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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변동성 방치하면 혈관·장기손상에 심혈관질환까지고려의대 박창규 교수, “가정·활동혈압 측정하고 작용시간 긴 항고혈압제 써야”
  • 이상돈 기자
  • 승인 2020.05.12 14:00
  • 호수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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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주치의의 속을 태우는 고혈압 환자가 있다. 진료실을 찾을 때마다 측정한 혈압은 140/90mmHg 미만. 잘 치료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 의사는 항고혈압제 치료를 그대로 유지한다. 하지만 장기간 지속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낮아져야 할 미세단백뇨 수치는 오히려 상승하며 표적장기손상의 예후가 관찰된다. 

가정혈압과 24시간활동혈압을 활용한 결과, 이 환자는 진료실 이외의 혈압이 경계치를 넘어서는 가면고혈압이었다. 특히 야간·수면 시에 혈압이 떨어지지 않거나 상승하는 non-dipper 또는 riser 그룹에 속하는 경우였다. 결과적으로는 혈압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표적장기손상이 계속 진행된 것이다. 환자의 합병증 예후는 결국 의사가 항고혈압제 치료에 변화를 준 후에 개선됐다.

이 환자는 고혈압 환자에서 야기될 수 있는 혈압변동성의 위험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하루 중 또는 일(日)·월(月)·연(年) 단위로 높고 낮음을 반복하는 혈압변동성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며 고혈압 치료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제 임상현장의 관심은 심한 혈압변동성을 어떻게 잡아내고, 치료하느냐에 집중되고 있다. 고려의대 박창규 교수(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는 “가정혈압과 24시간활동혈압을 적극 활용해 혈압변동성의 빈도가 잦고 폭이 큰 환자들을 가려내는 것이 급선무”라며 “진단 이후에는 약제복용 시간을 조절하거나 24시간 혈압조절이 가능한 항고혈압제를 적용하는 등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로부터 혈압변동성의 심각성과 대처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Q. 혈압변동성을 정의한다면?

혈압은 수시로 변한다. 환자의 심리상태나 신체활동 뿐 아니라 교감신경 또는 레닌안지오텐신계(RAS) 항진과 같은 호르몬의 영향 등에 의해 혈압의 높고 낮음이 달라질 수 있다. 이를 혈압변동성이라 총칭하는데, 시기에 따라 더 세부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혈압수치가 실시간 단위로 변하는 △초단기(very short term), 하루 중 변화를 나타내는 △단기(short term), 하루·하루 단위의 △중기(mid term), 월 또는 연 단위의 △장기(long term) 혈압변동성을 일컫는다.

Q. 고혈압 환자에서 혈압변동성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혈압은 항시 변하지만, 변화의 빈도와 폭에 따라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단기 혈압변동성을 예로 들면, 하루 중 혈압변화의 빈도가 잦은데다 높고 낮음의 폭마저 큰 경우 고혈압 합병증 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불안 심리상태·격한 신체활동·교감신경계나 RAS의 항진·염분 과다섭취 등의 인자들이 혈압변동성의 중증도에 영향을 미치는데, 정상혈압보다는 고혈압 환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압변동성의 빈도가 잦고 폭이 크다는 것은 단기·중기·장기적으로 혈압상승에 노출되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혈압이 높아지는 상황이 많아지고 장기화될수록 혈관을 비롯한 장기에 손상이 가해질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고혈압 환자에서 심각한 혈압변동성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상승시키는 새로운 인자이자 치료타깃으로 인식되고 있다.

Q. 혈압변동성이 어떤 고혈압 병태를 야기하는지?

진료실 외 일상생활에서 높은 혈압을 나타내는 가면고혈압(masked hypertension), 아침·기상 직후 혈압이 급상승하는 아침고혈압(morning hypertension), 야간·수면 시에 혈압이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상승하는 병태(non-dipper, riser) 등이 혈압변동성의 영향을 받는다. 가면고혈압의 경우 실제로 고혈압이지만 진단이 이뤄지지 않아 치료가 지연된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라도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기 쉬워 치료강도의 조절이 이뤄지지 않는 만큼, 표적장기손상과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야간·수면 시에 혈압이 안정권으로 떨어지지 않거나 상승하는 병태가 임상에서 직면할 수 있는, 혈압변동성이 야기하는 가장 흔한 형태의 고혈압이라 할 수 있다. 이 경우 또한 정상혈압이나 혈압변동성이 심하지 않은 고혈압 환자에 비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Q. 혈압변동성이 심한 고혈압 환자, 대처법은?

24시간 혈압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단기 혈압변동성을 예로 들면, 하루 중 과도한 혈압변화의 폭을 정상패턴으로 되돌려야 한다. 1일 1회 복용의 항고혈압제 치료를 가정할 때, 하루 24시간 동안 지속·장기적으로 혈압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하루 중 혈압변동성을 고려한다면, 반감기가 짧아 작용시간이 제한적인 경우 야간·수면 시 혈압상승이나 아침·기상 직후 급상승하는 혈압까지 조절하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한다. 야간·수면 시 혈압상승이 있다면, 저녁·취침 전 항고혈압제를 먹도록 약제 수를 늘리거나 복용시간을 조절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Q. 혈압변동성 개선 항고혈압제 계열이 있는지?

과거 ASCOT-BPLA 연구에서 칼슘길항제(CCB)와 베타차단제를 비교했다. 두 계열은 혈압강하의 정도는 비슷했으나 궁극적인 심혈관질환 아웃컴에서는 CCB가 더 우수했다. 전문가들은 CCB가 혈압강하 이외에 혈압변동성을 더 개선한 것이 주효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CCB 약제의 반감기가 길어 작용시간이 충분한 만큼, 24시간 혈압조절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역시 다른 계열과 비교해 작용시간이 긴 것으로 인정받고 있어, 24시간 혈압조절과 혈압변동성 개선에 주된 선택이 될 수 있다. 단기·장기 혈압변동성에 따라 연구결과가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혈압변동성 개선과 관련해 베타차단제보다는 이뇨제, 이뇨제보다는 ARB나 CCB가 우수하다는 경향이 관찰되고 있다. 따라서 혈압변동성과 관련 단독제에서 더 나아가 병용 또는 복합제를 쓸 때는 ARB와 CCB의 조합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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