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맞춤 DAPT의 필요성

한국인 심근경색증 환자의 1년 내 사망률은 약 13%로 최근 10년 간 획기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질환 발생 30일 이후부터 1년 내 사망률이 약 6~7%로 심근경색증 환자의 이차 예방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중항혈소판요법(DAPT)은 심근경색증의 재발과 사망을 예방하기 위한 필수 약물 치료이지만 이에 수반되는 출혈의 위험성으로 인해 단일항혈소판요법으로의 조기 전환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또한 clopidogrel과 비교해 상대적 우수성이 입증된 prasugrel이나 ticagrelor과 같은 강력한 P2Y12수용체억제제의 사용 빈도도 국내에서는 저조하다. 하지만 출혈 사건의 발생률이 서양인보다 훨씬 높은 한국인의 특성을 감안할 때 강력한 P2Y12수용체억제제의 무조건적인 사용 또한 적절치 못하다. 따라서 한국인 심근경색증 환자의 이차 예방을 위해 환자 개개인의 특징을 고려한 적절한 이중항혈소판요법의 종류와 기간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중항혈소판요법에 관한 표준치료지침 정리

미국심장학회(ACC)와 유럽심장학회(ESC)의 표준치료지침에서는 prasugrel이나 ticagrelor를 clopidogrel보다 우선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유하고 있으며 12개월 동안 이중항혈소판요법을 유지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출혈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서는 이중항혈소판요법 유지 기간을 6개월로 줄여서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class IIa, level of evidence B). 또한 이중항혈소판요법의 종류와 유지 기간을 결정할 때는 반드시 출혈 위험도를 평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출혈 위험도의 평가를 위해 다양한 평가 도구가 이용되고 있지만 precise-DAPT score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precise-DAPT score에서는 점수의 합이 25점 이상인 경우를 고위험군으로 간주하고 있다.

출혈 사건의 위험도 예측

이중항혈소판제 사용에 있어 출혈 사건의 위험도를 최소화하면서 허혈성 심장사건 발생을 예방하는 것은 영원한 난제로 남아있다. 항혈소판제 사용과 연관된 출혈 사건의 발생은 사용되는 약제뿐만 아니라 동반질환, 환자 개개인의 출혈 성향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되므로 위험도를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다. 전술한 바와 같이 다양한 출혈 위험도 예측 척도 중 Precise-DAPT score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출혈 위험도가 높을 경우 강력한 P2Y12수용체억제제 대신 clopidogrel을 사용하거나 이중항혈소판요법의 사용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 발표된 ARC-HBR(Academic Research Consortium for High Bleeding Risk) 정의는 출혈 위험도의 평가를 좀 더 세밀하게 정의하고 있으며 주요 출혈 사건(BARC 3, 4)의 위험도가 1년 내 4% 이상, 뇌내출혈의 위험도가 1년 내 1% 이상일 때 고위험군으로 간주하고 있다. ABC-HBR 기준으로 주기준 1개 이상 또는 부기준 2개 이상을 가지고 있을 때 출혈의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표).

허혈성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서 적절한 이중항혈소판요법은?

관상동맥중재술 후 허혈성 심장사건의 발생은 동반 질환, 좌심실 기능 및 판막질환의 동반 여부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결정되지만 관상동맥의 해부학적 특성이나 시술의 복잡도 또한 매우 중요한 예후 인자들이다. 또한 complex procedure가 필요한 환자에서 관상동맥우회로술을 시행할 수 있는지도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시술자의 경험이나 심혈관센터의 수행능력 또한 재발 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Complex PCI(percutaneous coronary intervention)가 필요한 환자들은 complex high-risk and indicated patients(CHIP)로 불리며 좌주간지병변, 분지병변, 만성폐쇄성병변, 심한 석회화병변, SYNTAX 점수가 높은 병변 등에 PCI를 시행한 경우 등과 3개 혈관에 시술을 시행한 경우, 3개 이상의 병변에 시술을 시행한 경우 및 총스텐트의 길이가 60mm를 초과한 경우도 이 범주에 속한다.

Complex PCI를 시행한 경우 non-complex PCI보다 2배 이상 허혈성 심장사건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complex PCI를 시행한 심근경색증 환자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prasugrel과 ticagrelor같은 강력한 P2Y12수용체억제제의 사용이 고려돼야 한다. 2018년 발표된 ESC guideline에서는 출혈 위험도가 높은 환자(precise-DAPT 점수≥25)에서는 prasugrel보다는 clopidogrel 또는 ticagrelor 사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 환자들에게 complex PCI를 시행한 경우 clopidogrel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여러 연구들을 통해 complex PCI를 시행한 환자에서 장기 이중항혈소판요법(＞12 개월)의 허혈성 심장사건 감소 효과가 증명됐지만 출혈 위험도의 증가 또한 예상해야 한다. 따라서 출혈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인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complex PCI가 시행된 경우 적절한 이중항혈소판제의 사용 기간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출혈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서 적절한 이중항혈소판제 요법은?

