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장증후군(IBS)의 국내 치료전략은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가 2017년 정리한 바 있다. 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최근 서구화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IBS 유병률이 서구를 따라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IBS는 서구에서 매우 흔한 질환으로 전체인구의 7~10%가 진단기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 지역 코호트 연구에서는 8~10%로 나타났다.

정의

가이드라인은 IBS를 ‘복통 혹은 복부 불쾌감, 배변습관의 변화, 최소 6개월의 복부 팽만감 등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증상의 복합체’로 정의했다. IBS 그 자체로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은 아니지만, 증상으로 인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을 주요 문제로 강조했다.

최근 서구화된 식생활습관과 함께 삶의 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IBS의 관리가 의료계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다양한 병태생리 기전을 갖춘 IBS와 관련해 저 FODMAPs 식이, 장내세균총 병태생리, 신규 치료전략의 등장 등 새로운 내용을 임상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식이

식이와 관련해서는 발효당·올리고당(fermentable oligosaccharides), 다당류(disaccharides), 단당류(monosaccharides), 당알코올(polyols) 등으로 대변되는 FODMAPs 성분의 섭취 감소 권고사항을 처음으로 추가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단쇄 탄수화물(short-chain carbohydrate) 섭취를 제한하는 저 FODMAPs 식이가 IBS 증상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이다”고 명시했다.

지난 2011년판에서 “증상을 악화시키는 음식의 제한은 IBS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만 언급한데서 좀 더 구체적으로 전략적 설명을 추가한 것이다. 학회의 설명에 따르면, 식이에 포함된 FODMAPs는 IBS 환자에서 위장관 증상(복부통증, 팽만감, 설사)을 야기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반면 저 FODMAPs 식이는 이러한 증상을 유의하게 완화시킨다.

항생제

주목되는 부분은 항생제 치료전략 권고안이다. 학회는 장내 세균총의 변화와 IBS 병태생리학적 발생기전의 연관성을 인정하며, 이를 교정하기 위해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2011년에는 “비흡수성 경구용 항생제의 단기간 사용이 일부 IBS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수준에서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리팍시민이 설사형 IBS 환자의 전반적인 증상완화에 효과적일 수 있다”며 구체적인 약제를 언급했다. 학계는 IBS의 다양한 병태생리에 기반해 새로운 치료타깃을 모색해 왔고, 근래에 다양한 경로와 원인을 나타내는 IBS의 병태생리 중에서 장내세균총의 변화에 주목했다. 장내세균총은 인체에 유익하거나 유해한 균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이 다양성과 균형이 무너지면 장질환을 비롯한 여러 질병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학회는 리팍시민과 관련해 “위장관 내 흡수가 적어(위장관 점막으로의) 세균 이동을 억제한다”며 “위장관 내 생활성도가 낮아 중증의 부작용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장강(intestinal lumen)에서 약물농도를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또 장내 세균총과 IBS 병태생리학적 기전의 연관성을 언급, IBS 환자에게 항생제 요법을 적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항생제 요법과 관련해서는 “일부 임상시험과 체계적 문헌고찰 등에서 리팍시민이 다양한 IBS 증상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리팍시민 권고의 근거를 인용했다.

부피형성 하제

부피형성 하제의 치료와 관련해 2011년 가이드라인에서 “IBS 일부 증상의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언급한 내용을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부피형성 하제가 IBS 환자의 전반적인 증상완화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개정했다. 특히 “수용성 식이섬유(soluble fiber)가 IBS 환자에서 전반적인 증상완화를 제공하지만, 이는 변비형 IBS에 국한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 첨언됐다. 부피형성 하제가 일부 IBS 환자에서 복부 불편감이나 통증, 팽만감, 가스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삼투성 하제

삼투성 하제와 관련해서는 지난 가이드라인과 변함이 없었다. 학회는 “삼투성 하제가 변비형 IBS 환자에서 배변횟수를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PEG(polyethylene glycol), 락툴로오스(lactulose), 소르비톨(sorbitol), 수산화 마그네슘(magnesium hydroxide) 등의 삼투성 하제가 저비용이며 임상연구를 통해 만성 변비에 유효성이 검증돼 왔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또 “PEG가 낮은 부작용 위험과 저비용에 변비형 IBs 환자의 증상완화에 유용하다”면서도 “만성 변비의 치료에 사용되는 락툴로오스는 IBS 연관 변비의 치료에는 권고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진경제

