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I·메트포르민·항생제 장내미생물군에 영향

지난해 유럽소화기병주간 학술대회(UEG 2019)에서는 장내미생물군이 다양한 임상 치료약물에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네덜란드 흐로닝겐대학의료원 Vich Vila A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에서는 장내미생물군이 약물반응 및 효과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팀은 다양한 약물들과 장내미생물군 변화 간 연관성을 평가하기 위해 인구기반 코호트, 염증성장질환 코호트, 과민성장증후군 포함 인구 코호트에서 1883개의 대변 샘플을 분석했다.

분석결과 41개 약물분류 중 18개가 장내미생물군 구성·기능과 연관성을 보였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약물로는 프로톤펌프억제제(PPI), 메트포르민, 항생제, 완화제가 꼽혔다.

다약제복용을 보정하고 분석했을 때는 7개 약물군이 유의한 영향을 보였고, 46개 종류와 패스웨이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에서는 유박테리움 라물루스(eubacterium ramulus)가 높은 수치를 보였고, PPI 사용자에서는 장내미생물군 내 상부위장관 박테리아가 증가됐고 지방산 생합성 패스웨이가 증가된 경향을 보였다. 메트포르민 사용자에서는 대장균 유래 대사 패스웨이의 증가가 관찰됐다.

특히 경구용 스테로이드 사용은 메탄생성 박테리아(methanogenic bacteria) 증가와 연관성이 있었는데 메탄생성 박테리아는 비만 및 체질량지수(BMI) 증가와 연관돼 있다. 이는 경구용 스테로이드제의 부작용이기도 하다. 한편 항생제 내성 증가에는 8개 약물군이 연관성을 보였다.

Expert Comment
- 서울의대 이동호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 연구는 다양한 만성질환에 사용되는 약물들이 장내 미생물군의 불균형을 야기한다는 점을 뒷받침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장내 미생물군이 소화기에 국한되지 않고 인지기능 등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위-뇌 축(gut-brain axis) 이론에 대해서는 이미 다수의 연구들이 있다. 최근에는 간, 신장, 피부 등 다양한 신체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들도 쌓여가고 있다. 이에 크론병, 궤양성대장염(경증~중등증), 파킨슨병, 자폐증 등에서는 대변이식을 통해 유익균이 많은 장내 미생물환경을 조성하는 전략이 사용되고 있다.

연구에서 장내 미생물군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대표적인 약물로 꼽힌 프로톤펌프억제제(PPI)는 위식도역류질환(GERD), 위십이지장 궤양뿐만 아니라 비비타민K길항제항응고제(NOAC),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복용환자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즉 장내 미생물군 불균형이 야기될 수 있는 잠재적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를 감안해 PPI를 비롯 비스테로이드성항염증제(NSAIDs), 스테로이드 등을 처방하거나 다약제복용을 특징으로 하는 노인 환자에게 처방할 때는 장내 미생물군 균형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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