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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과 불안장애 통합적인 관리 필요박영민 인제의대 교수(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울증과 불안장애 동반 시 위험

우울증은 불안 및 불안장애와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그 연관성에 관해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 스트레스를 받으면 염려, 걱정 등의 불안 증상이 생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러한 스트레스가 멈추지 않고 지속되면 결국 우울증으로 발전하게 된다. 따라서 불안은 우울증으로 가는 하나의 전구 증상의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우울증의 증상 중 하나로서의 불안이다. 우울증을 생각하면 흔히 슬프거나 우울하다 등의 우울한 기분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환자 분들에게 우울증을 진단하면 우울하지 않은데 ‘내가 왜 우울증인가’ 라며 본인 혹은 가족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한 증상을 포함하는 증후군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불안이라는 증상이 주요우울증의 DSM-5 진단 기준에는 배제돼 있다고 해서 우울증에 불안이 없다고 이해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주요 우울증의 진단 기준에 불안이 배제된 이유는 불안이 다른 질환들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매우 흔한 비특이적 증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불안이라는 증상이 우울증 진단기준에서 배제됨을 보완하기 위해서 DSM-5의 주요 우울증 세부 아형 중에는 불안이 두드러진 우울증을 따로 기술하고 있다. 이렇듯 우울과 불안은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없다.

세 번째는 우울증이 먼저 생긴 후 불안 혹은 불안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다. 예를 들면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이 먼저 생기고 나중에 공황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따라서 우울과 불안은 단순한 관계로 단언할 수 없고 서로 공존하거나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두 질환이 공존하면 자살 위험성이 더 커지게 된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우울증에서는 에너지 저하가 주요 증상 중 하나인데 이러한 에너지 저하 상태에서는 자살을 결행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에 불안이 겹쳐지면 일시적으로 위험도가 높아져 자살 시도가 가능해질 수 있다.

우울증 동반 불안장애 관리전략

우울증에서 흔히 동반되는 주요 불안장애로는 앞서 언급한 공황장애뿐만 아니라 범불안장애, 사회불안장애, 분리불안장애를 들 수 있다. 공황장애의 주요우울증과의 공존률은 10~65%로 꽤 높은 편이다. 두 장애가 공존하는 경우 1/3에서는 우울증이 먼저 생기고 나머지 2/3에서는 동시에 생기거나 공황장애 발생 이후에 나타난다. 두 질환이 동시에 이환 되었을 경우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효과적이다.

범불안장애의 경우 ‘과연 우울증과 다른 질환인가’하는 논쟁이 있다. 일단, DSM 진단 기준이 발전해 나온 과정을 돌아오면 범불안장애는 우울증에서 파생된 질환이다. DSM-Ⅱ에서 Ⅲ로 발전하면서 기존의 여러 가지 우울증을 주요 우울증으로 통합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통합 주요 우울증은 너무 비대해 기존의 다른 형태들의 우울증이 사라지게 될 위기를 맞게 됐다. 기존의 신경증적 우울증이란 진단을 내리고 우울증 환자들의 정신 치료를 하던 정신의학자들은 비대해지고 단순해진 DSM-Ⅲ의 주요우울증을 비판하였고 결국 대안으로써 범불안장애와 기분부전장애가 만들어지게 된다. 결국 범불안장애는 불안이 두드러진 경증의 우울증이고 기분부전장애는 우울감이 두드러진 경증의 우울증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런 DSM의 발전 과정으로만 봤을 때 범불안장애의 정체성이 아직 논란이 될 수 있다. 범불안장애의 경우 항불안제뿐만 아니라 항우울제 치료로도 효과가 좋은 편이다. 사회불안장애의 경우 우울증과 흔히 동반되는 질환이다.

사회불안장애를 가진 환자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아 이로 인한 우울증이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불안장애가 우울증과 동반된 경우에 인지행동치료와 항우울제의 병합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분리불안장애는 주로 아동기에 시작하며 성인기까지도 지속할 수도 있다.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경우 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하지만 공황장애와 같은 다른 불안장애와도 공존할 수 있으며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치료는 항불안제와 항우울제를 이용할 수 있으며 정신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에 논쟁이 되는 것이 우울증에서의 혼재성 양상이다. DSM-5가 되면서 주요 우울증에서도 양극성장애처럼 혼재성 양상이라는 세부 진단이 마련됐다. 이는 기존의 주요우울증과 양극성장애가 완전히 다른 질환이라는 개념에 일부 수정이 이루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요우울증에서의 혼재성 양상에 대한 비판이 여러 연구자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진단 기준을 보면 주요우울삽화를 나타내고 동시에 (경)조증의 진단 기준을 동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판의 내용은 임상 실제에서는 양극성장애가 아닌 환자에서 주요 우울삽화를 보이는 환자들이 기분이 항진되고 과대 사고를 가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그런 환자들보다는 오히려 불안, 초조를 동반하면서 격앙되고 흥분된 양상, 자살 사고, 경주 사고(racing thought)와 더불어 우울삽화를 가진 환자들을 임상에서는 더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코코폴로스(Kokopoulos)라는 학자는 이러한 양상을 초조성 우울증이라 부르며 이것이 현 DSM-5의 주요 우울증 혼재성 양상의 진단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최근 DSM-5에 참여했던 연구자조차도 초조성 우울증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DSM 개정에서는 변화가 예상된다. 초조성 우울증이 임상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자살 위험성이 매우 높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초조성 우울증의 치료는 기존 우울증의 치료와 다르다는 견해가 있다. 똑같은 우울증이지만 불안 증상이 심한 초조성 우울증의 경우 항우울제에 반응이 떨어지며 항우울제로 인한 불안, 초조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경우 비정형항정신병약물이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언제까지 항정신병약물을 유지할 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요약하면 우울증은 불안 혹은 불안장애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둘은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며 자살 위험성이 더 증가될 수가 있다. 불안 증상은 우울증의 전후에 나타나거나 공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불안장애 또한 우울증 전후에 나타나거나 공존할 수 있다. 다행히도 우울 불안의 공존은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로 치료가 잘 되는 편이다. 하지만 우울과 불안의 또 다른 형태인 초조성 우울증의 경우는 불안이 극대화된 상태로 기존의 불안과 달리 항우울제에 반응이 적거나 오히려 악화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같은 불안도 생물학적인 상태가 다름을 의미할 수 있다. 따라서 불안과 우울이 동반될 경우 면밀한 평가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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