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지는 목표치

김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전세계적으로 혈압조절 목표치가 하향·조정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은 지난 2017년 가이드라인에서 고혈압 진단기준을 130/80mmHg로 낮춰, 그 미만으로 혈압을 조절하도록 했다. 유럽 역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게 130/80mmHg 미만조절을 권고한 바 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단순 고혈압 환자에게 140/90mmHg 미만조절을 권고하면서도,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게는 130/80mmHg 미만조절을 주문하며 보다 강하고 엄격한 혈압조절에 무게를 실었다.

병용요법

낮아지는 혈압 목표치를 임상에 적용하면 항고혈압제 치료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김 교수는 고혈압 조절률이 여전히 낮은 상태에서 강하고 엄격한 혈압조절에 대한 요구가 커지다 보니, 더 강하고 지속적으로 혈압을 조절할 수 있는 항고혈압제 전략에 대한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고혈압 치료에 있어 항고혈압제 병용 또는 복합제 요법이 다수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처방되고 있는 항고혈압제 단독요법으로는 원하는 만큼의 목표치를 달성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에서 혈압 목표치 달성을 위해 2제 이상의 약제가 필요하다.

가이드라인 권고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해 유럽심장학회(ESC)는 지난 2018년 가이드라인에서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에게 2제 병용요법을 권고하는 동시에 순응도를 고려해 단일제형복합제(single pill combination) 적용을 우선하도록 당부했다. 즉 항고혈압제 치료를 2제 병용요법으로 시작하도록 장려하면서 가급적이면 단일제형 복합제를 쓰도록 권고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새롭게 규정된 고혈압 2단계(≥140/90mmHg)에서부터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을 적용하도록 변화를 줬다.

ARB + CCB

그렇다면 항고혈압제 병용조합의 선택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김 교수는 대한고혈압학회 팩트시트를 근거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병용 항고혈압제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와 칼슘채널차단제(CCB)의 조합이라고 설명했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2016년 2제 이상의 항고혈압제 처방이 전체의 60%를 기록하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2제와 3제 병용은 각각 42%와 18%로 다수 처방되고 있다. 특히 2제 병용요법을 보면, ARB와 CCB 조합의 처방이 54%로 가장 많다.

RAS억제제

김 교수는 병용에 선택할 수 있는 약제로 RAS억제제를 우선 꼽았다. 이 계열 약제가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 1차치료제로 권고되며, 심부전·관상동맥질환·신장질환·뇌졸중·심근경색증·당뇨병과 같은 다양한 적응증에 사용되는 등 심혈관보호효과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RAS억제제 중에서는 혈압강하력·심혈관보호효과·낮은 부작용 위험에 따른 순응도 개선 등의 이유를 들어 ARB의 선택에 무게를 실었다.

칸데사르탄

먼저 ARB는 긴 반감기로 인해 강력하면서도 지속적인 혈압조절이 가능한 약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칸데사르탄은 반감기가 9~12시간으로 계열 내에서도 지속 혈압강하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교수는 “칸데사르탄의 경우 AT1수용체에 강력하게 붙는 결합력으로 인해 강한 혈압강하가 가능하다”며 “동시에 강력한 결합력으로 인해 수용체와 해리되는 시간이 다른 ARB 제제와 비교해 더 길어 지속적인 혈압강하 또한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칸데사르탄의 경우 수용체와의 결합부위가 4개로 다른 ARB 제제와 기전적 차이가 있어 보다 강하고 지속적인 혈압강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칸데사르탄은 또한 다수의 근거를 통해 심뇌혈관질환 예방효과를 입증받은 약물이다. SCOPE 연구에서는 전체 뇌졸중 발생을 23.6%까지, ACCESS 연구에서는 뇌졸중 환자에서의 누적 심혈관사건 발생률을 52.5% 감소시킨 것으로 보고됐다. CHARM 연구에서는 심혈관 사망과 울혈성 심부전 입원율을 위약 대비 23% 감소시켰다.

암로디핀

김 교수는 ARB 제제와 함께 고혈압 조절률을 끌어 올릴 수 있는 파트너 항고혈압제로 CCB 암로디핀을 꼽았다. 그는 ARB와 CCB의 병용조합과 관련해 “추가적 혈압강하 효과는 물론이고 RAS억제제의 항교감신경 효과를 통해 CCB에 동반될 수도 있는 말초부종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HIJ-CREATE

김 교수는 ARB 칸데사르탄과 CCB 암로디핀 조합의 심혈관 혜택을 입증한 대표적 사례로 HIJ-CREATE 연구를 들었다. 연구에서 칸데사르탄과 암로디핀 병용군의 주요심혈관사건(MACE) 위험이 대조군과 비교해 39% 감소했다(P=0.015).  HIJ-CREATE 하위분석에서는 칸데사르탄과 암로디핀 병용군의 MACE 위험이 38% 유의하게 줄었다(P=0.025).

SPC

한편 김 교수는 항고혈압제 병용 중에서도 순응도를 고려할 경우 고정용량 병용요법(FDC, fixed dose combination), 즉 단일제형 복합제(SPC, single pill combination)에 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단독요법 → 병용 → 복합제’ 또는 ‘단독요법 → 복합제’ 순서의 단계적 접근보다 처음부터 ARB/CCB 복합제를 쓰는 것도 선택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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