평활근이완작용제·항무스카린제·항콜린린제·칼슘채널차단제와 같은 진경제는 IBS의 치료에 오랫 동안 사용돼 왔다. 이들 약제는 위장관 평활근에 직접적으로 작용하거나 무스카린 수용체 등을 통해 위장관의 운동능을 조절하고 복통 및 복부 불편감을 개선하는 효과를 나타낸다는 설명이다. 학회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진경제가 IBS 환자의 복부 불편감 및 통증의 치료에 효과적이다”고 권고했다.

지사제

학회는 “설사형 IBS 환자의 경우 소장과 근위부 대장의 통과시간이 빨라져, 오피오이드(opioid)와 같이 장관의 통과를 지연시키는 약제를 통해 증상을 호전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지사제의 선택을 고려대상으로 삼았다. 이 가운데 로페라마이드(loperamide)가 위약에 비해 IBS의 전반적인 증상개선이나 복통, 복부 불쾌감의 유의한 호전은 없으나 배변형태를 호전시키고 배변횟수를 유의하게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고 부연했다.

학회는 이에 근거해 “설사형 IBS 환자의 배변형태 개선 및 배변횟수의 감소를 위해 로페라마이드가 권고된다”고 밝혔다. 2011년 가이드라인에서는 “지사제가 IBS에서 배변 형태를 호전시키고 배변 횟수를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며 지사제 전체를 언급한데 비해,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로페라마이드를 적시한 것이 특징이다.

5HT₃수용체길항제

“5HT₃(세로토닌 3형)수용체길항제는 설사형 IBS의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학회의 설명이다. 2011년판에서는 이와 같이 언급됐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5HT₃수용체길항제인 라모세트론(ramosetron)이 설사형 IBS 환자에서 배변형태, 복부통증/팽만감, 삶의 질을 개선한다”며 좀 더 세부적인 권고를 내놨다.

“라모세트론은 설사형 IBS 치료제로 개발된 새로운 약제로, 위약 대조군 임상연구에서 전반적인 증상개선과 복통, 배변습관의 호전 등이 위약에 비해 유의하게 우수했다”는 설명이다. 학회는 최종적으로 “라모세트론이 설사형 IBS 남·여 환자의 치료에 효과적이고 장기적으로 안전하다”고 밝혔다.

5HT₄수용체작용제

5HT₄(세로토닌 4형)수용체작용제는 변비형 IBS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소개됐다. 특히 2017년 가이드라인에서는 프루칼로프라이드(prucalopride)로 불리는 새로운 5HT₄수용체작용제가 언급된 것이 특징이다. 학회는 “5HT₄수용체작용제인 프루칼로프라이드가 간단한 하제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IBS 환자의 배변형태, 복부통증/팽만감, 삶의 질을 개선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학회의 설명에 의하면, 프루칼로프라이드는 5HT₄수용체에 선택적으로 강하게 결합하는 약제로 알려져 있다. 학회는 또 프류칼로프라이드 치료 환자에서 “심혈관계 독성 부작용 위험이 보고된 바 없다”며 “장 증상이 간단한 하제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 변비형 IBS 환자에게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프로바이오틱스

2011년 가이드라인에서 “일부 IBS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언급된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권고안도 이전보다 세부적인 설명이 첨가됐다. 학회는 2017년 가이드라인에서 “IBS 환자의 전반적인 증상, 팽만감, 장내가스(flatulence) 등을 완화하는데 프로바이오틱스를 고려해볼 수도 있다”고 권고했다.

항우울제

항우울제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도 IBS 증상개선 전략의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항우울제 치료와 관련해서는 “IBS 환자의 복부통증 완화와 전반적인 증상개선을 위해 삼환계 항우울제를 고려해볼 수도 있다”는 것이 학회의 입장이다.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에 대해서는 “IBS 환자의 행복감(sense of well-being)을 개선하는데 고려해볼 수도 있다”고 권고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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