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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용시기 갈수록 빨라져우리나라는 “단독 후 또는 중증에만”
  • 이상돈 기자
  • 승인 2019.10.08 15:46
  • 호수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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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항고혈압제 병용요법 적용의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중증 고혈압이나 단독치료 실패 환자에게 병용요법을 적용하도록 기존 패턴을 고수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는 결국 140/90mmHg 단계에서부터 병용요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선택의 시기를 앞당기고 있는 것이 추세다. 특히 병용요법의 적용에 있어 순응도를 강조하며 여러 성분을 하나의 정제에 혼합한 단일제형 복합제(single pill combination, SPC)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우리나라 고혈압학계는 여전히 단독요법으로 목표혈압 도달이 어렵거나 처음부터 2기 고혈압 단계에서 이환된 중증 환자에게 병용요법을 적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ESC·ESH

유럽심장학회(ESC)와 고혈압학회(ESH)는 지난해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발표, 항고혈압제 치료전략의 일대전환을 도모했다. 우선 혈압 목표치를 기존보다 낮추면서 처음부터 강력한 혈압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 이어, 이 같은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 항고혈압제 치료의 시기를 앞당기고 강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양 학회는 가이드라인에서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을 초치료 전략으로 시행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2013년 가이드라인의 경우 베이스라인에서 높은 혈압을 보이면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있는 환자에서 2제 병용요법을 고려하도록 했다면, 2018년 가이드라인에서는 대부분의 환자에게 2제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했다.

특히 순응도를 고려해 단일제형 복합제(single pill combination, SPC) 적용을 우선 선택하도록 당부한 것이 주목된다.

RAS억제제·CCB·이뇨제 조합

항고혈압제 1차치료를 2제 병용요법으로 시작하도록 권고하면서도 약물조합의 선택은 3개 계열로 묶었다.

2제 병용조합으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나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인 RAS억제제와 칼슘길항제(CCB) 또는 RAS억제제와 이뇨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ACC·AHA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는 이보다 앞서 발표한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세부적인 디테일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역시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적용시기가 이전보다 앞당겨지는 길을 택했다. 양 학회는 이전과 달리 130/80mmHg 이상부터 고혈압으로 진단할 수 있도록 정의를 바꾸고, 목표혈압도 전반적으로 130/80mmHg 미만에 맞추도록 젼화를 줬다.

이렇다 보니 기존의 1기 고혈압 단계였던 140/90mmHg 이상 구간이 2기 고혈압으로 격상됐는데, 바로 이 지점부터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결국 미국의 가이드라인을 임상에 그대로 적용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고혈압 1기에서부터 병용요법을 적용해도 되는 것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고혈압 정의기준으로 140/90mmHg 구간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해 유럽보다 앞서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선보였는데, 병용요법의 시기와 강도에 있어서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학회는 고혈압약 선택의 원칙과 관련해 “혈압이 160/100mmHg 이상이거나 목표혈압보다 20/10mmHg 이상 높은 고위험군에서 강압효과를 극대화하고 혈압을 빠르게 조절하기 위해 처음부터 항고혈압제를 병용투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140/90mmHg 이상부터는 항고혈압제 단독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하고, 목표혈압 도달에 실패하면 병용으로 전환한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이와 동시에 학회는 “2가지 이상의 약제성분이 단일제형에 포함된 단일제형 복합제(single pill combination) 또는 고정용량 복합제(fixed dose combination)는 항고혈압제에 대한 순응도를 향상시키고 기존의 병용요법에 비해 우월한 치료결과를 얻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병용요법 적용 시 SPC의 선택에 힘을 실었다.

맞춤치료

우리나라가 병용요법의 선택에 있어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는 맞춤치료에서 원인을 유추해볼 수 있다.

대한고혈압학회 이상장을 역임한 서울의대 김철호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과 “고혈압의 병태생리가 다양하게 발현되고 최근 등장한 신규약제들은 단독으로도 강력한 강압력을 담보하는 만큼 전체 고혈압 환자에게 무조건적으로 처음부터 병용요법 또는 복합제를 일괄적용토록 하는 것은 맞춤치료의 취지에 어긋날 수도 있다”며 단독과 병용의 맞춤선택을 강조했다.

