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현장 ‘순응도’ 구분

고려의대 나진오 교수(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는 비순응도(non-adherence)가 세계적으로 고혈압 관리의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을 전제했다. 나 교수는 REACH 등록사업 연구와 PIRE 연구를 이에 대한 근거로 제시했다. REACH 등록사업 연구에서는 아시아 지역에서 70%, 라틴아메리카, 동유럽, 서유럽, 북미에서는 50% 대, 중동아시아에서는 40%대의 심혈관 약물에 대한 비순응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PURE 연구에서는 항혈소판제, 항고혈압제, 스타틴의 순응도는 소득이 낮은 국가일수록 낮은 경향을 보였고, 특히 스타틴의 경우 고소득국가를 제외하고 30%를 넘는 국가가 없었다.

나 교수는 먼저 임상시험과 실제 임상현장에서 적용되는 순응도 관련 용어를 정리했다. 나 교수는 “순응도는 영어로 adherence, concordance, persistence, compliance로 표현되는데 각각 의미하는 범주나 환경이 다르다”고 말했다.

‘adherence’는 환자가 처방에 엄격하게 따르는 것을 의미하고, ‘concordance’는 환자와 의사가 처방에 상호 동의하는 것, ‘persistence’는 환자가 처방에 따라 약물을 복용하는 것, ‘compliance’는 환자가 의사의 처방에 수동적으로 따르는 것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나 교수는 “임상현장에서 사용하는 순응도는 concordance와 persistence가 더해진 adherence로 적용할 수 있고 compliance는 실제 임상보다는 RCT에서 적용한다”고 말했다.

이는 무작위대조군임상시험(RCT)과 리얼월드 자료의 순응도가 다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 교수는 심혈관질환 1차 예방을 종료점으로 평가한 WOSCOPS 연구와 온타리오 등록사업 연구의 순응도를 비교한 결과를 예로 들었다. 비교결과 WOSCOPS 연구에서는 75%로 나타난데 비해 온타리오 연구에서는 20%대로 나타났다. 심혈관질환 2차 예방을 종료점으로 한 4S연구와 온타리오 등록사업연구 결과에서도 순응도가 각각 88%, 30%로 차이를 보였다.

환자 중심의 순응도 개선 노력 필요

나 교수는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의사의 적극적 치료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다”며 우선 순응도 개선의 핵심 부분으로 환자 관련 인자들을 꼽았다.

나 교수는 “비순응도를 보이는 환자들은 이유로 복용을 잊음, 약물의 효과 내지는 작용기전을 믿지 못함, 부작용에 대한 공포, 복용방법에 어려움, 비용문제 등이 제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낮은 순응도에 대한 위험인자를 평가한 연구에서도 연령 및 성별(고위험군 젊은 남성), 인지기능 장애가 있는 고령 환자, 환자와 가족의 신뢰문제, 고혈압에 대한 무증상 진행과정, 치료 혜택에 대한 이해도, 낮은 사회 경제적 상황, 치료 관련 비용, 질환의 중증도, 복용하는 약물의 개수, 약물의 내약성, 혈압에 대한 효과, 의사와 환자의 관계, 우울증 및 동반질환이 위험인자로 나타났다는 점도 부연했다.

나 교수는 “CHARISMA 연구에서 약물의 순응도가 생존율 및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환자 상태 및 환경, 치료전략, 보건의료 시스템의 총체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처방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환자 인터뷰, 환자 일기, 순응도 설문조사, 처방기록, 약물개수, 전자적 방법을 통한 관찰, 직접 치료관찰 등 비침습적 방법(간접적 방법)과 체내 약물 농도 및 생물학적 지표평가 등 직접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의사와 환자 간 관계 구축, 환자 교육(치료과정 및 혜택), 환자 가족들과 다른 전문가와의 협력, 위험인자 관리, 치료전략의 단순화, 약물복용 및 의료기관 방문일정에 대한 리마인드 전략, 치료전략에 대한 동기부여, 비용 부담 완화 등 환자에게 초점을 맞춘 개선전략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적절 치료전략 쇄신도 고려해야

