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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당뇨병 잡으려면…인슐린저항성·분비능 개선제 모두 투입해야
  • 이상돈 기자
  • 승인 2019.10.08 15:57
  • 호수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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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의 병태생리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루트만을 공략하는 단일기전·단독약제로는 원하는 만큼의 혈압조절을 달성하기 힘들다.” 고혈압 치료의 대전제로 불리고 있는 이 명제는 고혈당, 즉 제2형당뇨병의 치료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제2형당뇨병의 발생기전이 다양한 만큼, 다방면의 병태생리를 공략할 수 있는 다양한 약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제2형당뇨병 환자의 경우에는 대표적인 발생원인으로 작용하는 인슐린저항성과 인슐린분비능저하 모두가 문제라는 것이 최근의 관찰결과다. 때문에 제2형당뇨병의 치료에 있어 인슐린분비능과 함께 인슐린저항성을 개선하는 약제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의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제2형당뇨병 병태생리

제2형당뇨병은 인슐린저항성과 인슐린분비능저하를 중심으로 매우 다양한 발병루트를 갖고 있다. 학계에서는 당뇨병의 발생원인으로 ‘공포의 8중주(ominous octect)’라는 가설이 널리 인정받고 있다. △뇌 신경전달물질 기능장애 △췌장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장애 △췌장 알파세포에서 글루카곤 분비증가 △간에서 포도당 생성증가 △장에서 인크레틴 효과감소 △근육에서 포도당 흡수감소 △지방조직에서 포도당 흡수감소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 증가 등 8개 루트를 통해 당뇨병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환자들이 상당히 광범위한 스펙트럼에서 다양한 특성을 나타낸다. 당뇨병 이환기간, 연령, 성별, 동반질환, 심혈관질환 위험도 등에 따라 환자마다 임상특성이 다변화돼 있는 것은 물론 치료반응과 합병증 예후도 제각각이다. 이렇게 다양한 패턴의 환자들에게 하나의 단일기준을 일괄적용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다. 최근의 당뇨병 가이드라인은 혈당조절에 있어 ‘one-size-fits-all’ 방식의 획일적인 접근법 대신 혈당강하제의 부작용 위험(특히 저혈당증)과 환자의 연령·건강상태 및 여타 특성을 고려해 위험 대비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개별화 전략을 주장해 왔다.

한국인 유병특성

특히 한국인 제2형당뇨병 환자의 경우 서양인과 비교해 차별화되는 병태생리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제2형당뇨병의 유병특성과 관련해 서울의대 박경수 교수(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가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에 보고한 연구논문이 국내외 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인슐린저항성과 인슐린분비능저하 모두가 용의자로 지목되는 한국인, 더 나아가 아시아인의 당뇨병 유병특성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슐린저항성 & 분비능

박 교수팀은 10년 추적·관찰연구를 통해 한국인에서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해 고혈당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에도(인슐린저항성), 이를 보상하는 기전으로 인슐린을 계속 공급해야 할 췌장 베타세포기능 또한 제 역할을 하지 못함에 따라(인슐린분비능저하) 제2형당뇨병이 발생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궁극적으로는 인슐린저항성에 대한 보상작용으로 베타세포기능이 증대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기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인슐린저항성과 함께 베타세포기능부전(인슐린분비능저하)을 한국인 제2형당뇨병 발생의 주된 원인으로 꼽은 것이다.

저항성 올라가는데, 분비능은 낮아

연구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정상혈당을 유지한 경우와 당뇨병으로 진행된 각각의 환자군에서 인슐린분비능과 저항성의 변화를 비교·분석한 대목이다. 우선 당뇨병 발생그룹은 정상혈당 그룹과 비교해 처음부터 인슐린분비능과 민감도가 각각 38%와 17%씩 낮았다. 특히 10년 동안 인슐린민감도는 64%나 감소한 반면 인슐린분비능은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인슐린이 제기능을 못해 당을 흡수하지 못할 경우 이에 대한 보상작용으로 인슐린분비능이 계속 증가돼야 하는데, 베타세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다시 말해 인슐린저항성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를 상쇄할 만큼의 인슐린 분비를 늘리지 못해 제2형당뇨병이 발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반해 정상혈당 그룹에서는 10년 동안 인슐린민감도가 27% 감소한 데 대한 보상으로 인슐린분비능은 70%나 증가했다.

