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Sub Story
한국인 고혈압전단계 골든타임 놓치면 심혈관질환↑
  • 이상돈 기자
  • 승인 2020.05.12 17:39
  • 호수 85
  • 댓글 0
“주의혈압과 고혈압전단계를 합한 병태의 유병률은 남성 35%와 여성 23%로 평균 26%에 달한다. 2016년 기준 30세 이상 성인인구의 55%가 정상혈압보다 높은 혈압을 갖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2018 고혈압 진료지침을 통해 고혈압전단계 환자의 현황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이와 함께 고혈압 뿐만 아니라 고혈압전단계에서부터 합병증, 즉 심혈관질환 위험이 정상혈압 대비 증가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2016년 29%의 유병률을 보였던 고혈압에 주의혈압과 고혈압전단계 환자(26%)까지 합하면 50% 이상이 높은 혈압에 노출돼 있으며,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위험의 증가 역시 불을 보듯 훤하다는 결론이다.

고혈압전단계 정의

2018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에 따르면, 고혈압전단계는 혈압 130~139/80~89mmHg 구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수축기혈압 120~129mmHg와 이완기혈압 80mmHg 미만(120~129/80mmHg)은 주의혈압으로 분류된다. 과거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들 모두를 포함한 120~139/80~89mmHg 구간을 고혈압전단계로 총칭했다.

미국의 경우 130/80mmHg 이상부터 고혈압으로 정의하고 있다. 때문에 수축기혈압 120~129mmHg에 이완기혈압 80mmHg 미만 구간을 ‘상승혈압(elevated BP)’이라 하여 고혈압전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유럽이 정의하는 고혈압전단계는 ‘높은 정상혈압(high normal BP)’으로 불리는 130~139/85~89mmHg 구간이다.

심혈관질환 위험증가

정상혈압도, 고혈압도 아닌 고혈압전단계가 문제로 여겨지는 이유는 바로 이 구간부터 고혈압 합병증인 심혈관질환 위험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가이드라인에서 “일반적으로 115/75mmHg부터 시작해 혈압이 20/10mmHg씩 오를 때마다 허혈성 심장질환이나 뇌졸중에 의한 사망위험이 두 배가량 상승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확히 고혈압전단계 구간부터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인 관찰연구

때문에 “고혈압전단계 또는 고혈압 직전단계일지라도 안심해서는 안된다”는 경고가 국내 연구를 통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수축기혈압 120mmHg 또는 130mmHg 이상부터 심혈관질환 위험이 상승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가 아닐지라도 이 시점 또는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혈압관리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 인구에서 고혈압전단계와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의 연관성이 더 뚜렷한 것으로 보고됨에 따라 고혈압전단계 환자의 대처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따라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기준으로 고혈압전단계일지라도 조기에 혈압을 적극적으로 관리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관상동맥질환

삼성서울병원 이문규(내분비대사내과) 교수팀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KHGS)’를 토대로 10년간 추적관찰한 결과를 분석해 “고혈압전단계의 성인도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연구결과, 수축기혈압 130mmHg 이상인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이 수축기혈압 120mmHg 미만인 정상 성인보다 76.7% 높았다.

여기에 관상동맥질환 위험은 80.7% 높았고,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위험도 81.7%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정상혈압보다 조금 높은 주의혈압(120~129mmHg)에 해당하는 성인에서도 심혈관질환 상대위험도가 정상혈압군보다 50.6% 높았다. 관상동맥질환 위험은 47.2%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 교수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따라 혈압이 정상기준을 벗어났을 때 위험을 확인한 연구”라며 “국내 기준으로 고혈압전단계더라도 조기에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를 통해 발생 가능한 위험을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뇌혈관질환

한편 국내 연구팀이 고혈압전단계에 해당하는 성인들에서도 대뇌 소혈관질환이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보라매병원 신경과 권형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진호 교수팀이 지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건강검진을 위해 서울대병원 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한 평균연령 56세의 건강한 성인 2460명을 대상으로 관찰한 결과다.

