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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가이드라인 말하기를…
  • 이상돈 기자
  • 승인 2020.04.29 15:42
  • 호수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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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당뇨병학계의 최신 가이드라인이 모두 선을 보이면서 권고안의 비교가 가능해졌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2020년 신년벽두부터 새로운 당뇨병 관리 가이드라인을 들고 나오며 내분비학계와 심장학계 등에 당뇨병 관련 화두를 던졌다. 화두의 중심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망원인이 되고 있는 당뇨병을 예방·진단·치료하고, 이를 통해 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과 장애를 극복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고령사회를 맞아 당뇨병 대란을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이 화두를 간과할 수 없는 처지다. 특히 시시각각 늘어가는 당뇨병 환자를 대면해야 하는 임상의들에게는 실로 중요한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앞서 대한당뇨병학회도 지난해 당뇨병 진료지침 완전 업데이트판을 선보이며, 새로운 당뇨병 치료의 시대를 열었다. 양 학회의 가이드라인은 당뇨병의 예방·진단·치료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같은 틀을 쓰고 있다. 크게는 혈당조절을 통한 혈관합병증 예방에 치료의 목적을 두고 있으나, 이를 위한 세부적인 전략의 수립에는 다소간의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특히 대혈관합병증, 즉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혈당강하제의 적용에 있어서는 양 학회 모두 신규 혈당강하제 전략을 우선하도록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미 양 국 학회는 당뇨병 예방·진단·치료의 화두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을까? 양 국 가이드라인을 집중적으로 비교·분석해봤다.

당뇨병 정의·진단

ADA는 가이드라인에서 제1형과 제2형당뇨병의 병태생리를 간략하게 설명하며, ‘정의’ 또는 ‘분류’를 최우선 화두로 내세웠다. 제1형당뇨병은 “자가면역 베타세포 파괴에 의해 절대적인 인슐린의 결핍으로 귀결되는 경우’로, 제2형당뇨병은 “주로 인슐린저항성이 기저원인으로 작용해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능이 점차 소실되는 경우’로 정의했다.

이는 대한당뇨병학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학회는 진료지침에서 제1형당뇨병을 “췌장 베타세포 파괴에 의한 인슐린 결핍으로 발생한 경우”, 제2형당뇨병은 “인슐린저항성과 점진적인 인슐린 분비결함으로 발생한 경우”로 설명하고 있다.

진단 역시 양 학회가 기본적인 틀을 같이 하고 있다. ADA는 △공복혈당(FPG) △식후혈당(2-h PG) △당화혈색소(A1C) 검사결과에 근거해 당뇨병을 진단한다.  △FPG ≥ 126mg/dL △2-h PG ≥ 200mg/dL △A1C ≥ 6.5%로 제시해 예년과 차이가 없다. 전형적 고혈당 증상 또는 고혈당 위험환자에서 임의혈장혈당 ≥ 200mg/dL인 경우도 당뇨병으로 진단하도록 했다.

대한당뇨병학회 역시 공복과 식후혈당 기준을 동일하게 제시하고 있다. A1C 기준도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할 수 있다”며 혈당조절 목표치를 진단기준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당뇨병전단계도 양 학회가  FPG 100~125mg/dL을 공복혈당장애(IFG)로, 2-h PG 140~199mg/dL은 내당능장애(IGT)로 진단할 수 있도록 공통된 기준을 제시했다. A1C가 5.7~6.4%인 경우에도 당뇨병전단계로 규정할 수 있다.

당뇨병 예방

예방은 당뇨병 대란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어전략이다. 당뇨병 예방전략에는 비용효과적인 생활요법의 1차치료와 함께 약물을 쓸 것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美 측이 약물치료의 적극적인 적용을 주장해 왔다면, 韓 학계는 “승인 약제가 없다”는 점을 들어 전방위적인 사용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다.

ADA는 새 가이드라인에서 당뇨병전단계 환자의 당뇨병 예방전략으로 약물치료를 권고했다. “체질량지수(BMI) 35kg/㎡ 초과, 60세 미만 연령대, 임신성당뇨병 병력 여성에 해당하는 당뇨병전단계 환자에서 제2형당뇨병의 예방을 위해 메트포르민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대한당뇨병학회는 예방을 위한 약물치료와 관련해 “승인된 약제는 없다”며 선을 그으면서도 “여러 연구에서 메트포르민, 아카보스, 올리스탯, 피오글리타존과 같은 약제가 당뇨병 고위험군에서 당뇨병 발생을 의미 있게 지연 또는 예방했다”며 일련의 근거를 내놓고 있다. 또한 “당뇨병전단계에서 당뇨병으로의 진행을 막기 위해 약물중재를 고려할 수 있다”며 이전보다 진일보된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다.

혈당 목표치

제2형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어디까지 낮출 것인가? 혈당조절 목표치는 한·미 양 국 학회가 유일하게 차이를 보이는 대목 중 하나다. ADA는 A1C 7%를 혈당조절 목표치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A1C 7% 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는 것.

