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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합병증 뇌출혈에서 뇌경색으로전통과 서구화 공존…심혈관 위험인자 동반↑
  • 이상돈 기자
  • 승인 2020.05.12 17:30
  • 호수 85
  • 댓글 0
만성질환의 유병특성이 인종 또는 지역 간에 차이를 나타낸다는 보고가 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인 또는 지역과 서양인 또는 서구 사이의 유병패턴이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차이에 의해 다른 특성을 보인다는 것인데 그 기전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이를 통해 환자의 지역 또는 인종 간 임상특성을 고려한 맞춤치료의 가능성도 한층 더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인 특성의 전형

최근에는 서울의대 박경수(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팀이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에 보고한 연구논문이 한국인 만성질환의 유병특성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제시해 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서양인에 비해 비비만형 당뇨병이 많고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도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런데 박 교수팀이 10년간의 추적·관찰연구를 통해 이 주장, 즉 상대적으로 감소돼 있는 인슐린분비능의 저하가 한국인 당뇨병 발생의 주된 원인이라는 것을 규명했다. 이 유병특성을 임상진료에 적용할 경우, 한국인 당뇨병 환자의 치료 시에 인슐린분비능 개선에 좀 더 초점을 두는 맞춤형 방식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전통과 서구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 또는 지역의 만성질환 유병특성은 크게 두 가지 갈래로 원인을 파악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오랜 기간 동안 지역·인종만의 독특한 생활습관이나 지리·사회·문화·경제 환경 속에서 전통적으로 서양과 구별되는 질환특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경우 유전적 요인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최근 두드러지게 관찰되는 동향으로, 현대화로 인해 과거의 전통적 생활습관이 서양을 따라가기 시작하면서 질환의 특성 또한 점차 서구화돼 가고 있는 현상이다. 아시아 지역은 기존의 전통적인 유병특성이 유지되는 동시에 서구화로 인한 질병패턴의 변화가 공존하는 과도기 단계에 있다.

심혈관 위험인자 

고혈압은 뇌졸중의 가장 대표적인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뇌혈관질환이 여전히 높은 유병률을 보이지만 세부적으로는 뇌출혈과 같은 출혈성은 감소하고 허혈성 뇌졸중이 증가하는 서구의 패턴을 따르고 있다.

서양에 비해 비비만형 당뇨병이 여전히 많으나, 비만형 역시 증가하고 있다. 이상지질혈증은 전통적으로 고중성지방혈증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 비중이 높았지만, 상대적으로 서양인에서 강세였던 고LDL콜레스테롤혈증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인의 고혈압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인 고혈압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비만·고혈당·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질환을 동반하는 경우, 즉 대사증후군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일련의 국내 역학 데이터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에서 당뇨병 유병률은 62.5%,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62.8%로 여타 심혈관 위험인자의 동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보건당국이 발표한 한국인 임상자료에서는 고혈압이 대사증후군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5년간 대사증후군 관련 질환의 건강보험 심사결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사증후군 관련 질환의 절반가량이 고혈압(585만명)이었다. 나머지는 당뇨병(258만명), 고지혈증(144만명), 심혈관질환(102만명), 뇌혈관질환(101만명) 순이었다. 고혈압 환자에서 여타 대사질환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내분비학회(ENDO) 저널에 발표된 또 다른 한국인 역학연구에 따르면, 대사증후군 구성인자 가운데 당뇨병과 고혈압이 사망위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됐다. 성균관의대 성기철·이은정 교수팀(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내분비내과)이 원내 건강검진 환자 15만명 이상의 데이터를 후향적으로 관찰한 결과, 대사증후군 환자의 사망률이 1.6배 높은 가운데 고혈압과 당뇨병이 유의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라지는 치료전략

한국인 만성질환 유병특성의 변화를 고려한다면, 이를 치료하는 전략도 서양인 중심에서 우리나라 환자 중심으로 달라져야 한다. 정확한 맞춤치료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만성질환 환자들에서 관찰되는 유전·환경적 요인에 의한 임상특성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이를 통해 서양과 차이를 보여 왔던 유병특성에 근거한 치료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특히 전통적 특성과 서구화 패턴이 공존하고 있는 만큼, 개별 환자에 대한 분석을 근거로 치료전략을 맞춰가야 한다. 전통적 생활습관이 서구화되가고 있는 과도기에 절실한 치료전략이다.

진료지침

대한고혈압학회는 지난 2018년 새로운 ‘고혈압 진료지침’을 발표했다. ‘혈압’보다는 ‘환자’를 치료하도록 주문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혈압이라는 단일 수치에 얽매이기보다는 혈압을 포함한 환자의 임상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하도록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혈압조절 = 심혈관질환 예방’이라는 공식을 이끌어내기 위해 치료전략의 내연을 넓힌 것이다.

진료지침이 “혈압을 조절해 혈압상승에 의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치료목표를 명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높아진 혈압이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와 궁극적인 심혈관질환의 복합적 원인 중 하나인 만큼, 고혈압 환자에서 이를 공략하는 것은 기본적인 전술이고 전략은 최종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 맞춰져야 한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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