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신건강의 날, 자살 예방을 외치다

올해 10월 10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세계정신건강의 날(World Mental Health Day 2019)이다. WHO는 올해 세계정신건강의 날의 주제로 자살예방을 꼽았다. 자살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중보건 및 사회적인 차원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사회적 차원에서 자살 예방에 대한 인지도를 개선시키고, 관련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살에 관련된 사회적 낙인의 감소, 자살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WHO 통계에서는 매년 80만명이 자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초마다 1명이 자살로 사망하고 있는 셈이다. 자살은 전 연령대에서 발생하지만 소아청소년과 젊은 성인에서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5~29세에서는 2위의 사인으로 꼽힌다. 세계 전 지역에서 자살이 발생하고 있지만, 저중소득 국가에서 79%의 자살이 발생하고 있다.

2019 자살예방백서, ‘자살률 여전히 OECD 최상위권’ 

WHO가 강조한 자살예방의 필요성은 우리나라에서 더욱 절실하게 와닿는다. 올해 초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전체 자살 발생률이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고령 인구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2011년 대비 2017년 자살 사망자는 1만 5906명에서 1만 2463명으로 3443명(21.6%), 자살률은 31.7명에서 24.3으로 7.4명(23.4%) 감소했다. 특히 노인 자살률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대비 2017년 전체 자살률은 5.0% 감소했고, 60대의 자살률은 12.8%, 70대 자살률은 9.6%, 80대 이상에서는 1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OECD 가입국가에서 자살률을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대한민국은 2018년에 가입한 리투아니아에 자살률 1위 국가라는 타이틀을 넘겨줬지만, 리투아니아의 사망률은 26.7%(2016년), 대한민국의 사망률은 25.8%(2015년)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3위인 라트비아의 자살률은 18.1%(2015년)로 대한민국과 큰 격차를 보였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노인 자살률이다. 국내 통계에서는 노인 자살률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OECD 통계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60대 자살률은 36.9%로 가장 높게 나온 가운데 70대는 62.5%, 80세 이상은 83.7%로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2위의 70대, 80세 이상 자살률을 보인 국가는 슬로베니아로 각각 38.5%, 49.5%로 국내 자살률과 격차를 보였다.

정신건강, 자살의 고질적 주요원인 

백서에도 무엇보다 WHO는 자살이 예방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개인의 위기 상황에 따른 충동, 상실, 외로움, 분단, 관계절단, 금전적 문제, 만성 통증, 외로움, 폭력 등이 자살의 위험인자로 꼽힌다. 하지만 자살에 대한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는 이전의 자살시도이고, 우울증, 알코올 사용장애 등 정신건강질환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자살 위험을 높이는 다양한 원인들을 분석한 결과 정신건강은 자살 위험을 높이는 주요한 인자로 나타났다. 자살의 주요 동기를 분석한 결과 정신적 및 정신과적 문제가 31.7%로 가장 높았고 뒤를 이어 25.0%, 육체적 질병 문제가 20.6%로 나타났다. 

백서와 별도로 서울의대 김붕년 교수(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팀이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질환 유병률을 평가한 연구에서도 자살 생각 발생률은 17.6%였고,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심할수록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현장의 적극적 관심이 우선 

국내 다양한 연령대에서 자살 위험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큰 틀에서 자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지역사회 차원의 자살예방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정신건강 관리를 주요한 자살 예방 관리전략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2018년 중앙자살예방센터 센터장을 역임한 고려의대 한창수 교수(고려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올해 초 발표한 기고문(J Korean Med Assoc. 2019)을 통해 “우울증상을 가진 사람들이나 만성 신체질환자의 자살시도가 많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자살 위험성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 “자살 시도자의 상당수는 우울증상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이 사고 이전에 병원에 와서 심리적인 우울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울증 진단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환자의 수도 많고, 우울증이 피곤함, 집중력 저하, 불면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신체질환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중증 우울증상, 자살 위험성을 평가하고, 필요할 경우 정신건강의학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살의도 유무에 대한 질문이 직접적으로 죽음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역으로 자살시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적극적인 확인을 당부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