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타틴계 LDL-C 조절약물

미국심장학회(ACC)는 지난 2016년 ‘LDL 콜레스테롤 저하치료에서 비스타틴계 요법’에 관한 전문가합의문(Experts Concensus)을 발표, 과거 찬밥신세였던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의 임상역할을 인정하고 나섰다. ACC는 최대내약용량 스타틴 치료에도 기저치 대비 50% 이상 LDL콜레스테롤 감소가 없을 경우, 비스타틴계 전략을 고려하도록 권고했다. 구체적으로는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환자의 2차예방에 비스타틴계 1차선택으로 에제티미브, 2차 또는 대체전략으로 PCSK9억제제를 내세웠다.

스타틴은 여러 임상연구를 근거로 임상적용을 늘려가며 지질조절과 심혈관질환 예방 측면에서 새로운 역사를 기록해 나갔다. 그럼에도 스타틴 최대내약용량으로 지질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거나 불내약성을 보이는 환자, 더 나아가 스타틴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상지질혈증 병태를 커버하기 위한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들이 꾸준히 개발돼 왔다.

△중성지방(TG) 개선기전의 피브레이트, 오메가-3지방산 △HDL 콜레스테롤(HDL-C) 조절기전의 CETP억제제 △LDL콜레스테롤 강하기전의 에제티미브와 PCSK9억제제에 이르기까지 비스타틴계 약물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해왔다.

PCSK9억제제 

이 가운데 피브레이트, 에제티미브, PCSK9억제제가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PCSK9억제제는 강력하고 지속적인 LDL콜레스테롤 조절기전으로, 스타틴을 보완해 지질치료체계를 완성할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독특한 기전에 따른 유효성과 안전성의 임상근거를 속속 소화해가며 살을 찌우는 중이다. 현재 PCSK9억제제는 미국과 유럽, 한국 등에서 지질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승인받은 상태다.

PCSK9 활성 억제기전

지난 2016년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AHA 2016)에서는 PCSK9억제제 에볼로쿠맙의 강력한 지질조절 효과와 심혈관 임상혜택 가능성을 시사하는 GLAGOV 연구가 발표됐다. 에볼로쿠맙은 PCSK9 단백질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기전으로 월 1회 요법이 지질저하를 넘어 죽상동맥경화증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는지 검증받았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강력한 LDL콜레스테롤 조절효과와 심혈관질환 예방혜택이다. GLAGOV 연구에 따르면, 스타틴 치료를 받고 있는 관상동맥질환 환자에게 에볼로쿠맙을 더해 치료한 결과 강력한 지질조절과 함께 죽상경화반이 1% 퇴행했다.

80주에 달하는 치료·관찰에서 에볼로쿠맙 요법을 통해 최대 20mg/dL 대까지 LDL콜레스테롤을 낮출 수 있었고, 이렇게 콜레스테롤이 낮게 조절된 환자그룹에서 죽상경화반 퇴행의 혜택이 더 컸다.

PCSK9 합성 억제기전

AHA 2016 현장에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PCSK9억제제 관련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ORION-1 연구(2상임상)로, 새로운 PCSK9억제제 인클리시란의 LDL콜레스테롤 조절 지속성을 검증한 것이다. 인클리시란은 간에서 PCSK9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월 1~2회(연 12~24회) 투여하는 기존 PCSK9억제제와 비교해 투여횟수는 더 줄이고 투여간격은 더 늘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상 임상연구에서는 스타틴에 불내약성을 보이는 18세 이상 성인(497명)을 대상으로 인클리시란과 위약군을 비교했다. ASCVD가 있는 상태에서 LDL콜레스테롤이 70mg/dL을 초과하거나 ASCVD 고위험군에 LDL콜레스테롤이 100mg/dL 초과한 환자들이었다.

치료·관찰결과, 인클리시란 1회 300mg 용량 단독투여 시에 90일 시점에서 LDL콜레스테롤을 기저치 대비 50% 이상 감소시킬 수 있었다. 2회 투여용량의 경우 180일 시점에서 LDL콜레스테롤이 기저치 대비 57%까지 감소했다.

