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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대사증후군 창궐이 심장대사학 태동

심장대사학 관점에서

심장대사증후군 다스려야

대사증후군, 혈관·대사기능장애의 집합체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와 직결…심장대사증후군 등장

혈관·대사질환 종합적 접근 필요성 제기

  • 이상돈 기자
  • 승인 2020.07.19 18:44
  • 호수 88
  • 댓글 0
심장대사학(Cardiometabolic Medicine)이 태동 중이다. 지난해 ‘American Journal of Medicine’에는 ‘심장대사학: 내과 세부 전문교육 필요성’ 제목의 글이 실렸다. 미국 콜로라도의대의 Robert H. Eckel 교수가 기고한 논평으로, 향후 내과 수련과정에 심장대사학에 대한 전문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내과 부문에서 내분비학·심장학 등을 통합할 수 있는 세부 분과를 신설하자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심장대사학

여기서 새롭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심장대사학이다. 이렇게 의학 분야에서 새로운 학문개념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복잡하게 얽힌 만성질환 이환의 폭발적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 Eckel 교수는 “현시점에서 비만·이상지질혈증·제2형당뇨병 등은 물론 이러한 심혈관 위험인자들의 집합체인 대사증후군이 창궐하고 있으며, 기세가 수그러들 조짐이 없다”고 지적했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들 만성질환이 궁극적으로 향하고 있는 지점이 바로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이라는 점이다. 혈관질환과 대사질환이 복잡하게 얽혀 상호작용하면서 최종적으로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폭시킨다. 때문에 혈관·대사 분야의 기능장애와 질환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치료할 수 있는 학문 분야가 필요하다는 것이 Eckel 교수의 설명이다.

학문 영역 넘나드는 혈당강하제

심장대사학의 태동을 가능케 한 배경에는 혈당강하제의 진보 또한 자리하고 있다. 혈당치료에만 전념했던 혈당강하제 치료 분야에 혈당조절은 물론 혈압·체중·콜레스테롤 등에 대한 다면발현효과(pleiotropic effects)를 나타내는 신규 약제들이 등장하면서 내분비학에서 심장학으로까지 포용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혈관·대사기능에 포괄적인 영향을 미치는 SGLT-2억제제(SGLT-2i)와 GLP-1수용체작용제(GLP-1RA) 계열의 혈당강하제는 심혈관 아웃컴 연구(CVOT, cardiovascular outcome trials)에서 각각의 학문 또는 분과 영역을 넘나들며 다중혜택의 힘을 발산하고 있다.

CVOT

남다른 포용력을 발휘하고 있는 혈당강하제 치료의 진보는 다음과 같다.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유럽당뇨병학회(EASD)는 지난 2018년부터 혈당강하제의 2차선택과 관련해 심혈관질환 병력자에게 혜택이 입증된 SGLT-2i와 GLP-RA를 우선 선택할 수 있도록 권고안에 변화를 줬다.

2019년 유럽심장학회(ESC)와 당뇨병학회(EASD)는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 심혈관질환 병력자 또는 초고위험군·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제2형당뇨병 환자에게 SGLT-2i와 GLP-1RA를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2020년에는 ADA가 새 가이드라인에서 심혈관질환 병력자와 고위험군인 제2형당뇨병 환자에게 SGLT-2i와 GLP-1RA를 우선 권고하고 나섰다. 연이어 올해 미국식품의약국(FDA)은 GLP-1RA 둘라글루타이드를 제2형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1·2차예방에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확대·승인했다.

둘라글루타이드의 경우, 심혈관질환 2차예방에 이어 1차예방의 가능성까지 입증한 REWIND 연구결과가 즉각 반영된 사례다. 이 외에도 EMPA-REG OUTCOME(엠파글리플로진), DECLARE-TIMI  58(다파글리플로진), CANVAS(카나글리플로진), LEADER(리라글루타이드), SUSTAIN-6(세마글루타이드) 등의 CVOT 데이터가 심장대사학의 태동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심장대사증후군

한편 심장대사학은 심장대사증후군(Cardiometabolic Syndrome)이라는 또 다른 새로운 개념의 질환을 정조준하고 있다. 먼저 대사증후군의 정의를 보자.