한국인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P2Y12수용체억제제는 clopidogrel이다. 또한 ticagrelor나 prasugrel을 급성기에 사용한 환자들 중 25% 이상에서 치료 도중 clopidogrel로 전환이 발생하고 이중항혈소판요법을 조기에 중단하는 사례도 많다. 이는 출혈 사건 발생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이다. 하지만 허혈성 위험도가 높은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clopidogrel을 이용한 이중항혈소판요법의 상대적 유효성에 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으며 이중항혈소판요법의 유지 기간을 6개월 또는 그 이하로 줄이는 것도 심근경색증 환자에서는 신중해야 한다.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SMART-DATE(Safety of 6-month duration of dual antiplatelet therapy after percutaneous coronary intervention in patients with acute coronary syndromes: Rationale and design of the Smart Angioplasty Research Team-safety of 6-month duration of Dual Antiplatelet Therapy after percutaneous coronary intervention in patients with acute coronary syndromes) 연구에서 6개월 이중항혈소판요법을 사용할 경우 12개월 이상 약제를 유지한 경우와 비교했을 때 출혈의 위험도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2.7% vs. 3.9%; 위험비[HR]=0.69; 95% 신뢰구간[CI]=0.45~1.05; 유의확률[p]=0.09) 심근경색증의 발생률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8% vs. 0.8%; HR= 2.41; 95% CI=1.15~5.05; 유의확률=0.02).

최근 단기 이중항혈소판요법 후 P2Y12수용체억제제 단독요법으로 전환하는 방법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SMART-CHOICE(Comparison between P2Y12 antagonist monotherapy vs dual Antiplatelet therapy in patients undergoing implantation of coronary drug-eluting stents) 연구는 3개월 이중항혈소판요법 후 P2Y12수용체억제제 단독요법으로 전환한 경우와 12개월 간 이중항혈소판요법을 유지한 경우를 비교했다. 이 연구에서 P2Y12수용체억제제 단독요법군이 허혈성 심장사건의 발생은 증가시키지 않으면서(2.9% vs. 2.5%; 비열등성 유의확률=0.007) 출혈 사건의 발생은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2.0% vs. 3.4%; HR=0.58; 95% CI=0.36~0.92; 유의확률=0.02). 상대적으로 낮은 심근경색증 환자의 비율(약 25%)로 인해 이 연구의 결과를 심근경색증 환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출혈 위험도가 높은 환자들에게 선택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최근 발표된 TICO(Effect of ticagrelor monotherapy vs ticagrelor with aspirin on major bleeding and cardiovascular events in patients with acute coronary syndrome) 연구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들을 대상으로 ticagrelor과 aspirin을 이용한 이중항혈소판요법을 3개월 간 유지 후 ticagrelor 단독요법으로 전환한 군과 12개월 간 이 약제들을 유지한 군을 비교했다. TICO 연구에서 3개월 이중항혈소판요법은 12개월 요법과 비교했을 때 출혈 사건의 발생률을 유의하게 감소시키면서(1.7% vs. 3.0%; HR=0.56; 95% CI=0.34~0.91; 유의확률=0.02) 허혈성 심장사건의 발생은 증가시키지 않았다고 보고했다(2.3% vs. 3.4%; HR=0.69; 95% CI=0.45~1.06; 유의확률=0.09). 따라서 출혈의 위험도가 높은 심근경색증 환자에서는 12개월간 이중항혈소판제를 유지하는 것보다 단기간 이중항혈소판제를 사용 후 P2Y12수용체억제제 단독요법(특히 ticagrelor 또는 prasugrel)으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complex PCI를 시행한 경우에도 이러한 사용법이 유효할 지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결론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출혈의 위험도를 최소화 하면서 허혈성 심장사건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특히 Complex PCI를 시행한 환자에서는 허혈성 위험도가 더욱 높아지므로 12개월 이상 이중항혈소판요법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출혈의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서도 도움이 될지는 불명확하다. 따라서 시술의는 환자 개개인의 임상적 특성에 따른 출혈의 위험도와 시술 후 예상되는 허혈성 위험도를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이중항혈소판요법을 결정해야 한다(그림). 최근 발표된 SMART-CHOICE와 TICO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출혈의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서는 단기간 이중항혈소판요법을 유지 후 P2Y12수용체억제제 단독요법으로 전환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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