연구를 주도한 영국 왕립대학의 Kausik Ray 교수는 “인클리시란은 내약성과 함께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었다”며 “1년에 2회 또는 3회 투여용량의 잠재적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중간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연 2~3회 투여용량으로 LDL 콜레스테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2상 이어 3상까지

인클리시란은 2상에 이어 3상 임상연구에서도 자신의 색깔을 가감없이 발휘했다. 지난해 AHA 2019에 발표된 ORION-10 연구에서 강하고 지속적인 LDL콜레스테롤 조절혜택을 다시 한 번 선보인 것이다.

ORION-10 연구는 스타틴 치료를 받았지만 LDL콜레스테롤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ASCVD 환자에서 인클리시란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했다. 연구에는 최대내약용량 스타틴을 복용했음에도 LDL콜레스테롤이 70mg/dL 이상인 ASCVD 환자 1561명이 모집됐다. 전체 환자군은 인클리시란 300mg 투약군(인클리시란군) 또는 위약군에 1:1 비율로 무작위 분류돼, 치료 1일째와 90일째 피하주사 후 6개월 간격으로 18개월 동안 치료받았다.

결과는 치료시작 후 510일째 LDL콜레스테롤이 인클리시란군이 위약군보다 58% 더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P＜0.00001). 치료 90일째부터 540일까지 시간에 따른 평균 LDL콜레스테롤 변화를 평가한 결과에서도 인클리시란군이 위약군 대비 56% 감소혜택이 있었다(P＜0.00001).

약물투약과 관련된 유해사례(treatment emergent adverse event)는 두 군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주사 부위 반응은 인클리시란군 2.6%, 위약군 0.9%에서 보고됐다. 단 이는 인클리시란의 이전 연구에서 보고된 발생률보다 낮으며 PCSK9억제제 관련 연구에서 확인된 발생률과 비슷하거나 더 낮다는 것이 연구팀의 전언이다.

또 대부분 주사 부위 반응의 중증도는 경미했고, 심각하거나 지속된 사례는 없었다. 이와 함께 간 또는 신장기능, 근육효소 등 평가결과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암으로 인한 사망 등 심각한 이상반응도 두 군이 유사하게 보고됐다. 악성종양이 새롭게 발생하거나 악화된 환자는 두 군 모두 3.3%로 같았다.

이상반응으로 치료를 중단한 환자는 인클리시란군 2.4%. 위약군 2.2%였다. 사전에 정의한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심장마비 증상, 심근경색증 또는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종료점은 인클리시란군 7.4%, 위약군 10.4%에서 나타났다.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인클리시란군 0.9%, 위약군 0.6%였고, 치명적·비치명적 심근경색증 또는 뇌졸중 발생률은 각각 4.1%와 3.3%였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인클리시란은 또 다른 3상임상에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H) 치료혜택 가능성까지 검증받았다. ORION-9 연구에서 최대내약용량 스타틴을 복용했지만 LDL콜레스테롤이 조절되지 않는 이형접합형 FH 환자를 치료한 결과, 인클리시란 투약 후 18개월 동안 LDL콜레스테롤이 50% 감소했다.

연구에는 18세 이상의 이형접합형 FH 환자 482명이 모집됐다. 이들은 최대내약용량 스타틴 치료를 받았지만 LDL콜레스테롤이 100mg/dL 이상으로 조절되지 않았다. 등록 당시 90%는 스타틴을 복용했고, 80%는 고강도 스타틴 치료를 받았으며, 50%는 에제티미브를 병용했다.

전체 환자군은 인클리시란 300mg 투약군(인클리시란군) 또는 위약군에 1:1로 무작위 분류돼, 치료 1일째와 90일째 피하주사 후 6개월 간격으로 18개월 동안 치료받았다. 치료 시작 후 510일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클리시란군의 LDL-콜레스테롤이 위약군보다 50% 더 낮아졌다(P＜0.0001).

게다가 치료 90일째부터 540일까지 시간에 따른 평균 LDL콜레스테롤 변화를 평가한 결과에서도 인클리시란군이 위약군 대비 45% 감소효과가 나타났다(P＜0.0001).

등록 당시와 비교한 인클리시란군의 LDL콜레스테롤 절대 감소수치는 치료 510일째 70.6mg/dL였고, 시간에 따른 평균 감소수치는 63mg/dL로 추산됐다. 아울러 인클리시란의 치료반응은 이형접합형 FH 환자의 모든 유전자형에서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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