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변동성의 분류

한 교수는 먼저 혈압변동성에 의해 나타나는 고혈압 병태를 소개했다. “백의고혈압과 가면고혈압이 임상현장에서 흔히 관찰되는 혈압변동성의 병태이며, 단기 혈압변동성은 수면고혈압·아침혈압상승·아침고혈압 등의 형태로 발현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혈압변동성은 혈압의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에 따라 다른데, △혈압수치가 실시간 단위로 변하는 초단기(very short term), △하루 중 변화를 나타내는 단기(short term), △day-to-day나 월 또는 연 단위의 장기(long term) 혈압변동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심혈관질환 위험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병태의 고혈압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한다는 데 있다. 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혈압변동성의 중증도가 심해질수록 사망률·관상동맥심장질환(CHD)·뇌졸중·말기신장질환(ESRD) 위험증가와의 연관성이 증가한다. 심지어는 치매(all-cause dementia) 위험증가와의 연관성도 보고되고 있다.

아침고혈압

한 교수는 혈압변동성의 가장 대표적인 표현형(phenotype)으로 아침고혈압을 꼽았다. 대한고혈압학회 ‘혈압 모니터 지침’에 따르면, 아침고혈압은 ‘기상 후 혈압이 135/85 mmHg 이상이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 2시간 이내의 혈압은 그 이하일 때’로 정의한다.

아침 기상시점에 혈압이 급상승하거나 수면 중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 상태(non-dipper) 또는 오히려 상승하는 상태(riser)가 아침까지 지속되는 병태다. 또한 아침고혈압은 뇌졸중 발생의 가장 강력한 독립인자이며 심장비대·경동맥비대 등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 관리의 난제

특히 아침고혈압은 환자의 혈압관리를 어렵게 만드는데, 이러한 치료의 장애물이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에서 보다 흔하게 관찰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 교수는 “아침고혈압의 유병패턴이 지역이나 인종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며 “일례로 한 연구에서 유럽인구와 비교해 일본인의 아침혈압상승 병태가 더 많고 아침혈압 역시 더 높은 것으로 관찰됐다”고 밝혔다.

한 교수가 소개한 한국인 고혈압 환자 대상의 연구에 따르면, 아침고혈압 환자그룹에서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이나 가면고혈압을 앓고 있는 경우가 51%로 절반을 넘는다. 역으로 가면고혈압 또는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그룹에서 아침혈압이 높은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됐다.

표적장기손상

한 교수는 또 “아침혈압의 급상승은 교감신경계와 안지오텐신계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며 “혈압변동성이 장기화될수록 혈관을 비롯한 표적장기에 손상이 가해질 가능성도 높다”고 강조했다. 표적장기의 손상은 곧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와 직결되는데, 일본인 대상의 한 연구에서는 아침혈압 상승이 지배적인 고혈압 환자에서 뇌졸중 위험이 6배까지 높은 것으로 관찰됐다.

특화된 항고혈압제

그렇다면 혈압변동성 개선에 특화된 항고혈압제는 과연 있을까? 있다면 어떤 계열일까? 한 교수는 혈압변동성을 고려한 고혈압 치료에는 하루 중 지속적인 혈압조절이 가능한 약제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항고혈압제 단독요법 또는 병용·복합제 하나로 다음 복용 때까지 모든 시간대의 혈압상승을 끌어 내리고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혈압변동성을 고려해 다음 약물복용까지의 24시간을 총체적으로 강력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강압할 수 있는 항고혈압제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칸데사르탄

한 교수는 이러한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는 항고혈압제로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칸데사르탄을 꼽았다. 일례로 DOHSAM 연구에서 ARB 칸데사르탄은 CCB 암로디핀과 비교해 이른 아침혈압을 유의하게 더 강하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여타 ARB 제제로 치료받던 환자들을 칸데사르탄으로 전환해 치료한 결과, 3~12개월 시점까지 올메사르탄을 제외한 다른 ARB 제제와 비교해 이른 아침혈압이 유의미하게 더 감소했다.

칸데사르탄의 혈압변동성 개선혜택을 검증한 사례 중에는 COORDINATE 연구도 있다. 연구는 일본인 환자를 대상으로 다른 ARB 제제에서 칸데사르탄으로 전환해 치료했을 경우 아침고혈압의 조절에 효과적인지를 검증하기 위해 진행됐다. 치료·관찰결과, 칸데사르탄 전환치료군에서 아침혈압 목표치(＜ 135/85mmHg)에 도달한 환자의 비율이 42.9%에 달했다. 아침혈압은 칸데사르탄군에서 10.1±10.5/4.5±8.4mmHg 만큼 유의하게 감소했다.

한성우 교수는 최종적으로 “아침고혈압의 병태가 서양보다 아시아인에서 더 흔하게 관찰되고, 한국인의 경우 아침고혈압 환자에서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의 병태가 많이 나타난다”며 “칸데사르탄이 암로디핀 또는 다른 ARB 제제(올메사르탄 제외)와 비교해 이른 아침혈압을 유의하게 더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또 “일본인 아침고혈압 환자 대상의 연구에서 다른 ARB 제제와 비교해 칸데사르탄의 아침혈압 감소효과가 더 우수했다”며 혈압변동성 개선에 있어 칸데사르탄의 선택에 무게를 실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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