대사증후군은 △허리둘레(복부비만) 남성 ≥ 90cm, 여성 ≥ 85cm △중성지방(TG) ≥ 150mg/dL △HDL콜레스테롤(HDL-C) 남성 < 40mg/dL, 여성 < 50mg/dL △혈압 ≥130/85mmHg 또는 항고혈압제 복용 △공복혈당 ≥100mg/dL 또는 혈당강하제 복용 등 5가지 기준 가운데 3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 진단할 수 있다.

즉 고혈압이나 당뇨병은 아니지만 전단계의 고위험군·비만·이상지질혈증 등으로 대변되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들이 동시에 다발하는 병태를 의미한다.

혈관·대사기능장애

대사증후군의 심각성은 이처럼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들이 동시다발할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데 있다. 심혈관 위험인자 집단발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로는 Lancet에 발표된 INTERHEART 연구가 대표적이다. 총 52개국 3만명(사례군 1만 5152명, 대조군 1만 4820명)가량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심근경색증 위험인자의 영향력을 조사한 대규모 사례-대조연구(case-control study)다.

각각의 위험인자를 보면 여타 변수를 보정한 상태에서 △ApoB/ApoA1 비율(odds ratio 3.25, 99% CI 2.81-3.76) △흡연(2.87, 2.58-3.19) △사회·심리적 요인(2.67, 2.21-3.22) △당뇨병(2.37, 2.07-2.71) △고혈압(1.91, 1.74-2.10) △복부비만(1.62, 1.45-1.80) 순으로 급성 심근경색증 위험이 증가했다.

심혈관질환 위험

심혈관질환 위험상승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중 위험인자 발현이 심근경색증 위험에 미치는 영향 또한 분석했는데 개별 인자로 볼 때 심근경색증 위험도는 위험인자가 없는 경우와 비교해 흡연 2.9배, 당뇨병 2.4배, 고혈압 1.9배였다.

하지만 이들 3개 인자가 동시에 발현되는 경우 위험도는 13.0배까지 급증했다. 흡연, 당뇨병, 고혈압에 지질이상까지 합쳐지면 위험도는 42.3배, 여기에 복부비만까지 더해지면 위험도가 68.5배로 높아진다. 위험인자 개수에 따른 심혈관질환 위험이 1+1=2라는 단순한 산술적 합산과는 다르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심장대사증후군학회

우리나라에서는 가천의대 고광곤 교수가 대사증후군과 심장질환의 밀접한 연관성을 우려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심장대사증후군학회를 창립,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여러 심혈관 위험인자들이 한 데 모이면 혈관질환은 물론 대사질환의 이환과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 혈관구조기능장애와 대사기능장애 등을 더 빨리 초래하고 심화시켜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재촉한다. 이렇게 만성질환 이환패턴이 계속되면, 종국에는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에 다다르게 된다.

결론적으로 대사증후군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폭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사와 환자 모두 대사증후군이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와 직결돼 있다는 것, 즉 두 질환·병태의 인과관계를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일반 대중은 물론 학계에도 심혈관질환과 대사증후군의 상관관계를 널리 알리고자 심장대사증후군이라는 용어와 심장대사증후군학회가 태동됐다.

심장대사학 → 심장대사증후군

고 교수는 심장대사학의 관점에서 심장대사증후군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해 왔다. 현재 국내의 순환기·내분비 관련 학회에도 대사증후군연구회가 상존하고 있다. 하지만 당뇨병학회, 고혈압학회, 지질동맥경화학회, 비만학회 등의 연구회는 각각이 다루는 심혈관 위험인자(고혈당,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비만)의 관점에서 대사증후군에 접근하고 있다.

