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DL-C 최대한 낮춰라” 물증에 심리적 저항감도 줄 것

미국에 이어 유럽 심장학계가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매우 강력한 LDL콜레스테롤(LDL-C) 조절을 주문하고 나섬에 따라, 향후 임상에서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전략적 치료선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럽심장학회(ESC)가 아직 선례가 없는 LDL-C 목표치를 들고 나오자, 우리나라 심장학·내분비학계와 임상현장에서는 △실제 임상에서 실현 가능한 목표치인지 △향후 더 내려갈 가능성은 있는지 △새 목표치를 한국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지 등 다방면의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역대 최저 목표치를 임상에서 실현시키기 위해 이상지질혈증 치료전략이 어떤 변화를 선택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고려의대 나승운 교수(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는 유럽학회의 이번 조치를 두고 “대규모 임상연구(RCT)에 근거한 결정으로, 우리나라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진일보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 동시에 국내 적용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한국인 환자대상 연구의 진행을 주문했다. 또한 LDL콜레스테롤 치료에 있어 ‘The Lower, The Better’ 접근법의 과학적 근거를 지지하며, 이를 임상에서 구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스타틴과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의 병용·복합제 처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Q. LDL-C 조절 목표치 권고안에 대한 평가는?

기존에도 심혈관질환 고위험 또는 초고위험군에 상당히 낮은 목표치가 권고됐는데, 최신 임상연구에 근거해 더 낮춰도 되겠다는 제안이 나왔다. 혹자는 하한치를 고려하지 않고 LDL-C를 너무 낮게 조절하는 경우의 뇌출혈이나 인지기능 관련 부작용 가능성에 우려를 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권고안의 근거로 활용된 PCSK9억제제 임상연구에서는 LDL-C를 30mg/dL 미만까지 조절해도 부작용 우려 없이 심혈관사건 위험을 개선할 수 있었다. 이를 고려한다면 향후 LDL-C 목표치는 더 내려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이번 조치는 LDL-C를 최대한 낮게 조절(the lower, the better)하는데 대한 임상의들의 심리적 저항감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Q. 권고안 변화, 어느 대목에 주목해야 하나?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초고위험군에서 각각 70mg/dL, 55mg/dL 미만의 목표치를 제시하고, 동시에(and) 기저치 대비 LDL-C를 50% 이상 낮추도록 주문했다. 2016년판에서는 각각 100mg/dL, 70mg/dL 미만으로 조절하거나(or), 최소한 50%까지 줄이도록 나눠 권고했다. ‘Or’에서 ‘and’로 문구가 바뀌면서 기저치 대비 50% 이상의 감소에 더 강한 당위성이 부여됐다. 이 권고안을 따르려면, LDL-C 70mg/dL, 55mg/dL 미만조절과 동시에 기저치 대비 50% 이상의 감소까지 고려해야 한다.

Q. 한국인에게도 권고안을 적용할 수 있나?

과학적 근거, 즉 최신 임상연구에 기반한 결정이다. 우리나라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에도 귀중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는 만큼 권고안의 인용이 긍정적으로 검토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심혈관질환 고위험 또는 초고위험군 이상지질혈증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의 임상의들은 매우 낮은 LDL-C 목표치의 필요성을 일관되게 인정해 왔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의 생활습관이 서구화돼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이나 유럽의 가이드라인을 선택·적용하는 데 큰 저항감은 없을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이를 임상에서 실천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권고안이 적극적인 LDL-C 조절에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기폭제 역할은 하겠지만, 한국인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비용효과적인지 장기적으로 안전한지 등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이에 적극 나서 목표치 조정을 검토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Q. ‘Lower is better’를 위한 치료전략은?

가이드라인에서는 고강도 스타틴을 최대내약용량까지 사용하고, 목표치 도달이 안되면 에제티미브나 PCSK9억제제와 같은 비스타틴계를 추가·병용하도록 권고했다. 70mg/dL, 55mg/dL 미만과 기저치 대비 50% 이상의 감소를 임상에서 실현하기 위해서는 스타틴과 비스타틴계의 병용 또는 복합제 처방이 더 늘어야 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스타틴 단독으로는 기존의 목표치도 달성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스타틴으로 기저치 대비 50% 이상의 감소가 가능한 환자들은 심리적 저항감이나 부담감 없이 장기적으로 치료를 유지하되, 목표치 달성이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에제티미브 등의 병용이 신속하게 적용돼야 할 것이다.

Q.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의 선택은?

PCSK9억제제가 주사제이면서 고비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은 에제티미브가 선호될 것으로 본다. 현재 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가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심혈관질환 고위험 또는 초고위험군이라면 단독제의 점진적 증량 또는 추가보다는 처음부터 병용·복합제를 선택해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스타틴 단독의 증량을 통한 혜택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병용을 시작하는 것이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Q. 복합제 선택의 이점은?

부작용은 줄이면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선택이다. 동시에 약물갯수에 대한 부담을 줄인 만큼, 순응도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이상지질혈증은 심혈관질환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약물치료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는 것, 즉 순응도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유효성·안전성에서 순응도까지 하나의 정제로 두 가지 혜택을 동시에 이뤄낼 수 있다.

Q. 임상의들에게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팁을 준다면?

이상지질혈증은 증상이 없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이들 환자에서 LDL-C가 높다는 검사결과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은 진단시점에서 혈관사건의 위험이 상당 부분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환자를 진료할 때는 콜레스테롤 수치만 보지 말고,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 심혈관 위험인자의 동반 여부나 관상동맥 영상검사 등을 파악해 보면, 콜레스테롤 수치만으로 처음에는 저위험군이라고 판단했던 환자들이 고위험군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있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은 심혈관질환 예방에 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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