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1차예방이 중요한 이유는?

당뇨병 환자의 사망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대혈관합병증, 즉 심혈관질환이다. 당뇨병 치료의 궁극적인 목적도 혈당조절을 통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 있다.

그런데 진료현장 당뇨병 환자의 임상특성을 보면 심혈관질환 병력자와 무병력자의 비율이 30 대 70 정도로 고혈당 이외의 다중 위험인자를 보유해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중소병원이나 개원가로 가면 20 대 80 정도로 차이가 더 커진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질환의 첫 발생을 막는 것이 주된 치료타깃이라고도 볼 수 있다.

Q. ADA가 심혈관질환 1차예방에 GLP-1RA를 권고하고 FDA는 둘라글루타이드의 1·2차예방을 승인했는데?

혈당강하제 치료의 대규모 심혈관 아웃컴 연구(CVOT)에서는 심혈관질환 2차예방의 성과는 훌륭했지만, 1차예방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휴먼 GLP-1 백본(backbone)에 장시간 작용기전을 갖춘 GLP-1RA 제제 둘라글루타이드를 대상으로 한 REWIND 연구에서 심혈관질환 1차예방의 가능성이 입증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임상에 즉각 반영할 수 있도록 신속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Q. REWIND 연구의 핵심 메세지는?

진료현장 일선에서 대면하는 당뇨병 환자들의 임상특성과 가장 유사하게 연구를 디자인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남·여의 배분이 균형을 맞췄고, 특히 다중 위험인자로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심혈관질환 무병력자 사례가 70%로 큰 비중을 차지해 1차예방의 잠재력을 가늠해볼 수 있었던 CVOT였다.

전체 환자군에서 주요심혈관사건(3-point MACE) 상대위험도가 12% 유의하게 감소했다. 일선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특성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심혈관질환 병력자와 무병력자 그룹에서 거의 유사한 심혈관질환 위험감소 경향이 관찰됐다는 것이 이례적이다. 여타 계열의 혈당강하제와 GLP-1RA 계열에서도 두 그룹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유사하게 나온 경우는 없었다.

2차예방과 달리 1차예방 면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둘라글루타이드가 심혈관질환 1차예방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

Q. 뇌졸중 위험을 크게 낮췄는데, GLP-1RA의 계열효과인가?

계열효과보다는 개별약제의 특성이 발휘된 것이 더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 보고한 ‘Review Article’ 논문에서 GLP-1RA 제제의 CVOT를 모아 메타분석한 결과, 계열 전체에서 유의한 뇌졸중 위험감소가 관찰되기는 했다. 하지만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한 약제는 둘라글루타이드와 세마글루타이드 둘 밖에 없었다.

특히 REWIND 연구에서 24%의 뇌졸중 예방혜택이 보고돼 둘라글루타이드가 GLP-1RA의 뇌졸중 위험감소를 리드하는 것이 확인됐다. 아시아인의 뇌졸중 위험이 서양인에 비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무적인 결과다.

연구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작용시간이 긴 GLP-1RA 제제가 뇌졸중 위험을 더 낮추는 것으로 나타난다. 휴먼 GLP-1 백본에 장시간 작용하는 둘라글루타이드의 경우, 항산화 효과가 더 강하고 신경세포 보호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기초연구 보고가 있는데, 이러한 특장점이 REWIND 연구에서 발휘된 것으로 본다.

Q. GLP-1RA의 계열효과와 약제특성의 차이는 어떻게 보는지?

동계열이라도 개별약제 간에 특성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 GLP-1RA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휴먼 GLP-1에 기반했느냐(human GLP-1 analogue) 아니면 힐라몬스터 독도마뱀의 타액을 백본으로 하느냐(exendin-4)의 차이다.

기전 차원에서는 휴먼 GLP-1 제제가 유효성과 안전성 면에서 더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둘라글루타이드와 같은 경우 휴먼 GLP-1과 100%에 가까운 유사체이기 때문에 항체의 문제에서 보다 자유롭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한다.

GLP-1RA 계열의 차이는 작용시간에서도 찾을 수 있다. 동계열의 CVOT를 분석해 보면, 반감기가 상대적으로 긴 주1회 GLP-1RA 제제가 심혈관사건이나 사망률을 유의하게 낮추는 것을 볼 수 있다. REWIND나 LEADER, SUSTAIN-6 연구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GLP-1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혈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된 바도 있다. 종합하면 휴먼 GLP-1 백본에 장시간 작용하는 GLP-1RA 제제를 통해 보다 우수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겠다.

Q. 앞으로 GLP-1RA의 역할과 잠재력,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GLP-1RA가 효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아직 널리 전파되지 않은 상태이고, 주사제에 대한 의사·환자의 부담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REWIND나 LEADER 등의 연구를 통해 GLP-1RA의 심혈관질환 예방 잠재력은 충분히 검증됐다고 본다. 이를 통해 혈당강하제 치료로 제2형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1·2차예방에 모두 도전해볼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약물제형과 관련해서는 주사제의 부정적 이미지를 강조하거나 무턱대고 주사제 치료에 두려움을 갖도록 조장하는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GLP-1RA의 경우 용량·용법·제형을 주1회 또는 월1회 방식으로 전환해 치료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처방률 제고를 위한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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