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Sub Story
혈압 더 낮추려면, 항고혈압제 더 필요하다병용·복합요법으로 내약성·순응도 개선까지
  • 이상돈 기자
  • 승인 2020.01.02 17:09
  • 호수 81
  • 댓글 0

한국·미국·유럽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병용 또는 복합제 요법의 적용시점이 앞당겨지면서 바야흐로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전성기가 실현되고 있다. 고혈압 환자에서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조기 적용은 이미 보편화돼 있다.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고혈압 환자에게 항고혈압제 병용치료의 일상적인 적용과 함께, 혈압이 160/110mmHg 이상이거나 20/10mmHg의 강압이 필요한 경우 처음부터 병용요법을 시작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는 결국 140/90mmHg 단계부터 병용요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선택의 시기를 더 앞당기고 있다. 더욱이 병용요법의 적용에 있어 순응도가 강조되는 가운데, 여러 성분을 하나의 정제에 혼합한 단일제형 복합제(single pill combination, SPC)에 힘이 실리고 있는 모습이다ㅎ

앞당겨지는 병용시기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적용시기를 앞당겨 권고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는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이다. 양 학회는 새롭게 정의한 고혈압 2단계(140/90mmHg 이상)의 환자, 그리고 목표혈압보다 20/10mmHg를 상회하는 경우에 서로 다른 기전의 2개 약제(2제병용 또는 고정용량 복합제)로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했다.

ACC와 AHA의 입장에서는 고혈압 2단계이지만, 우리나라로 따지면 1기 고혈압인 140/90mmHg 이상부터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에서 처음부터 2개 이상의 약제를 적용하는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이 최선의 치료일 수 있다”며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순응도 개선에 SPC”

우리나라 역시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을 치료초기부터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새 고혈압 진료지침을 통해 “혈압이 160/100mmHg 이상이거나 목표혈압보다 20/10mmHg 이상 높은 고위험군에서는 강압효과를 극대화하고 혈압을 빠르게 조절하기 위해 처음부터 항고혈압제를 병용투여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학회는 병용요법과 관련해 “고혈압 환자의 3분의 2 이상이 한 가지 항고혈압제로 혈압조절이 되지 않고 서로 다른 기전의 두 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가 필요하다”며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특히 “병용요법의 경우에는 약물 순응도를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첫치료에 단일제형 복합제(SPC) 고려해볼 수 있다”며 순응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복합제 전략에 무게를 뒀다.

대한고혈압학회는 또한 “기전이 다른 두 가지 항고혈압제로 치료하는 것이 단일약물의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보다 혈압조절 효과가 우수하고 모든 종류의 병용요법이 가능하다”며 상호 다른 보완기전의 약제조합을 주문했다. 학회는 우선 권장되는 병용요법으로 △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또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와 칼슘길항제(CCB), ARB 또는 ACEI와 이뇨제 △CCB와 이뇨제의 조합을 꼽았다.

“처음부터 2제병용”

유럽의 심장학계 역시 가이드라인에서 병용요법의 조기적용을 강조한 바 있다. 유럽심장학회(ESC)와 고혈압학회(ESH)는 2018년 가이드라인에서 대부분의 환자에게 2제 병용요법을 권고했고, 순응도를 고려해 단일제형복합제(single pill combination) 적용을 우선하도록 당부했다.

즉 약물치료는 2제병용으로 시작하도록 장려하는 동시에 가급적이면 단일제형 복합제를 쓰도록 권고한 것이다. 단 쇠약한 (frail)환자, 80세 이상 고령, 심혈관 위험도가 낮은 환자, 수축기혈압이 150mmHg 미만인 1단계 고혈압 환자에게는 2제 병용요법을 피하도록 제한을 뒀다. 한편 ESC와 ESH 역시 병용치료시 1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조합으로 △ARB 또는 ACEI와 CCB △ARB 또는 CCB와 이뇨제를 권고했다.

