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MA 사태

그야말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대혼란의 시대다. 작년 발사르탄 사태에 이어 올해 라니티딘 원료에서 NDMA가 검출되면서 의료계에는 혼란이 지속되고 있고 급기야 최근에는 싱가포르 일부 회사의 메트포르민에까지 NDMA가 검출돼 조사 중이다.

2019년 9월 25일 라니티딘 전 원료에서 NDMA가 검출되어 라니티딘 성분이 포함된 약제의 잠정적 판매 중단이 시행됐고, 구조적으로 라니티딘과 유사한 니자티딘도 10월 3일 일본 15개 업체들이 의약품 자진회수 결정했다. 라니티딘의 경우 여러 소화기질환에서 1차 사용되고 있고 H₂수용체길항제 시장의 77%(2300억)를 차지하는 주요 제제이기 때문에 그 여파가 상당히 큰 것으로 보인다.

FDA(미국식품의약국)에서는 지난해 11월 추가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약제에서 검출되는 NDMA는 훈제 고기와 같은 일반 음식을 먹을 때 노출되는 양과 비슷하고, 아직 구조적인 문제를 찾을 수 없으며 라니티딘의 NDMA 형성 여부는 인체 대상 테스트를 더 진행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또 라니티딘과 니자티딘은 구조의 특성상 체내에서 아질산염(nitrite)과 같이 존재하는 것이 생체내 NDMA 형성과 연관된다는 일부 보고들때문에 라니티딘을 계속 복용하고자 하는 환자들은 아질산염이 함유된 음식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대체현황

그러나 이미 시장에서는 이 성분의 약제들이 사라진 상태고, 설사 향후 조사결과에 따라 선택적 재사용이 가능하게 되더라도 의사들이나 환자들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 그러므로 이제는 이제 라니티딘의 재사용 여부보다는 그 빈자리를 어떤 약제가 차지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FDA에서는 위산억제제인 라니티딘의 대체약제로 파모티딘, 시메티딘, 에스오메프라졸, 란소프라졸, 오메프라졸을 제시했고, 일본의 라푸티딘도 NDMA 위험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과는 달리 다양한 약제가 사용되는 국내에서는 외국의 권고와는 다른 선택사항들이 고려될 수 있다.

라니티딘 사태 직후 의사 학술 커뮤니티인 Dr.Ville에서 의사회원 1664명(개인의원 56%)을 대상으로 이와 연관된 주제에 대해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기존에 어떤 환자에게 라니티딘 제제를 처방했는지”에 대한 답변으로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로 인한 위장관장애(39.6%)와 단순 위염 및 속쓰림 예방 및 치료(35.3%)가 가장 많았고, 이외에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비비타민K길항제 경구용항응고제(NOAC)로 인한 위장관 장애(13.2%), 위식도역류질환(GERD)(11.9%) 순으로 처방하고 있었다.

또 "라니티딘 계열 약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체로 어떤 약을 처방할 것인가"에 대한 의사들의 의견은 프로톤펌프억제제(PPI)(48.7%), 다른 H₂수용체길항제(35.0%), 점막보호제(15.1%), 위장관운동 촉진제(1.2%) 순이었다. 그러나 실제 유비스트 자료를 통해 라니티딘 문제가 발생한 9월 전후 소화기약제 판매량 변화를 살펴보면 설문조사 결과와 달리 점막보호제의 처방량이 다른 H₂수용체길항제가 대체 처방된 양과 비슷하게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그림 1).

이런 차이가 나타난 요인을 몇 가지 추정해볼 수 있는데 우선 가이드라인에서는 NSAID 사용 시 위장관 출혈의 고위험군에서 PPI를 사용하는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실제 국내 임상현장에서는 H₂수용체길항제나 점막보호제가 많이 사용되고 있었다는 점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1차진료기관과 상급기관 사이에 환자군이 다르기 때문에 중증도나 위험도에 따른 처방패턴이 다를 수도 있는데 유비스트 자료를 병원과 의원으로 나누어 비교해보면 병원에 비해 의원에서 점막보호제 처방 증가율이 더 높은 것을 볼 수 있다(그림 2).