고신의대 김봉준 교수(고신대병원 심장내과)는 의료진의 관습적 치료도 순응도 관리에서 감안해야할 부분으로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고혈압 진단 및 치료전략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가운데 의사들의 타성(inertia) 또는 관성에 따른 처방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대표적인 혈압평가를 꼽았다. “진료실혈압을 중심의 고혈압 진단·평가와 함께 활동혈압, 가정혈압의 해석도 중요하다. 또 환자들도 자가로 혈압을 평가하고 있어 다양한 혈압 수치를 면밀히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혈압측정 수치에 대한 신뢰도, 가이드라인에 따른 혈압측정 방법, 기준 목표혈압, 백의 고혈압 여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다양한 혈압 수치의 평가 및 적절한 해석, 효과적인 약물요법, 안정적인 처방을 위해서는 임상현장의 교육도 필요한 요소로 제시했다. 고혈압 관리에서 약물요법에 대한 임상 전문가들의 타성에 대한 교정효과를 평가한 메타분석 연구(Medicine 2018)에서는 환자교육과 함께 의사교육, 의사에 대한 기억상기, 활동혈압 평가, 디지털 약물제공 시스템, 의사동료간 외래평가 등을 시행한 결과 소폭이나마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 김 교수는 “적극적인 치료전략과 과잉치료는 구분해야 한다”며 "동반질환, 사회경제적 문제 등을 포함한 환자 중심 진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회경제적 시스템의 지원·활용도 필요

울산의대 김대희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는 환자의 사회경제적 환경에 대한 중재전략을 통한 순응도 개선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고혈압에서 혈압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인자는 환경, 유전·역학, 사회적 결정요소로 나눠진다. 그 중 사회적 결정요소에는 교육수준, 환경적 인자, 소득수준, 고용상태가 포함되는데 이 인자들이 심혈관질환 위험도 함께 높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김 교수는 최근에 발표된 연구(JACC 2018;72:1278)를 소개하며 고혈압의 인지(awareness), 치료(treatment), 조절(controal)에 환자 개인의 인자와 사회시스템적 인자가 각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인지, 치료,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환자 개인의 인자들은 연령, 성별, 인종이 공통적으로 꼽히고, 고혈압 조절에만 순응도가 포함돼 있다.

사회시스템적 인자는 각각 차이를 보인다. 인지에는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  정기적인 의료기관 방문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제시됐고, 치료에는 의료보험 여부와 정기적인 의료기관 방문, 조절률에는 일반적인 의료자원, 치료에 대한 타성 여부가 제시됐다.

이와 함께 고혈압 치료 순응도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인자들을 분석한 또다른 연구(Plos One. 2014;15:e84238)에서도 사회시스템적 인자가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김 교수는 “혈압의 인지, 생활습관개선을 포함한 치료, 추적관찰 측면에서 지식, 기술적인 부분과 치료에 대한 동기부여, 치료에 대한 주의환기, 지속적인 치료, 치료에 대한 우선순위 등과 함께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 적절한 사용가능 여부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적절한 수준의 치료가 가능한 사회적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관련해서는 만성 관리 모델(chronic care model)을 대안으로 봤다. 김 교수는 “최근 연구에서는 지역사회와 보건의료 시스템을 아울러서 의료전달체계와 환자 자가관리, 치료전략 결정 등을 함께 상호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만성 관리 모델이 제시된 바 있고, 캐나다에서는  이 범주를 더욱 확대해 맞춤치료, 생활습관개선, 선별검사까지 시행할 수 있는 시스템 모델을 선보였다”고 부연했다.

한편 한국도 2017년부터 1차의료 만성질환관리 통합사업을 통해 지역의사회, 민간기관, 지방자치단체(보건소 등),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통합적으로 환자를 관리하는 모델을 구축해  발표한 바 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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