하지만 미국의 A1C 7% 기준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할 필요는 없다. ADA 자체적으로도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라 7%보다 강하게 또는 덜 엄격하게 혈당을 유동적으로 조절하도록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환자 중심 또는 맞춤형 접근법이라 하는데, “저혈당증을 비롯해 여타 부작용 위험 없이 치료가 가능한 일부 선택적 환자군에게는 보다 엄격한 A1C 목표치를 적용, 6.5% 미만조절도 타당할 수 있다”고 ADA는 밝혔다. 또 “중증 저혈당증 병력, 제한된 기대수명, 미세혈관·대혈관합병증 진행, 광범위한 동반질환, 장기간 이환 환자 등에게는 완화된 A1C 목표치로 8% 미만조절을 적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한당뇨병학회는 지난해 업데이트한 진료지침을 통해 미국과는 다른 목표치를 제시한 바 있다. 당시 당뇨병학회 진료지침위원회는 우리나라 제2형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보다 강하게 조절하도록 권고했다. 아주의대 김대중 교수(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는 “제2형당뇨병 환자의 일반적인 혈당조절 목표는 A1C 6.5% 미만으로 권고한다”고 명시했다.

혈당강하제 전략

당뇨병 치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략은 바로 약물요법이다. 현단계에서는 메트포르민, 설폰요소제, 티아졸리딘디온계(TZD), DPP-4억제제, SGLT-2억제제 등의 경구 혈당강하제와 GLP-1수용체작용제, 인슐린 등의 주사제가 임상의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ADA는 혈당강하제 선택에 있어, 환자의 임상특성과 이에 걸맞는 약제특성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환자의 임상특성(심혈관질환 병력, 저혈당증 위험 등)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특성을 갖춘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ADA는 약물치료 권고안을 내놓으며 약물선택과 관련해 “환자의 △심혈관합병증 동반이력 △저혈당증 위험 △체중과 함께 약제의 △비용 △부작용 위험 △환자 선호도 등을 고려하라”고 주문했다. 당뇨병 치료에서 환자 중심 또는 맞춤형 접근법이 재차 강조되는 대목이다.

치료 알고리듬

환자와 약제의 특성은 ADA 가이드라인에서 치료 알고리듬을 구성하는 두 축으로 작용한다. 두 가지 기준을 근거로 단독에서 2·3제 병용요법에 이르기까지 맞춤치료를 선택하도록 했다. 체중증가와 저혈당증 위험이나 심혈관질환 병력 등 환자의 임상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전특성을 고려해 약제를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이번 가이드라인의 알고리듬에서는 약제특성에 기반한 혈당강하제 선택과 관련해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심부전, 신장질환을 동반하거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당뇨병 환자들에게 특정 계열의 혈당강하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대혈관 또는 미세혈관합병증 동반 여부가 혈당강하제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다.

ASCVD 1·2차예방

1차치료는 역시 메트포르민이다. 그래도 A1C가 목표치를 웃도는 경우 2차선택으로 병용제를 선택하는데, 여기서부터 환자의 임상특성과 약제특성이 주요 선택기준으로 작용한다. 우선 심혈관질환 병력과 관련해 “ASCVD 병력자 또는 고위험군, 신장질환이나 심부전 병력자인 제2형당뇨병 환자에게 심혈관질환 혜택이 입증된 SGLT-2억제제 또는 GLP-1수용체작용제가 권고된다”는 내용이 새롭다. 

지난해에는 ASCVD 병력자에만 국한됐던 두 약제의 우선선택 범위가 올해는 병력자에서 고위험군(indicators of high risk)으로까지 확대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이 같은 권고안을 임상에 적용할 경우, ASCVD 병력자의 2차예방에 이어 ASCVD 고위험군의 1차예방 목적으로 두 계열의 혈당강하제를 처방할 수도 있다.

저혈당증·체중·비용

ASCVD 또는 심부전·만성신장질환이 없는 환자의 경우에는 저혈당증과 체중증가 위험 그리고 비용 등이 약제선택 시 고려사항으로 제시됐다. 예를 들어 저혈당증 위험을 최소화시킬 필요가 최우선인 환자에게는 DPP-4억제제(DPP-4I), GLP-1수용체작용제, SGLT-2억제제, 티아졸리딘디온계 등이 2차선택으로 권고됐다.

또한 체중증가를 최소화시키거나 체중감소를 유도해야 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체중감소 효과가 우수한 GLP-1수용체작용제 또는 SGLT-2억제제가 병용선택으로 이름을 올렸다. 비용이 주된 이슈로 작용하는 경우에는 설폰요소제(SU)와 티아졸리딘디온계가 주된 선택으로 자리하는 식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한편 대한당뇨병학회 역시 새롭게 조정된 치료 알고리듬에서 “ASCVD 동반 환자에게는 SGLT-2억제제 중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입증된 약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ASCVD를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게는 GLP-1수용체작용제 중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입증된 약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메트포르민 1차치료에 이어 2차치료 선택 시에 심혈관질환 병력 여부에 따라 두 계열 약제를 우선선택할 수 있다는 뜻으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검증한 최근의 CVOT(cardiovascular outcome trials)를 반영한 결과다. 학회는 이에 근거해 각각의 혈당강하제 특성을 기반으로 제2형당뇨병 치료약물을 선택하도록 알고리듬을 제시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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