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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증 후 ARB와 ACEI, 동등한가?]

ACEI 우선 고려하되 ARB도 맞춤전략으로 적용

한주용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I. 머리말

재관류 요법, 특히 1차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rimary percutaneous coronary intervention)의 도입 이후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사망률이 크게 감소하고 치료 성적이 호전됐다. 하지만, 아직도 1년 사망률이 10%에 근접해 있고, 생존 환자의 상당수에서 심부전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심근경색증 이후의 주요 심장 사건의 발생은 시간이 지나도 그 위험이 감소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적극적인 재관류 요법 이후 최적의 약물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심근경색증 후 약물치료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RAS(renin-angiotensin-aldosterone system) 억제제인데,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ngiotensin-receptor blocker, ARB)와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inhibitors, ACEI)의 적응증과 선택에 있어서 아직까지 논란이 남아 있다.

II. 본문

ST분절 상승 심근경색증에 대한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American Heart Association, ACC·AHA) guideline에서는 전벽 심근경색증, 심부전이나 좌심실 박출률이 40% 이하인 경우에는 금기증이 없는 한 첫 24시간 이내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를 투여하도록 class I으로 권고하고 있다.1 이런 환자들 중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에 불내성이 있는(intolerant) 경우에 한해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를 권고하고 있다. Class I 적응증이 없는 환자들의 경우에도, 금기증만 없다면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를 투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class IIa로 권고하고 있다. ST분절 상승 심근경색증에 대한 유럽심장학회(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ESC) guideline의 내용도 전체적으로 ACC·AHA guideline과 유사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class I 적응증으로 전벽 심근경색증, 심부전이나 좌심실 박출률이 40% 이하 외에 당뇨병을 포함시켜 놓았다.2 또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에 불내성이 있는 환자들은 물론이고 없는 환자들에서도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 특히 valsartan이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를 대체해 사용될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class I with level of evidence B). ACC·AHA guideline과 마찬가지로, class I 적응증이 없다 하더라도 금기증이 없는 모든 환자에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의 사용이 고려돼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두 guideline이 명확한 것처럼 보이지만, 논란이 남아 있는 사항들이 있다. 첫째 심부전이나 좌심실 박출률 저하가 있는 환자에서 반드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를 먼저 고려하고 불내성이 있는 경우에만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아니면 처음부터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를 사용하는 전략이 가능한지 하는 문제다.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가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 사용 이후에 개발됐기 때문에 자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또 일부 연구에서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에 비해 성적이 나빴다고 보고됐기 때문에 아직까지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3

하지만, 심부전이나 좌심실 박출률 저하가 있는 1만 5000명에 가까운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valsartan과 captopril을 비교했던 VALIANT 연구에서는 valsartan이 captopril과 유사한 효과를 보였다.4 심근경색증 초기 입원 기간 동안에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를 사용하다 기침 등 부작용이 나는 경우에만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로 변경하는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로 인한 기침의 발현시기가 투약 개시 후 1일에서 몇 개월까지 매우 다양하다.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면 의사-환자 관계에 손상을 초래할 수 있고 다른 필수적인 약물까지도 순응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두번째 문제는 RAS억제제에 대한 class I 적응증이 없는 환자들에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 사용에 대한 권고만 있고,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에 대한 언급은 없다는 점이다.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에 대한 불내성으로 약제를 중지했을 때,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를 대신 사용할지 대해 명확한 지침이 없다.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에 대한 불내성의 비율이 일부 연구에서는 절반까지 보고될 정도로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실제 임상에서 고민이 많이 되는 문제이다.

아직까지 이런 환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무작위 연구는 진행된 바는 없다. 한국인 급성 심근경색증 등록사업(KAMIR) 자료를 이용한 관찰 연구에서는, 좌심실 박출률이 40% 이상인 6698명의 환자에서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가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와 유사한 보호 효과가 있었으며, 두 약제 모두 사용하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서는 사망 혹은 심근경색증의 재발을 유의하게 낮추는 효과를 보여줬다(그림).5 심부전이나 좌심실 박출률 저하가 없는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 사용에 대한 근거를 마련해 준 의미있는 연구지만, 아직까지는 확증적인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비ST분절 상승(non-ST-segment elevation) 심근경색증에 대해서는 ST분절 상승 심근경색증에 비해 자료가 제한적이어서 ACC·AHA guideline과 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guideline 사이에 차이가 있고, 특히 심부전이나 좌심실 박출률 저하가 없는 환자에 대해서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뿐만 아니라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에 대해서도 기술이 부족한 형편이다.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를 사용할 때 약제의 종류와 용량도 중요한데, 역시 아직까지 자료가 부족하다. 한국인 급성 심근경색증 등록사업(KAMIR) 자료를 이용한 관찰 연구에서는, 안지오텐신수용체에 보다 단단하고 오래 결합하는 insurmountable(non-competitive) 종류의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가 surmountable(competitive) 종류의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에 비해 더 효과가 우수했다고 보고됐다.6 좌심실 박출률이 50% 이하인 ST분절 상승 심근경색 환자 495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에서 진행됐던 다기관 무작위 연구인 VALID 연구에서, 하루 valsartan 320mg 혹은 maximal tolerated dose를 투여해도 80mg에 비해 성적을 개선시키지는 못했고 부작용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보여 줬다.7

III. 맺음말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에 대한 불내성의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와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지만 어려운 결정이다. 아직까지는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가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이 원칙적이라고 생각되지만, 환자 특성을 고려하여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의 사용도 시도해 볼 수 있는 대안이라고 판단된다.

References

1. 2013 ACCF/AHA guideline for the management of ST-elevation myocardial infarction: a report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Foundation/American Heart Association Task Force on Practice Guidelines. Circulation 2013;127:e362-425.

2. The Task Force for the management of acute myocardial infarction in patients presenting with ST-segment elevation of the 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ESC). Eur Heart J 2018;39:119-177.

3. Effects of losartan and captopril on mortality and morbidity in high-risk patients after acute myocardial infarction: the OPTIMAAL randomised trial. Optimal Trial in Myocardial Infarction with Angiotensin II Antagonist Losartan. Lancet 2002;360:752-760.

4. Valsartan in Acute Myocardial Infarction Trial I. Valsartan, captopril, or both in myocardial infarction complicated by heart failure, left ventricular dysfunction, or both. N Engl J Med 2003;349:1893-1906.

5. Angiotensin receptor blocker in patients with ST segment elevation myocardial infarction with preserved left ventricular systolic function: prospective cohort study. BMJ 2014;349:g6650.

6. Korea Acute Myocardial Infarction Registry I. Comparative assessment of angiotensin II type 1 receptor blockers in the treatment of acute myocardial infarction: surmountable vs. insurmountable antagonist. Int J Cardiol 2014;170:291-297.

7. V. The impact of a dose of the angiotensin receptor blocker valsartan on post-myocardial infarction ventricular remodelling. ESC Heart Fail 2018;5:354-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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