국내에서 라니티딘 제제는 단독 성분 제제보다는 비스무스와 수크랄페이트 성분이 합쳐진 복합제가 80% 이상이었기 때문에 처방약제의 기전상 단순 위산억제제의 개념보다는 위점막보호제의 개념을 같이 가지고 있었다는 점도 대체약제를 선택할 때 영향을 줬을 것 같다. 그리고 라니티딘을 PPI로 교체하기에는 보험기준 문제도 영향을 줄 수 있겠고, 최근 대두되고 있는 PPI의 장기처방 시 합병증에 대한 우려도 경증 환자에서 쉽게 PPI로 교체하지 못한 원인이 될 수 있다.

향후 처방패턴은?

이번에 라니티닌 제제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처방패턴의 변화가 시작됐지만 최근 알려지고 있는 새로운 사실들도 앞으로의 처방패턴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는 아스피린이나 NSAID 투여가 위궤양과 같은 위점막 손상을 흔히 일으키기 때문에 출혈과 같은 중대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위산억제제인 PPI 병용투여가 권고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동물실험이나 캡슐내시경을 이용한 임상연구에서 아스피린이나 NSAID 투여가 위점막 손상뿐만 아니라 소장점막 손상을 상당히 많은 수에서 유발하는 것이 보고됐고, 이는 COX-2 억제제도 예외는 아니다. 더 중요한 점은 NSAID 유발 위점막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PPI를 같이 사용하면 소장점막 손상은 오히려 더 심해진다는 사실이다. 이런 NSAID 연관 소장점막 손상의 예방을 위해서는 레바미피드나 폴라프레징크와 같은 점막보호제 사용이 효과적이라는 소수의 임상연구가 발표됐기 때문에 진료현장의 의사들이 이런 새로운 내용을 충분히 접하게 된다면 점막보호제 시장은 향후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라니티딘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당연하게 같은 H₂수용체길항제 계열로의 대체 처방이 증가했고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은 파모티딘과 라푸디딘으로 각각 40%와 31%의 처방이 증가되었다. 라니티딘보다는 조금 더 강력한 H₂수용체길항제로 알려진 두 약물이 경증질환에 주로 사용됐던 라니티딘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그동안 간과되었던 H₂수용체길항제의 장점이 부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PPI는 상대적으로 강력한 위산분비억제 효과를 보이지만 충분한 위산분비억제 효과가 나타나는데 3~5일이 걸리는 단점이 있는 반면 파모티딘은 투여 첫날부터 위내 pH를 충분히 상승시켜 효과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므로 비록 1~2주 후에 내성으로 그 효과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짧은 기간 필요할 때만 복용하는 것은 PPI보다 더 우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PPI는 식전에 복용해서 식사로 벽세포를 자극해야 그 효과가 충분히 발휘되는 반면 H₂수용체길항제는 식사에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복용의 간편성이 있으며, 야간 산 역류시에도 자기 전 투여법으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동안 라니티딘이 경증의 질환에 용이하게 사용됐던 약제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의 가장 현실적인 대체 약제인 파모티딘이나 라푸티딘의 경구 및 주사제의 보험기준이 라니티딘 수준으로 조정돼야 진료현장에서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특히 보험심사에 영향을 많이 받는 1차 진료기관에서는 이런 문제가 더 중요할 수 있다.

PPI의 경우 지난 20년간 그 적응증과 사용이 엄청나게 증가되었지만 강력한 위산억제로 인한 부작용이 강조되면서 이전과 달리 장기처방이나 경증 질환에서의 처방이 쉽지 않은 상황이고, 최근 더 강력한 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인 테고프라잔이 이용 가능하게 되면서 기존의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과다한 위산억제의 부작용을 억제하기 위해 PPI 용량을 더 낮추는 것도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다. 최근 기존의 유지요법의 절반 용량인 PPI 제형이 발매되어 위·십이지장 궤양 과거력이 있는 환자에서 100mg 이하의 저용량 아스피린 투여시 궤양 예방 약제로 허가를 받아 처방이 가능한 상태이다.

마지막으로 기존에 라니티딘이 알비스와 같은 점막보호제가 섞인 복합제의 형태로 주로 처방되었다는 점과 NSAID나 아스피린 유발 소장 점막 손상에 점막보호제가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에 비추어 이번 사태가 오히려 새로운 복합제의 개발에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물의 원료에서 NDMA가 검출이 되는 중요한 사태가 발생하고 이에 대한 대처도 미숙했었지만, 오히려 이번 사태를 계기를 약제 원료 관리 과정의 개선과 함께 새로운 기전의 복합제가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THE MOST  webmaster@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