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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우울증의 특성 및 치료전략우영섭 가톨릭의대 교수(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울증 유병률

우울증은 시대, 사회, 민족에 상관없이 비슷한 정도로 발생한다. 비록 우울증 중 가장 대표적인 주요우울장애의 경우, 평생 유병률이 서구의 10~20%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3~5% 정도로 낮게 보고되지만, 이는 연구방법이나 각 사회가 가지고 있는 우울증에 대한 기준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즉 사회마다 우울증을 표현하고 우울증상을 병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며, 실제 우울증상에 대한 설문에서는 한국인에서 우울증상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빈번하지만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대답을 택하는 경향이 있어 유병률 자체는 낮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노인에서 우울증으로 인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노인 인구의 비율이 높으며 동시에 노인에서의 유병률은 서구에 비해서도 높게 나타난다. 한국인에서 우울증이 덜 보고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노인의 우울증 유병률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은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높은 노인 자살률과도 관련되어 있어 향후 공공의료 및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시아 우울증 특징

유병률뿐만 아니라 우울증상의 표현 양상 또한 서구와 다를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서구에서는 우울감, 자살 사고와 같이 정서적 증상을 주로 표현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인에서는 우울증상이 통증과 같은 신체증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 피로감, 불면증이나 집중력 저하와 같은 증상도 더욱 흔히 호소한다. 이는 심리적·정신적 고통의 표현이 받아들이기 힘든 부정적 측면을 드러내는 것으로 인식되고, 오히려 신체적 증상의 표현이 더욱 납득할 만한 것으로 용인되는 사회문화적 특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화적·인종적 차이는 치료적 접근측면에서도 차이를 필요로 한다. 실제로 인종에 따른 약물 치료 반응에 대한 연구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백인계 미국인에 비해 항우울제 반응과 관련된 세로토닌 2A 수용체 대립유전자를 덜 가지고 있어 항우울제 치료 반응이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며, 히스패닉계는 백인계와 아프리카계의 중간 정도의 항우울제 치료 반응성을 보였다. 아시아계는 저용량에서는 백인계 미국인과 유사한 치료 반응을 보이지만, 일부 항우울제에 대한 대사가 백인계 미국인에 비해 느리기 때문에 부작용에 더욱 취약했다.

따라서 주로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잘 계획된 연구들에 근거한 우울증 진료지침들이 외국에 다수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의 문화적·인종적 특징, 그리고 의료보험 관련 정책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특성을 반영한 우울증 진료지침에 제시된 치료전략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한국형 우울장애 약물치료

2017년 발간된 한국형 우울장애 약물치료 지침서(Korean Medication Algorithm for Depressive Disorder, KMAP-DD 2017)에서는 국내 상황에 적합한 치료전략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그림>과 같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등도 이하의 주요우울장애에는 항우울제 단독치료를 권고했고, 중증의 경우 항우울제 단독치료 혹은 항우울제와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의 병합치료를 권고했다. 만약 이러한 치료에 충분한 반응이 없다면 항우울제를 교체하거나 다른 항우울제 혹은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을 추가할 것을 권고했다. 중등도 이하의 경우 항우울제 중에는 escitalopram과 sertraline을, 중증에서는 escitalopram, venlafaxine, mirtazapine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권고했고, 이 외의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SSRIs, 단 fluvoxamine 제외)나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erotonin-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s, SNRIs, 단 milnacipran 제외) 역시 권고했다.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초기부터 항우울제와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의 병합치료를, 그리고 이에 대한 치료 반응이 불충분한 경우는 기존 항우울제 혹은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을 교체하거나 다른 항우울제를 추가할 것이 권고된다. 이때 항우울제로는 escitalopram, fluoxetine, paroxetine, sertraline, duloxetine, venlafaxine, desvenlafaxine, mirtazapine이 1차적으로 고려해야할 약물로 제시됐고, 비정형 항정신병약물로는 aripiprazole과 quetiapine이 권고됐다. 만약 초기 치료에 충분한 호전을 보이지 않는다면 정신병적 증상이 없는 경우 약 3~6주간 치료 효과를 기다린 후,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약 2~5주 후 치료전략의 변경을 고려할 것을 권고했다.  

KMAP-DD 2017에서는 우울증상의 특성에 따라서도 치료적 접근 방법을 권고하고 있다. 아침에 악화되는 우울감과 흥미와 즐거움의 저하가 특징적인 멜랑꼴리아 양상에서는 escitalopram과 venlafaxine이, 기분의 변동과 과식, 과수면 등이 특징적인 비전형적 양상에서는 SSRI, SNRI와 mirtazapine 및 bupropion이, 불안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SSRI, SNRI와 mirtazapine을 포함한 항우울제 단독치료 혹은 항우울제와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병합치료가 1차적으로 권고됐다. 또한 우울증상에 일부 조증증상이 동반되는 혼재성 양상에서는 항우울제와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혹은 기분조절제의 병합치료가 1차 치료였는데, 이때에는 escitalopram, fluoxetine, sertraline, venlafaxine, bupropion, mirtazapine과 aripiprazole, quetiapine, valproate, olanzapine, lithium의 병합을 권고했다.

인구 집단의 특성에 따라서도 다른 치료전략이 필요할 수 있다. 노인과 소아에서, 중등도 이하에서는 항우울제 단독치료, 중증 이상에서는 항우울제 단독치료 혹은 항우울제와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병합치료, 정신병적 증상이 있는 경우 항우울제와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병합치료라는 치료전략 측면에서는 성인과 차이가 없었으나, 선택할 약물로는 노인에서는 부작용 및 약물 상호작용 측면에서 비교적 안전한 escitalopram과 aripiprazole이, 소아에서는 근거가 상대적으로 축적되어 있는 escitalopram, fluoxetine, aripiprazole, risperidone이 우선적으로 권고됐다.

하지만, 비록 국내 상황에 맞춘 치료전략을 담은 지침이라도 임상의의 판단을 대신할 수는 없다. 따라서 임상현장에서 만나는 우울장애 환자들은 개개인에 따라 치료에 대한 선호도, 치료에 대한 반응, 치료 반응의 가족력, 공존질환, 약물 이상반응과 내성, 경제적 상황, 임상의의 판단 등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른 개별적 치료전략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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