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S억제제

한국인 심근경색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등록연구에서도 RAS억제제의 심혈관 임상혜택이 시사된 바 있다. 전남의대 정명호 교수팀이 Journal of Cardiology에 발표한 KAMIR(한국인급성심근경색증등록사업) 연구결과다.

연구에서는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입원해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환자들을 관찰한 결과, 퇴원 시점에 RAS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들의 심혈관사건 위험이 비처방 환자들과 비교해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혈압강하 & 심혈관 보호효과

최근 고혈압 관리의 패러다임은 혈압조절에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더불어 특정 항고혈압제에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담보하는 심혈관 보호효과가 있느냐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항고혈압제 계열 중에서는 ACEI 또는 ARB로 대변되는 RAS억제제의 심혈관 보호효과가 주목의 대상이다.

KAMIR

정명호 교수팀은 KAMIR 연구의 일환으로 우리나라 심근경색증 환자의 심혈관질환 2차예방에 RAS억제제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를 보고자 대규모 등록환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는 2008~2013년 사이 ST분절상승 심근경색증(STEMI) 병력으로 KAMIR에 등록된 669명을 대상으로 했다.

환자들은 완전히 막혀버린 관상동맥 병변에 성공적으로 PCI 시술을 받은 상태였으며, 퇴원 시점에서 RAS억제제를 처방받은 그룹(556명) 또는 그렇지 않은 그룹(113명)으로 분류돼 1년간 관찰이 진행됐다. 1차종료점은 주요심혈관사건(MACE, 심혈관 사망·심근경색증) 복합빈도를 평가했다.

심혈관사망·심근경색증↓

관찰결과, 퇴원 후 1년 시점에서 MACE 종료점은 RAS억제제 처방그룹의 상대위험도가 66%나 낮아 유의한 혜택을 나타냈다(hazard ratio 0.34, P=0.001).

한편 하위그룹 분석에서는 고혈압 병력자, 당뇨병 환자에서부터 좌심실박출량(LVEF)이 40% 이상인 환자군에 이르기까지 RAS억제제의 혜택이 일관되게 관찰됐다.

연구팀은 “PCI 시술을 받은 급성심근경색증 환자에서 RAS억제제의 장기적인 심혈관 혜택이 관찰됐다”며 이 같은 혜택이 LVEF가 보전된 저위험군 환자에서도 확인됐다는 데 의미를 뒀다.

ACEI vs ARB 동등성은?

한편 또 다른 KAMIR 연구에서는 RAS억제제를 대변하는 ACEI와 ARB의 심혈관 혜택이 대등함을 시사하는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STEMI 환자 중 좌심실수축기기능이 보존된 이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BMJ 2014;349:g6650).

연구는 2005년 11월 ~ 2010년 9월 1차 PCI 시술을 받은 STEMI 환자 6698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은 좌심실박출량이 40% 이상이었다. 환자들은 ACEI(4564명) 또는 ARB(1185명) 그룹으로 분류됐으며 RAS억제제를 투여받지 않은 환자도 949명 있었다.

심혈관 사망 또는 심근경색증 재발률  비교·분석한 결과 ACEI군은 1.7%, ARB군 1.8%로 차이가 없었다. 보정분석(propensity score)을 진행한 결과도 2% 대 1.8%를 나타내, 각각의 RAS억제제가 유사한 수준으로 위험도를 35%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adjusted hazard ratio 0.65, 95% CI 0.30-1.38, P=0.65). 반면 RAS억제제 비투여군에서는 심혈관사건 발생률이 3.5%로 가장 높았다.

2015년 Am j Cardiovasc Drugs에 게재된 또 다른 KAMIR 연구에서도 ACEI와 ARB의 대등한 심혈관 혜택이 관찰됐다. KAMIR에 등록된 8574명의 급성심근경색증 환자 데이터를 퇴원 시 ARB 처방군(2281명) 또는 ACEI 처방군(6293명)으로 분류해 관찰한 결과, 1년 시점에서 심혈관 사망 또는 심근경색증 복합빈도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보정분석에서 양 군 간 심혈관사건 복합빈도는 1.3% 대 1.7%로 ARB군의 상대위험도가 32% 낮은 경향을 보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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