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설폰요소제가 감수해야 했던 대표적 스티그마는 무엇인가? 

당뇨병 약제는 혈당조절 기전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인슐린저항성을 개선하거나 인슐린분비능을 촉진해 혈당조절을 유도한다. 메트포르민·티아졸리딘디온계(TZD) 등이 인슐린저항성을 개선한다면, 설폰요소제와 DPP-4억제제는 인슐린분비능을 촉진해 혈당을 조절하는 공통점이 있다. 혹자는 인슐린분비능을 촉진하는 DPP-4억제제가 설폰요소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해 왔다. 근거 없는 주장이다. 경구 혈당강하제로서 두 약제는 작용기전이 상이할 뿐 아니라 각자의 역할도 분명히 다르다.

포도당 의존적으로 인슐린분비능을 조절하는 DPP-4억제제와 달리 설폰요소제는 지속적으로 췌장을 자극한다는 것이 대표적인 오해였다. “췌장을 쥐어짠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설폰요소제가 종국에는 인슐린분비능을 고갈시켜 혈당조절을 장기간 이어가지 못한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다른 약제에 비해 혈당조절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오명이 설폰요소제를 지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ADVANCE나 CAROLINA 연구는 설폰요소제의 혈당조절 지속성과 관련한 오명을 불식시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Q. 심혈관 안전성에 관한 우려도 있었는데, 배경은?

1세대 설폰요소제에 국한되는 지적이다. 2세대와 관련해서도 실험실 데이터만 있을 뿐 근거가 미약하다. 1세대 톨부타미드 대상의 UGDP 연구에서 대조군 대비 (심혈관)사망률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후 라벨에 언급되면서 설폰요소제가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약제인 것처럼 또 오명을 쓰고 말았다. 하지만 1세대 설폰요소제에 대한 내용으로 이후 3세대 약제에서 같은 결과가 관찰된 바는 없다.

1·2세대 설폰요소제로 불리는 톨부타미드나 글리벤클라미드가 심혈관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추측의 근거가 된 실험실 데이터도 있다. 설폰요소제가 췌장 뿐 아니라 심장의 칼륨통로(potassium channel)에도 영향을 미쳐 심장허혈 시에 사망위험이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3세대인 글리클라지드 또는 글리메피리드는 췌장 베타세포의 칼륨통로에 대한 선택성이 우수해 심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기전이다.

Q. 그렇다면 3세대 설폰요소제의 심혈관 안전성은?

TOSCA-IT, ADVANCE, ADVANCE-ON, CAROLINA 연구를 거치면서 글리클라지드와 글리메피리드의 심혈관 안전성이 검증됐다. 먼저 TOSCA-IT에서 설폰요소제는 TZD와 비교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았다. TZD는 PROactive나 IRIS 연구를 통해 심혈관질환 예방의 가능성을 보인 계열이다. 이 계열과 비교해 설폰요소제가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에서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약제라는 것이 시사됐다.

ADVANCE에서는 글리클라지드를 주전략으로 사용해 당화혈색소(A1C)를 6.5% 미만으로 강하게 낮춘 결과, 치료·관찰 5년시점에서 표준치료군과 비교해 미세혈관 및 대혈관합병증 복합빈도가 10% 유의하게 감소했다(P=0.01). 특히 신장병증을 21%(P=0.006) 감소시킨 것이 크게 기여해 글리클라지드 기반요법군의 미세혈관합병증이 표준 대비 14% 감소했다(P=0.01). ADVANCE-ON에서는 10년까지 관찰을 끌고 간 결과, 말기 신장질환(ESRD) 위험을 46%(P=0.007)까지 줄이며 미세혈관합병증 혜택을 장기간 유지했다.

설폰요소제의 심혈관 안전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CAROLINA 연구도 있다. 심혈관질환 1차예방 가능성까지 볼 수 있도록 디자인된 동시에 치료·관찰 6.3년으로 역대 혈당강하제 심혈관아웃컴 연구(CVOT) 중에 가장 오랜 기간 진행된 사례다.

결과는 DPP-4억제제 리나글립틴과 비교해 설폰요소제 글리메피리드의 심혈관질환 위험에 차이가 없었다. 발표 당시, 관련 전문가들은 “설폰요소제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는 스티그마(오명)가 CAROLINA를 통해 불식됐다고 평가했다.

Q. 이들 연구에서 혈당조절 지속성은 어떠했나?

과거의 연구에서는 1~2년 정도의 혈당조절 지속성을 비교했는데, DPP-4억제제와 설폰요소제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글리타존과 같은 일부 약제가 혈당조절 지속성 측면에서 좋은 연구결과들이 있는데, 췌장기능에 나쁜 영향을 주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고혈당 자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설폰요소제의 혈당조절 지속성은 장기간 관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ADVANCE에서는 5년 치료·관찰까지 글리클라지드 기반요법(집중조절군)의 평균 A1C가 6.5%대로 표준조절군(7%대)과 비교해 0.7%의 차이가 지속적으로 유지됐다.

CAROLINA 연구에서도 혈당조절 효과의 차이가 없었다. 설폰요소제는 빠른 혈당강하라는 강점을 최대한 살려, 초반부터 혈당을 크게 낮췄고 이후 6.3년시점까지 리나글립틴과 대등한 혈당강하 효과를 나타냈다. 이들 연구를 근거로 삼는다면, 적어도 설폰요소제가 췌장기능을 고갈시키는 약제라는 말은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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