왜 병용요법인가?

SPRINT 연구에서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혈압을 평균 121.4mmHg까지 강하시켜 140mmHg 미만 조절에 비해 궁극적인 임상혜택(심혈관사건)을 개선할 수 있었다. 혈압에서도 ‘the lower, the better’ 전략의 타당성을 입증한 것이다.

그런데 이 연구에는 주목해 볼 만한 전략적 대목이 있다. 바로 혈압을 낮추기 위해 얼마나 많은 항고혈압제를 사용했느냐다. 120mmHg 미만을 목표로 하는 집중 혈압조절군의 경우, 평균 3개의 항고혈압제를 사용했다. 140mmHg 미만을 목표로 하는 표준치료군 역시 혈압강하에 사용된 항고혈압제가 평균 2개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치료 항고혈압제 수가 2개인 경우는 집중과 표준조절군에서 각각 30.5%와 33.3%, 3개는 31.8%와 17.2%, 4개 이상인 경우는 24.3%와 6.9%에 달했다. 집중조절군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환자가 2개 이상의 항고혈압제로 치료받은 것이다. 혈압을 더 낮추기(the lower) 위해서는, 더 많은 항고혈압제(the more)가 필요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the more, the lower

최근 고혈압 치료에 있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명제 중 하나는 “한 가지 루트만 표적으로 공략하는 항고혈압제 단일요법으로는 혈압을 정상화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고혈압학회(ASH)는 지난 2013년 이 같은 명제를 내세워 ‘고혈압 환자에서 병용요법’ 제목의 권고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단일요법으로는 고혈압 환자의 혈압 목표치 도달이 어려운 만큼 적절한 병용요법이 이뤄져야 하며, 병용과 복합제 선택 시 약물 간 상호보완 효과가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ASH가 인용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354개의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RCT)을 분석한 결과 단일성분 항고혈압제의 평균 강압효과는 9.1/5.5mmHg에 불과했다.

이는 베타차단제, 이뇨제, ACEI, ARB, CCB 모두를 봐도 큰 차이가 없었다. 발병기전만큼 다양한 항고혈압제 항고혈압제 치료에 있어 '하나보다 둘이 좋다'는 명제는 단순히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까지 병태생리학적 측면에서 고혈압 발생의 다양한 경로(physiological pathways)들이 밝혀졌다. 이를 기반으로 각각의 루트를 공략하는 새로운 계열의 항고혈압제가 탄생할 수 있었다. 차별화된 기전을 통해 질환의 원인이 되는 여러 표적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병용요법은 고혈압과 심혈관합병증 증가를 막는 데 필수적인 전략이다. ASH는 “고혈압 환자의 75% 이상에서 혈압 목표치 달성을 위해 병용요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유효성·안전성·순응도↑

항고혈압제의 병용은 단일요법과 비교해 혈압강하력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서로 차별화된 기전을 통해 혈압상승의 원인이 되는 다른 타깃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ASH는 “일반적으로 상호보완 작용이 있는 계열의 약물을 병용할 경우 단일약제의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에 비해 5배 정도의 강압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전반적인 내약성의 개선 역시 병용약물을 선택하는 데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약제를 늘리면 부작용 위험이 상승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약제 간 상호보완 작용으로 인해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추가되는 항고혈압제의 약물학적 특성으로 인해 초기 단일약제의 부작용 위험을 상쇄시킬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저용량 초기 단일약제에 또 다른 항고혈압제를 추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순응도는 항고혈압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 같은 혈압강하력의 두 항고혈압제를 놓고도, 순응도에 따라 효과의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순응도를 놓고 본다면 두 가지 이상 항고혈압제를 하나의 정제에 혼합한 복합제가 선호된다. 치료를 간편화시키고 알약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ASH는 복합제와 이를 구성하는 개별 약물을 비교한 9개 임상시험의 메타분석 결과를 인용, 복합제를 통해 약물 순응도를 26%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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