고 교수는 대사증후군이 심혈관 위험인자의 집합체로서 각각의 위험인자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배가시키는 병태인 만큼, 이들 인자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향후 심장대사증후군학회가 대사증후군을 구성하는 인자들을 개별적이 아닌 상호작용을 통해 병태를 유발하는 집합체로 보고 심장대사학 관점에서 접근을 해 나갈 것이라는 말이다.

대사증후군 증가의 주범

심장대사학의 관점에서 심장대사증후군에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은 혈관·대사질환의 복잡한 병태생리학적 측면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있다. 특히 복부비만, 고혈당,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의 과도한 상승이 우리나라 대사증후군 유병률 증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팽배한 상황이다.

고광곤, 서울의대 임수 교수팀은 1998·2001·2005·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참여자들을 코호트로 구성해 대사증후군 유병률과 함께 대사증후군을 구성하는 인자들의 변화를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1998년 24.9%에서 2001년 29.2%, 2005년 30.4%, 2007년 31.3%로 일관되게 증가했다. 대사증후군 구성인자 중에서는 저HDL콜레스테롤혈증(13.8%↑), 복부비만(8.7%↑), 고중성지방혈증(4.9%↑) 순으로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심장대사증후군학회가 보고한 대사증후군 팩트시트에서도 지난 10년간 유병률 변화와 고중성지방혈증·저HDL콜레스테롤혈증의 영향을 엿볼 수 있다.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2007년 21.1%, 2015년 22.4%를 기록하며 유의미한 증가 또는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2013~2015년 19세 이상 성인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20.3%였고, 30세 이상은 27%, 65세 이상은 37.7%의 유병률을 보였다.

대사증후군 예방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병률은 줄어들 기세가 없다. 대사증후군 진단기준 항목별 유병률은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이 30.3%로 가장 높았고 고혈압(29.8%), 고혈당(28.8%), 고중성지방혈증(28.1%), 복부비만(23.6%)이 뒤를 이었다. 역시 대사증후군에서 이상지질혈증, 복부비만, 고혈당의 비중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혈관·대사질환의 삼각고리

비만(복부비만), 고혈당(인슐린저항성), 이상지질혈증(고중성지방혈증)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주요 인자이자 상호 간에 영향을 미치며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제2형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이 또 불가분의 관계인데, 배후에 비만 - 제2형당뇨병 - 이상지질혈증의 삼각고리가 원인으로 작용한다.

비만 중에서는 복부비만, 제2형당뇨병에서는 병태생리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인슐린저항성, 이상지질혈증은 고TG·저HDL-C·small-dense LDL이 상호영향을 주고 받으며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에 일조한다.

이들 심혈관질환 위험인자의 상호작용을 자세히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비만, 특히 복부비만이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인슐린저항성을 야기한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체내에서 인슐린이 충분히 분비되더라도 자신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면, 다시 말해 포도당을 혈관벽 세포로 전달시켜주지 못하면 고혈당을 유발하는 것과 동시에 지질이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인슐린이 충분히 작용하지 못하면 지방세포에 축적돼야 할 유리지방산 상당수가 혈중으로 분비돼 간으로 전달된다. 요리재료를 듬뿍 받은 간은 중성지방이 다량 함유된 지단백 입자(VLDL, very low-density lipoprotein)를 과도하게 생산한다. 이로 인해 혈중 VLDL의 농도가 증가하면, 지단백 입자 간에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교환해 주는 CETP(cholesteryl ester transfer protein)는 VLDL의 과도한 중성지방을 LDL과 HDL로 전달한다.

중성지방 함량이 높아져 성상(성질)이 달라진 HDL은 조직이나 혈중에 존재하는 리파아제의 공격을 많이 받게 되고, 결국 그 수치가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LDL 역시 CETP의 매개로 중성지방이 많아지면 리파아제의 공격으로 입자가 작아지고 밀도는 올라가는 small dense LDL로 변하게 되는데, 이는 동맥경화나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결국 비만과 인슐린저항성이 고중성지방·저HDL·고LDL의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발생에 주된 원인이 된다는 결론이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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