈압조절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순응도 개선의 측면에서 항고혈압제 고정용량 병용요법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데, 여러 계열 가운데 CCB와 ARB의 조합이 명확한 임상근거를 기반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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