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아민 가설

인제의대 이정구 교수(해운대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치료전략을 언급하기에 앞서 우울증 발생에 대한 모노아민(monoamine) 가설을 먼저 설명했다. 모노아민 가설은 주요우울장애가 다양한 뇌 회로와 영역, 신경전달계통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모노아민 시스템인 세로토닌, 노르에피네르핀(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의 낮은 활동 또는 비정상적 활동이 우울증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모노아민 가설의 맥락에서 이 교수는 “우울증 치료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중 1개 이상의 활동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세로토닌의 활동이 저하돼 있거나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불안, 집착, 강요, 저조한 기분상태가 나타나게 된다. 이를 고려해 세로토닌 수치를 높이면 주요우울장애의 증상을 감소시켜준다. 하지만 동시에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활동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과도한 세로토닌의 증가는 피로, 흥미 및 즐거움 감소, 불면, 성기능 장애로 이어지게 된다.

노르에피네프린 활동의 감소는 주의력 감소, 저조한 활력, 흥미소실, 집중력 저하, 인지기능 결손을 유발하게 된다. 이에 노르에피네프린을 높이면 임상적으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노르에피네프린이 과도할 경우 불안, 수면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도파민의 경우 인지기능장애, 의욕상실, 흥미감소 등과 연관성을 보인다. 항우울제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활동을 강화해 증상을 치료한다. 과도한 도파민은 오심, 과잉활동 등을 야기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SNRI 둘록세틴

우울증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모노아민 가설을 고려했을 때 이 교수는 둘록세틴이 효과적인 치료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둘록세틴은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로 국내에서는 주요우울장애, 불안장애,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 치료에 대한 적응증을 가지고 있고 60mg/day 용량으로 사용된다. 이 교수는 “둘록세틴 60mg은 뛰어난 세로토닌 수송체에 대한 효과를 보였고, 반감기가 12시간으로 짧은 편이지만 일관된 효과를 보였다”며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라고 부연했다.

추가적으로 “둘록세틴은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수송체에 높은 친화성을 보이고, 도파민 수송체에도 적게나마 친화성을 보인다”며 “다양한 모노아민에 효과를 보이는만큼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치료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보고됐다. 중증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관해율을 비교한 결과(J Clin Psychophsmacol. 2007) 둘록세틴은 위약은 물론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보다 높은 효과를 보였다. 모든 무작위 대상 환자들에서 둘록세틴의 관해율은 40.3%, SSRI군은 38.3%, 위약군은 28.4%였다. 베이스라인에서 HAM-D가 19점 이상인 이들을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도 각각 35.9%, 28.6%, 17.7%로 차이를 보였다.

또다른 연구(J Psychi Re. 2005)에서 9주 시점 관해율을 평가한 결과 둘록세틴군은 42.9%, 위약군은 21.4%로 나타나 격차를 보였다.

6개월 시점 재발률을 평가한 연구(J Psychiatry. 2004)에서는 둘록세틴 60mg군의 재발률은 21.9%, 위약군에서는 43.1%로 재발 위험 감소 효과도 보였다.

한편 유해사건 발생률은 SSRI인 파록세틴과 유사했고, 특히 체중변화에서 7% 이상 증가한 비율은 파록세틴보다 낮았다. 불안장애 발생률은 위약과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이에 이 교수는 “둘록세틴은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모두에 작용하는 약물로 더 뛰어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약물의 안전성·안정성도 확인됐다”고 정리했다.

‘치료반응’보다 ‘관해’에 집중해야

가톨릭의대 우영섭 교수(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최근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J Affect Disord. 2019)를 서두에서 소개했다. 이 연구에서는 주요우울장애의 약물요법의 아웃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자들을 분석했다. 분석결과 사회인구학적 측면(연령, 성별, 인종, 사회적 지원정도, 의료접근도, 소아청소년시절의 병력, 흡연, 알코올 섭취 정도), 의학적 동반질환(비만 등), 정신병성 동반질환(불안장애, 물질남용 등), 증상의 프로파일(발생시기, 삽화지속기간, 입원 여부, 중증도, 인지기능장애 등), 말초적 마커(전구염증 바이오마커, C반응성단백질, 염증 바이오마커, 코르티솔, BDNF, 베이스라인 중성지방 및 총콜레스테롤 등), 유전자형 등이 치료반응에 다양한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 교수가 주목한 부분은 이 연구에서 궁극적으로 평가한 아웃컴 지표가 약물에 대한 치료반응(response)라는 점이다. 우 교수는 “주요우울장애 치료의 목적은 관해(remission)다”고 강조했다. 주요우울장애의 관해는 증상을 최소화시키거나 없애는 것이고 동시에 HAM-D 7점 이하 또는 MADRS 10점 이하, 기능적 회복, 재발위험 최소화로 정의된다.

