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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치료의 새 패러다임
“The Earlier·Lower·More, The Better”

“치료는 더 빨리·혈압은 더 낮게·항고혈압제는 더 많이”

혈압조절률 높여 심혈관질환 막기 위한 삼각편대
  • 이상돈 기자
  • 승인 2020.01.02 17:09
  • 호수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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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비약적 상승세를 구가했던 고혈압 조절률이 최근 10년 사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고혈압 환자의 절반 이상이 목표치 미만으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유병자 조절률 41%), 여전히 상당수가 성공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07~2009년 41%였던 고혈압 유병자 조절률은 2016년까지도 44%로 미미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조절률을 다시 한 번 도약시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고혈압 조절률을 끌어 올려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새 치료 패러다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고혈압 치료의 새 패러다임은 ‘The Earlier’·‘The Lower’·‘The More’ 접근법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고혈압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혈압치료를 더 빨리’·‘혈압조절은 더 낮게’·‘항고혈압제는 더 많이’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The Earlier

고혈압 치료의 1차목표는 혈압조절, 즉 강압에 있다. 고혈압 치료에 있어 혈압 조절률을 끌어 올리는 것이 가장 막중한 책무 중 하나다. 하지만 혈압을 정상수치에 가깝게 조절해야 하는 이유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기 위함이라 점 또한 고혈압 치료 시에 유념해야 할 사안이다. 고혈압 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은 혈압조절을 통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 있다.

고혈압 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을 유념한다면, 이를 위한 전략은 조기치료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고혈압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빠른 치료가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의대 이철환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는 고혈압 치료를 통해 심혈관질환 예방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는 고혈압에서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성과 심혈관질환 위험증가가 시작되는 시점이 130/80mmhg부터라는 점을 강조, 이 때부터 조기에 경고음을 울리고 적극적인 혈압조절을 적용해 남은 일생의 심혈관질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약하면 고혈압의 조기 진단과 빠른 치료를 통해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혈압전단계

이철환 교수는 혈압 130/80mmHg 이상부터 혈관질환의 시발점이라 볼 수 있다는 점을 피력했는데, 우리나라와 유럽에서는 이 구간을 고혈압전단계로 보고 있다. 2018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에 따르면, 고혈압전단계는 혈압 130~139/80~89mmHg 구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축기혈압 120~129mmHg와 이완기혈압 80mmHg 미만은 주의혈압으로 분류된다.

대한고혈압학회는 또한 “일반적으로 115/75mmHg부터 시작해 혈압이 20/10mmHg씩 오를 때마다 허혈성 심장질환이나 뇌졸중에 따른 사망위험이 두 배가량 상승한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고혈압전단계부터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근거해 고혈압 초기 또는 전단계에서부터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항고혈압제 치료를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것이 최근의 항고혈압제 치료동향이다.

정상혈압과 거리 먼 한국인

또 다른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 처럼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에 노출돼 있는 고혈압전단계 환자의 수가 많다는 것이다. 진료지침의 역학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주의혈압과 고혈압전단계를 모두 포함할 경우 유병률은 25.9%(남성 30.8%, 여성 20.8%)에 달한다. 고혈압 유병률(29.1%)까지 합치면 30세 이상 성인인구의 55%가 정상혈압보다 높은 혈압을 갖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들을 보면 고혈압전단계와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의 연관성이 뚜렷히 관찰된다. 삼성서울병원 이문규(내분비대사내과) 교수팀의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KHGS)’ 10년 추적관찰 결과에 따르면, 수축기혈압 130mmHg 이상인 경우 120mmHg 미만과 비교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76.7%나 높았다. 또 다른 국내연구에서는 고혈압전단계와 대뇌 소혈관질환 위험증가의 연관성이 보고된 바 있다.

심혈관질환 위험도 따른 치료

대한고혈압학회는 2018년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들 고혈압전단계부터 적극적으로 혈압을 관리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다만 약물치료를 강하게 권고하지는 않았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전단계에서 약물치료는 권고하지 않고, 주의혈압 및 고혈압전단계에서는 고혈압 발생이나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생활요법을 권고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진료실자동혈압(AOBP)을 이용해 진단된 수축기혈압 130mmHg 이상의 심혈관질환 동반 환자는 생활요법과 함께 약물치료를 고려한다”며 심혈관질환 위험에 따른 약물치료 적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고혈압전단계일지라도 일부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서 항고혈압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혈압전단계이면서 위험인자 3개 이상, 당뇨병, 무증상장기손상 등에 해당하면 생활요법 또는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무증상 장기손상 또는 심혈관질환 동반 당뇨병 환자, 임상적 심혈관질환 환자, 만성 신장질환 환자인 경우에도 고혈압전단계부터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The Lower

고혈압 치료의 새 패러다임을 이끄는 전략 중 하나는 혈압을 더 낮게 조절해야 한다는 ‘The Lower’접근법이다. J-Curve 현상을 고려해 하한선(120mmHg 미만)은 두고 있지만, 과거의 140/90mmHg 기준보다는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이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데 합의가 모이고 있다.

목표혈압 강하

대한고혈압학회는 지난해 새로운 고혈압 가이드라인(2018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을 발표, 진단기준과 관련해 상당 부분 과거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 반면 치료에 있어서는 목표혈압을 더 내리는 등 진보적 태도를 견지했다.

