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감소 넘어 심혈관 혜택까지

비만의 심혈관 위험을 분석한 논문(Diabetol Metab Syndr. 2019)에서는 체중증가에 대한 대표적인 원인으로 불균형적인 식습관과 운동부족 등 환경적 요소를 꼽았다. 비만이 예방 및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직접적인 체중감소는 제2형당뇨병 예방은 물론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효과까지 보고하고 있다. 과체중 환자에서도 체중 5~10% 감소는 모든 대사적 위험인자에 혜택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최근에는 체중감소 효과를 보이는 약물들이 심혈관 혜택까지 보고하고 있다.

리라글루타이드

체중감소와 관련된 약물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약물은 장기 지속형 인체 GLP-1수용체작용제(RA)다. 비만 치료에 승인된 GLP-1RA제제는 리라글루타이드다. 용량은 3.0mg로 체질량지수(BMI)가 27kg/㎡ 이상이면서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을 때 사용한다. 리라글루타이드는 직접적으로 식욕억제로 이어질 수 있는 뉴런들을 직접 자극하고, 동시에 음식 유발보상신호를 소실시킬 수 있는 뇌의 다른 영영에도 영향을 미친다.

리라글루타이드는 SCALE 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일관되게 체중을 비롯한 심혈관 위험인자 개선효과를 보고했다. 대표적인 3상임상인 SCALE Obesity and Pre-diabetes 연구에서 56주간 제2형당뇨병이 없는 과체중·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한 결과 위약 대비 뛰어난 체중 감소효과를 보였고(-8.4kg vs -2.8kg), 체중이 5%, 10% 이상 감소된 비율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게다가 당화혈색소(A1C)는 물론 공복혈장혈당, 수축기/이완기혈압, LDL콜레스테롤(LDL-C), C반응성단백질, 아디포넥틴 등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제2형당뇨병이 동반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SCALE Diatetes 연구에서 리라글루타이드 3.0mg군, 리라글루타이드 1.8mg군, 위약군으로 분류해 56주 간 치료·평가한 결과에서도 위약 대비 리라글루타이드의 체중감소 효과가 확인됐고, 용량이 클수록 효과가 컸다(-6.4kg vs -5.0kg vs -2.2kg). A1C도 리라글루타이드군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고(-1.3% vs -1.1% vs -0.4%)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C반응성단백질 역시 리라글루타이드에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펜터민/토피라메이트

속효성 약물인 펜터민과 서방형 약물인 토피라메이트의 복합제도 주효한 비만 치료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다. 펜터민은 α-아드레날린 수용체에 작용해 혈중 렙틴 수치를 높이고 식욕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토피라메이트는 γ-아미노부트레이트산(GABA) 신경전달체의 활성을 높인다.

펜터민/토피라메이트의 3상임상인 CONQUER 연구에서는 펜터민/토피라메이트 7.5/46mg, 15/92mg, 위약을 56주 간 비교한 결과 위약 대비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복합제군에서 체중감소 폭이 컸고(-8.1kg vs -10.2kg vs -1.4kg), 5% 이상 체중이 감소한 비율도 펜터민/토피라메이트에서 많았다(62%, 70%, 21%). 여기에 더해 심혈관 위험인자인 허리둘레, 혈압, 지질도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다른 3상임상인 EQUIP 연구에서도 일관된 체중감소 효과가 확인됐고, 허리둘레(-2.5cm, -7.8cm), 공복혈장혈당, 혈압(-2.8/0.5mmHg, -3.8/1.9mmHg), LDL콜레스테롤(-1.9%, -2.5%), 중성지방(-3.9%, -14.3%), 공복혈장혈당(-1.2mg/dL, -2.5mg/dL)도 위약 대비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심혈관 안전성 허들은 넘었지만...

이외 비만치료제로 권고되고 있는 날트렉손/부프로피온 복합제도 일부 연구에서 심혈관 관련 혜택을 보였지만, 불투명한 결과를 보였다. 로카세린의 경우 심혈관 안전성까지 확인했지만, 암 발생 위험도에 발목을 잡혀 시장에서 퇴출됐다.

날트렉손/부프로피온

날트렉손은 체중감소폭 감소와 연관성이 있는 자동억제 보상 패스웨이를 차단하고, 부프로피온은 식옥억제와 연관된 프로-오피오멜라코르틴 뉴런을 자극하는 기전이다.

날트렉손/부프로피온 복합제를 위약과 비교한 3개의 3상임상을 분석한 결과 날트렉손/부프로피온 16/360mg, 32/360mg 두 용량 모두에서 유의한 체중감소 효과가 확인됐고, 허리둘레, 중성지방 고민감성C반응성반백질, HDL-C도 유의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제2형당뇨병 동반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COR-Diabetes 연구에서는 심혈관사건 발생률은 위약군과 유사하게 나타난 가운데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인한 사망이 1건 있었다.

또다른 3상임상인 LIGHT 연구에서 MACE 위험을 평가한 결과 위약군보다 발생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비열등성 평가가 힘들 것으로 판단돼 조기종료됐다.

로카세린

로카세린은 세로토닌 2C 수용체 작용제로 식욕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로카세린은 2018년 발표된 CAMELLIA-TIMI 61 연구를 통해 심혈관 혜택을 보고했다. 심혈관질환, 제2형당뇨병, 다른 심혈관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BMI 27kg/㎡ 이상인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주요심혈관 유해사건(MACE) 발생률을 평균 3.3년 추적관찰한 결과 1년 시점 체중은 로카세린군 -4.2kg, 위약군 -1.4kg으로 로카세린군이 위약 대비 체중을 2.8kg 더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P＜0.001). 심혈관 관련 평가 결과에서는 비열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 MACE 발생률은 연간 로카세린군 2.0%, 위약군 2.1%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평가범위를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증, 뇌졸중, 심부전, 불안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관상동맥재관류술 발생률로 확대했을 때도 각각 연간 4.1%, 4.2%로 비열등한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FDA는 지난 2월 로카세린으로 인한 암 발생 위험 증가를 확인했다. FDA는 CAMELLIA-TIMI 61 연구를 분석한 결과 로카세린 처방 중단을 권고했고, 현재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도 다른 치료제로 변경하도록 했다. 이에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FDA의 결정과 결을 같이해 국내에서 판매중지 및 회수, 폐기를 결정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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