연구에서는 뇌 MRI 영상 및 임상정보를 바탕으로 고혈압전단계와 대뇌 소혈관질환 위험증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결과는 고혈압전단계 그룹의 열공성 뇌경색 위험이 정상혈압 그룹에 비해 1.7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 미세출혈 위험은 2.5배나 높은 것으로 확인돼 고혈압전단계에서도 대뇌 소혈관질환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고혈압전단계는 안심해야 할 단계가 아닌, 적극적인 초기관리가 필요한 단계로 인식하고 조기에 치료해야 추가 질환 발생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리전략

대한고혈압학회는 2018년 가이드라인을 통해 고혈압전단계부터 적극적으로 혈압을 관리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다만 약물치료는 강하게 권고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전단계에서 약물치료는 권고하지 않고, 주의혈압 및 고혈압전단계에서는 고혈압 발생이나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생활요법을 권고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진료실자동혈압(AOBP)을 이용해 진단된 수축기혈압 130mmHg 이상의 심혈관질환 동반 환자는 생활요법과 함께 약물치료를 고려한다”며 심혈관질환 위험에 따른 약물치료 적용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고혈압전단계일지라도 일부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서 항고혈압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혈압전단계이면서 위험인자 3개 이상, 당뇨병, 무증상장기손상 등에 해당하면 생활요법 또는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무증상 장기손상 또는 심혈관질환 동반 당뇨병 환자, 임상적 심혈관질환 환자, 만성 신장질환 환자인 경우에도 고혈압전단계부터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고혈압전단계에서 항고혈압제 치료전략

  • 혈압과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근거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은 혈압의 높고 낮음에서 더 나아가, 환자의 전반적인 심혈관 위험도를 평가해 분류하고 이에 근거해 치료계획을 세우도록 주문하고 있다. 혈압과 함께 심혈관 위험도 분류가 치료의 또 다른 기준으로 역할하는 것이다.

지침에서는 심혈관위험도 평가의 기준이 되는 구성요소로 △혈압수치(혈압분류) △심혈관 위험인자 개수 △무증상장기손상 △심혈관질환 병력 등을 제시했다. 이들 요인에서 어떤 특성을 나타내느냐에 따라 환자들의 심혈관위험도를 최저위험군, 저위험군, 중위험군, 고위험군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심혈관 고위험군은 당뇨병(무증상장기손상 또는 심혈관질환 동반한 당뇨병), 심혈관질환, 만성 신장질환이 있는 고혈압전단계, 1·2기 고혈압 환자로 정의했다. 위험인자가 3개 이상이면서 당뇨병, 무증상장기손상이 있는 1·2기 고혈압 환자도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이와 동일한 조건의 고혈압전단계 환자는 중위험 또는 고위험군으로 정의할 수 있다.

심혈관 위험인자 1~2개인 2기 고혈압 환자도 고위험군에 속한다. 또한 위험인자가 0개일지라도 2기 고혈압에 해당하면 중위험 또는 고위험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 고위험 그룹에게는 처음부터 생활요법이나 약물치료(고혈압전단계) 또는 생활요법과 약물치료(1·2기 고혈압)가 즉시 적용돼야 한다. 한편 10년간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에 따라 고위험(15% 이상), 중위험(10~15%), 저위험(5~10%), 최저위험(5% 미만)군으로 나눌 수 있다.

2018년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이 처럼 심혈관위험도와 혈압분류에 기반해 저·중·고위험군을 정의하고 이에 근거해 각각의 위험군에서 치료시작을 결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고혈압 1기(140~159/90~99mmHg) 환자부터 약물치료가 적용되는 가운데 고혈압전단계(130~139/80~89mmHg)에서도 당뇨병, 심혈관질환, 또는 만성 신장질환이 있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게 약물치료가 권고됐다. 140/90mmHg를 넘지 않더라도 당뇨병 등이 있으면 130/80mmHg부터는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으로, 기존에 비해 약물적용의 시기가 다소 앞당겨졌다고 볼 수 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혈압#진료지침#대한고혈압학회

이상돈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