우 교수는 “주요우울장애에서 완전 관해에 도달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많은 수의 환자들은 도달에 실패한다. 대다수의 환자들이 항우울제에 대한 치료반응을 보이지  못하거나 유지하지 못하고, 3분의 1 정도만 관해에 도달한다”며 관해율 개선을 임상적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우 교수는 관해율과 재발 위험 감소를 위한 과제로 잔여 증상(residual symptom)을 제시했다. SSRI 치료 8주 이후 HDRS 7점 이하인 관해에 도달한 환자 10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J Clin Psychiatry. 1999)에서는 전체 환자 중 26%는 잔여 증상이 1개, 57%는 2개 이상 있었고, 잔여증상이 없는 환자는 20% 미만으로 나타났다. 잔여 증상 이환과 낮은 관해율 간 연관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STAR*D 연구(J Clin Psychopharmacol. 2011)에서도 SSRI로 12주 치료한 후 분석한 결과 치료반응을 보인 15%는 관해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고, 75%는 5개 이상 잔여 증상을 보였다. 이와 함께 주요우울장애 환자 267명을 3년 간 전향적으로 관찰한 연구(Psychol Med. 2010)에서는 관해 기간 중에도 환자들은 평균 2개의 잔여 증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 교수는 잔여 증상이 재발위험으로 이어진다는 점에도 무게를 뒀다. 인지행동치료 후 1년 간 추적관찰한 결과 완전히 회복된 환자 중 9%, 부분 회복된 환자에서는 52%가 재발한 것으로 나타났고(Am J Psychiatry. 1992), 또다른 연구(Psychol Med. 1995)에서는 관해에 도달한 환자의 15개월 내 재발률을 평가한 결과 76%는 잔여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2년 추적관찰한 연구(J Affect Disord. 2003)에서도 완전 관해에 도달한 환자 중 재발률은 15.2%, 부분 관해에 도달한 환자에서 재발률은 67.6%였다. 게다가 부분 관해는 4년 이상 기간에서 가장 강력한 재발 위험인자로 나타났다.

잔여 증상의 대부분이 통증

우 교수는 대부분의 잔여 증상이 신체증상(somatic symptoms), 특히 통증으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잔여증상이 있는 환자를 분석한 연구(Psychol Med. 1995)에서 90% 이상은 경증~중등증의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우울증에서 통증 동반 정도를 평가한 관찰 연구(European Psychiatry. 2007)에서는 전체 3308명 중 56% 중등증~중증의 통증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우 교수는 “SSRI와 둘록세틴을 비교한 연구에서 둘록세틴은 베이스라인의 통증 중증도와 무관하게 같은 수준의 관해율을 보였다. 우울증과 관련된 통증과 우울증 아웃컴 간 부정적인 연관성을 둘록세틴 치료가 잠재적으로 완화시켜줄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통증이 동반된 환자에서 둘록세틴이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강조했다.

한편 우 교수는 아시아 주요우울장애 환자에서도 신체증상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홍콩,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에서 주요우울장애 환자 917명을 모집해 3개월간 진행한 전향적 관찰연구(Neuropsychiatr Dis Treat. 2015)에서 CGI-S, HAMD-17, SSI로 환자를 평가한 결과 신체 증상이 있는 환자들은 우울증 중증도가 더 높았고 치료반응률과 관해율은 낮았다. 특히 세부적으로 통증이 있는 증상은 부정적인 아웃컴과의 연관성이 더 컸고 관해율도 낮았다.

이에 우 교수는 “통증은 우울증 진행, 관해, 재발에서 중요한 예후인자로 나타나고 있다. 동아시아 임상근거까지 고려했을 때 임상현장에서는 우울삽화가 있는 환자의 통증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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