한국인 약물치료

박 교수팀의 연구를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제2형당뇨병 환자에서 인슐린저항성과 인슐린분비능저하 모두가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 결과를 임상현장에 그대로 적용하면, 제2형당뇨병의 치료에 있어 이들 두 가지 루트를 모두 공략해야 한다는 숙제와 직면하게 된다.

다행히도 현재 사용 가능한 혈당강하제 계열은 크게 두 가지 기전으로 나눌 수 있다. 인슐린분비능을 촉진하는 쪽에 설폰요소제와 GLP-1제제(DPP-4억제제, GLP-1수용체작용제)가 있다면, 인슐린저항성을 개선시켜 혈당을 조절하는 약제로는 메트포르민, 티아졸리딘디온계 등이 대표적이다.

PEAM 연구

결국 우리나라 제2형당뇨병 환자의 치료 시에 이들 양대산맥의 약제들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들 약물의 혈당조절 효과를 비교·분석한 결과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한 혈당강하제 1차치료 임상시험으로 불리는 PEAM 연구가 그 주인공이다.

제2형당뇨병 환자의 1차치료 전략에 대한 다기관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로 해외에 UKPDS가 있다면, 국내에는 PEAM 연구(Diabetes & Metabolism Journal 2011)가 있다. 비비만형과 비만형 당뇨병 환자가 절반씩 포함된 한국인을 대상으로 설폰요소제, 메트포르민, 티아졸리딘디온계의 혈당조절 효과를 비교한 결과다. 연구에서는 세 약제 모두 유의한 혈당조절 효과가 확인됐다.

한국인의 당뇨병 유병특성을 고려해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국내 연구진이 진행한 최초의 다기관·이중맹검·무작위 임상연구로,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들의 초기선택에 어떤 약제가 적합한지를 비교·검증하고자 했다. 국내 15개 대학병원에서 경구 혈당강하제 치료경험이 없는 당뇨병 환자들을 1년간(2007~2008년) 세 가지 계열의 약제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치료·관찰했다.

만 30세 이상 65세 미만으로 당화혈색소(A1C)가 6.5%를 초과하고 9.5% 이하인 신규 제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설폰요소제(118명), 메트포르민(114명), 티아졸리딘디온계(117명)를 각각 투여했다. 연구종료 시점에서 A1C는 설폰요소제(-0.89±0.76%), 메트포르민(-0.92±0.96%), 티아졸리딘디온계(-0.82±0.79%) 그룹 모두에서 기저시점 대비 유의한 감소효과를 나타냈다.

다양한 약제선택 보장

현대의학은 이제 당뇨병의 공격루트를 미리 짚어내고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과 기술을 갖추고 있다. 과거 메트포르민(포도당 생성↓, 인슐린민감도↑)이나 설폰요소제(인슐린분비↑), 인슐린 정도로 약제의 선택이 제한적이었다면 이제는 티아졸리딘디온계(인슐린민감도↑), 알파글루코시다제억제제(탄수화물 소화·흡수 지연), GLP-1수용체작용제 & DPP-4 억제제(인슐린분비↑, 글루카곤분비↓), SGLT-2억제제(신장 당 재흡수↓) 등이 무기고를 가득 채우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임상특성(중증도, 연령, 체중, 저혈당증 위험, 인슐린 분비능, 인슐린 저항성, 심혈관 위험인자 등)을 고려해 적합한 약제를 골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진료현장에서 심혈관 위험인자는 물론 인슐린분비능과 저항성을 측정해 환자의 임상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약제를 선택해 치료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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