전반적으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의 목표혈압을 기존보다 엄격하게 내려 잡은 것이 첫번째 주목되는 대목이다. 학회 측은 이와 관련해 단순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140/9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하면서도 환자에 따라 더 낮은 수위까지 혈압을 낮출 수 있다고 언급, 목표혈압의 변화를 시사했다.

“통상 140/90mmHg 미만조절 권고는 수축기혈압을 130~139mmHg 범위에서 혈압을 유지해도 괜찮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도 “이번 진료지침에서는 심뇌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은 환자들에 대한 최근 연구결과를 반영해 140/90mmHg 미만으로 혈압을 조절하더라도 130/80mmHg까지 혈압을 최대한 낮추도록 권고했다”며 보다 낮은 구체적인 강압수치를 적시했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은 더 낮춰야”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고혈압 환자에게는 130/80mmHg 미만의 적극적인 혈압조절을 권장했다. 단순 고혈압 환자에게 140/90mmHg 미만조절을 권고하면서도 당뇨병 환자에게 140/85mmHg(심혈관질환 없음) 또는 130/80mmHg(심혈관질환 있음) 미만조절을 권고했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과 심혈관질환 병력자는 130/80mmHg 미만을, 알부민뇨가 동반된 만성 신장질환 환자도 130/80mmHg 미만으로 혈압을 조절하도록 했다. 노인 고혈압 환자에서 기존 140~150mmHg로 조절하도록 했던 것을 140/90mmHg 미만으로 권고한 것 또한 보다 적극적인 혈압조절의 기조를 반영한 결과다.

J-Curve 그림자

하지만 고혈압 치료 시에 ‘Lower is best’ 전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강압의 어느 시점에서 심혈관질환 사망위험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J-Curve 현상 때문이다. Lancet에 보고된 임상연구 사후분석 결과는 고혈압학계 논쟁의 와중에 SPRINT 연구의 대척점에서 J-Curve 현상을 재확인해주고 있다.

미국 맥마스터대학의 Salim Yusuf 교수팀은 ONTARGET과 TRANSCEND 연구를 한 데 모아 사후분석을 실시, 혈압조절에 있어 J-Curve의 그림자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수축기혈압을 평균 120mmHg 미만으로 조절한 그룹의 심혈관사건 복합빈도(심혈관 원인 사망, 심근경색증, 뇌졸중, 심부전 원인 입원)가 120~140mmHg 조절군과 비교해 1.14배 유의하게 높았다(hazard ratio 1.14, 95% CI 1.03-1.26). 특히 수축기단독고혈압의 가능성이 높은 고령층 고혈압 환자의 경우, 공격적인 강압에 따른 기립성저혈압 등에 의해 사망까지 발생할수도 있어 신중하게 혈압치료에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The More

고혈압 치료 새 패러다임의 세 번째 핵심은 ‘The More’ 전략이다. ‘The More’ 접근법은 ‘The Lower’ 개념과 맥을 같이 한다. 혈압을 더 낮게 조절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항고혈압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이 고혈압 치료의 새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다.

고혈압 환자에서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조기적용은 이미 보편화돼 있다.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고혈압 환자에게 항고혈압제 병용치료의 일상적인 적용과 함께, 혈압이 160/110mmHg 이상이거나 20/10mmHg의 강압이 필요한 경우 처음부터 병용요법을 시작하도록 주문한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은 140/90mmHg 단계부터 병용요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선택의 시기를 더 앞당기고 있다.

병용은 빠를수록 좋다?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적용시기를 앞당겨 권고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는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이다. 양 학회는 새롭게 정의한 고혈압 2단계(140/90mmHg 이상)의 환자, 그리고 목표혈압보다 20/10mmHg를 상회하는 경우에 서로 다른 기전의 2개 약제(2제병용 또는 고정용량 복합제)로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했다.

ACC와 AHA의 입장에서는 고혈압 2단계이지만, 우리나라로 따지면 1기 고혈압인 140/90mmHg 이상부터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에서 처음부터 2개 이상의 약제를 적용하는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이 최선의 치료일 수 있다”며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선택

우리나라 역시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을 치료초기부터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새 고혈압 진료지침을 통해 “혈압이 160/100mmHg 이상이거나 목표혈압보다 20/10mmHg 이상 높은 고위험군에서는 강압효과를 극대화하고 혈압을 빠르게 조절하기 위해 처음부터 항고혈압제를 병용투여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학회는 병용요법과 관련해 “고혈압 환자의 3분의 2 이상이 한 가지 항고혈압제로 혈압조절이 되지 않고 서로 다른 기전의 두 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가 필요하다”며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특히 “병용요법의 경우에는 약물 순응도를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첫치료에 단일제형 복합제(SPC) 고려해볼 수 있다”며 순응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복합제 전략에 무게를 뒀다.

“처음부터 2제병용하자”

유럽의 심장학계 역시 가이드라인에서 병용요법의 조기적용을 강조한 바 있다. 유럽심장학회(ESC)와 고혈압학회(ESH)는 2018년 가이드라인에서 대부분의 환자에게 2제 병용요법을 권고했고, 순응도를 고려해 단일제형복합제(single pill combination) 적용을 우선하도록 당부했다. 즉 약물치료는 2제병용으로 시작하도록 장려하는 동시에 가급적이면 단일제형 복합제를 쓰도록 권고한 것이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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