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제 병용요법

혈당강하제 치료 알고리듬을 보면, 1차 단독요법에서 2·3·4차치료에 이르기까지 약제의 선택에 어느 정도 합의(consensus)가 형성돼 있다. 먼저 1차치료제로 메트포르민을 권고하고 있지만, 여기서 모든 게 끝나지 않는다. 단독요법으로 혈당조절에 실패했을 경우의 부가 또는 병용치료가 명시돼 있다.

단독치료 실패를 보완할 2차치료제로는 설폰요소제, 티아졸리딘디온계, DPP-4억제제, GLP-1수용체작용제, SGLT-2억제제, 인슐린(무순) 등 다양한 선택 또는 병용제가 존재한다. 연이어 2제병용으로도 실패하면 경구혈당강하제를 추가하는 3제, 그래도 혈당조절이 안되면 주사제를 추가하는 4제까지 병용전략이 줄을 서 있다.

주사제 vs 경구제

그런데 최근 경구혈당강하제 3제요법에도 불구하고 혈당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제2형당뇨병 환자에서 주사제 인슐린 대신 경구혈당강하제를 추가하는 4제요법이 가능한 지를 검증한 국내 연구사례가 있어 학계의 관심이 지대하다.

충북대병원 내분비내과 연구팀이 제2형당뇨병 환자의 경구혈당강하제 치료에 이은 4제요법에 인슐린 대신 SGLT-2억제제를 추가해 관찰한 결과 유의한 혈당조절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SGLT-2억제제

연구팀은 네 번째 혈당치료 선택과 관련해 인슐린 투여를 거부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대체치료․관찰을 진행했다. 경구혈당강하제인 SGLT-2억제제를 대체사용할 경우 인슐린 치료 대비 유효성과 안전성에 차이가 있는지 검증한 것.

결과는 SGLT-2억제제 추가요법이 인슐린 4제요법 대비 필적할만 하거나 혈당강하에 있어 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판명됐다. 특히 SGLT-2억제제 치료는 중증의 부작용 위험 없이 혈압과 체중감소의 혜택을 보이며 4제요법에 인슐린 대용으로서 선택 가능성을 시사했다.

엠파글리플로진

동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에 기반해 4제요법에 인슐린 대신 사용되는 SGLT-2억제제 가운데, 엠파글리플로진과 다파글리플로진을 놓고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하고자 새로운 전향적 관찰연구를 진행했다. 앞선 연구에서 SGLT-2억제제의 4차선택 가능성이 시사됐으니, 동계열 내에서는 어떤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는지 관찰연구를 통해 추정해본 것이다.

환자들은 18~80세 연령대로 기저시점에서 당화혈색소(A1C)가 7.5~12.0% 구간에 있었다. 이들은 연구등록 전까지 12주 이상 메트포르민, 글리메피리드, DPP-4억제제로 구성된 3제 혈당강하제 치료를 받았다.

환자들은 처음부터 혈당조절 목표치 도달 실패로 인슐린 치료를 권고받았으나, 주사제 대신 다른 계열의 경구 혈당강하제 치료를 요구했다. 이 환자그룹은 엠파글리플로진(1일 1회 25mg) 또는 다파글리플로진(1일 1회 10mg) 치료를 받은 군으로 분류됐으며, 52주간의 관찰이 진행됐다. 유효성 비교를 위한 1차종료점은 기저시점으로부터 A1C의 평균변화를 평가했으며, 혈당 이외에 혈압·체중·지질프로파일 등도 2차종료점으로 관찰했다.

혈당·혈압·체중·지질

관찰결과, A1C 평균값의 변화가 엠파글리플로진군 -1.6%(P＜0.001), 다파글리플로진군 -1.2%(P＜0.001)로 두 치료그룹 모두 기저시점 대비 유의한 혈당조절 효과를 나타냈다. 주목할 점은 두 치료그룹의 A1C 변화값을 비교한 결과, 엠파글리플로진군에서 보다 강한 혈당조절이 관찰됐다는 것이다(P=0.011).

A1C 7% 미만과 6.5% 이하에 도달한 환자의 비율은 엠파글리플로진군에서 35.2%와 18.8%로 다파글리플로진군(24.7%와 9.8%)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P=0.021).

공복혈당 역시 양 군이 -65.7mg/dL(P＜0.001) 대 -53.1mg/dL(P＜0.001)로 기저시점 대비 유의한 감소를 보인 가운데, 엠파글리플로진군의 상대위험도 감소가 더 컸다(P=0.007). 혈압·체중·HDL콜레스테롤의 변화 역시 혈당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위험인자 조절에 차이”

연구팀은 소규모 전향적 관찰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3제 경구혈당강하제 치료에 더해지는 4제요법의 선택에 SGLT-2억제제 간의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했던 첫 사례였다”며 “엠파글리플로진과 다파글리플로진 모두 안전하고 우수하게 혈당을 조절할 수 있었으나, 혈당과 일부 심장대사지표의 개선에 엠파글리플로진이 조금 더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