왜 병용인가?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조기적용은 미국의 새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근거로 작용한 SPRINT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SPRINT의 목적은 수축기혈압 목표치를 120mmHg 미만으로 가정하고, 이 수준까지 낮췄을 때 기존 140mmHg 미만과 비교해 임상혜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는 것이었다.

성과를 도출해 내기 위해서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시험군 환자들의 혈압을 120mmHg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 급선무였다. 연구등록 시점에서 시험군(집중조절)과 대조군(표준조절)의 수축기혈압은 132mmHg 이상이 34% 대 33%, 133~144mmHg이 32% 대 33%, 145mmHg 이상이 동일하게 34%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점은 연구시작 시점 양 그룹에서 사용된 항고혈압제의 수가 모두 1.8개였다는 것이다.

치료·관찰 과정에서 120mmHg 미만을 목표로 하는 집중 혈압조절군의 경우, 평균 3개의 항고혈압제를 사용했다. 140mmHg 미만을 목표로 하는 표준치료군 역시 혈압강하에 사용된 항고혈압제가 평균 2개였다. 치료 항고혈압제 수가 2개인 경우는 집중과 표준조절군에서 각각 30.5%와 33.3%, 3개는 31.8%와 17.2%, 4개 이상인 경우는 24.3%와 6.9%에 달했다. 집중조절군에서는 2제병용과 더불어 3제·4제병용까지 더 많은 항고혈압제가 투여된 것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집중조절군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환자가 2개 이상의 항고혈압제로 치료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The Lower 혈압조절을 위해서는 The More 항고혈압제가 전제돼야 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The More, The Lower

최근 고혈압 치료에 있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명제 중 하나는 “한 가지 루트만 표적으로 공략하는 항고혈압제 단일요법으로는 혈압을 정상화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고혈압학회(ASH)는 이 같은 명제를 앞세워 ‘고혈압 환자에서 병용요법’ 제목의 권고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단일요법으로는 고혈압 환자의 혈압 목표치 도달이 어려운 만큼 적절한 병용요법이 이뤄져야 하며, 병용과 복합제 선택 시 약물 간 상호보완 효과가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ASH가 인용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354개의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RCT)을 분석한 결과 단일성분 항고혈압제의 평균 강압효과는 9.1/5.5mmHg에 불과했다. 이는 베타차단제, 이뇨제, ACEI, ARB, CCB 모두를 봐도 큰 차이가 없었다.

항고혈압제 치료에 있어 ‘하나보다 둘이 좋다’는 명제는 단순히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최근까지 병태생리학적 측면에서 고혈압 발생의 다양한 경로(physiological pathways)들이 밝혀졌다. 이를 기반으로 각각의 루트를 공략하는 새로운 계열의 항고혈압제가 탄생할 수 있었다.

차별화된 기전을 통해 질환의 원인이 되는 여러 표적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병용요법은 고혈압과 심혈관합병증 증가를 막는 데 필수적인 전략이다. ASH는 “고혈압 환자의 75% 이상에서 혈압 목표치 달성을 위해 병용요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상호보완 기전의 혜택

항고혈압제의 병용은 단일요법과 비교해 혈압강하력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서로 차별화된 기전을 통해 혈압상승의 원인이 되는 다른 타깃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ASH는 “일반적으로 상호보완 작용이 있는 계열의 약물을 병용할 경우 단일약제의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에 비해 5배 정도의 강압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전반적인 내약성의 개선 역시 병용약물을 선택하는 데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약제를 늘리면 부작용 위험이 상승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약제 간 상호보완 작용으로 인해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추가되는 항고혈압제의 약물학적 특성으로 인해 초기 단일약제의 부작용 위험을 상쇄시킬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순응도는 항고혈압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 같은 혈압강하력의 두 항고혈압제를 놓고도, 순응도에 따라 효과의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순응도를 놓고 본다면 두 가지 이상 항고혈압제를 하나의 정제에 혼합한 복합제가 선호된다.

치료를 간편화시키고 알약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ASH는 복합제와 이를 구성하는 개별 약물을 비교한 9개 임상시험의 메타분석 결과를 인용, 복합제를 통해 약물 순응도를 26%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