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환자에서의 출혈위험

이 교수는 우선 서양과 아시아의 뇌졸중 역학을 분석한 결과가 다르다는 점을 지목했다. 2010년 평가결과 중국, 동남아시아 지역의 출혈성 뇌졸중 발생률은 서양보다 약 2배 높았고, 다른 연구에서는 허혈성 뇌졸중 중 열공성 뇌경색 위험이 서양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교수는 열공성 뇌경색이 소혈관질환, 두개내죽상동맥경화증(ICAS) 모두와 연관성이 확인됐고, 나아가 미세혈관 출혈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Rotterdam Scan 연구(Neurology. 2008)에서는 열공성 뇌경색 환자에서 심부(deep) 또는 천정막(infratentorial)의 미세출혈 위험이 4배 이상 높았다.

뇌내 미세출혈 환자에서 항혈전요법

이 교수는 강의 핵심 내용을 “실로스타졸은 출혈성 뇌졸중이나 전신성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주로 사용할 수 있다”라고 정리했다. 즉 대상 환자에서 다른 항혈전요법의 한계가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이를 뒷받침해주는 근거들도 다수 제시했다.

먼저 2010년 발표된 연구(Stroke. 2010)에서 항혈소판제는 허혈성 뇌졸중/TIA 환자의 뇌내 미세출혈 위험을 1.4배 높였고, 특히 베이스라인에서 뇌내 미세출혈이 있을 경우 두개내출혈 위험은 12배 높였다. Rotterdam Scan 연구에서는 아스피린을 복용한 환자에서 엽(lobar) 미세출혈 위험은 약 2.7배, 심부 또는 천정막 출혈 위험은 약 2배 이상 높았다. 또 Rotterdam 연구에서는 뇌졸중이 없는 환자에서 클로피도그렐이 뇌내 미세출혈 발생률을 1.5~2배 증가시켰다.

또 1년간 뇌졸중 또는 일과성 뇌허혈발작(TIA) 환자 224명을 1년간 추적관찰한 연구(PloS One. 2011)에서도 1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소혈관폐색은 백질병변, 두개내출혈과 함께 미세출혈에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미세출혈은 열공성 뇌경색 또는 두개내출혈에 선행하는 이미지 마커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실로스타졸 단독요법

항혈소판제가 미세출혈 위험을 높인다는 점을 지목한 이 교수는 지난해 발표된 국내 메타분석 연구(Stroke. 2019)를 통해 대안을 제시했다. 이 연구에서는 2개 병변 이상 뇌내미세출혈이 있는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서 실로스타졸이 아스피린 대비 뇌내출혈과 뇌졸중 위험도를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실로스타졸의 유용성이 부각된 것인데 이와 일맥상통하는 실로스타졸 주요 근거들도 소개했다. 단독요법에 대한 대표적인 근거로는 CSPS 연구(J Stroke Crerbrovasc Dis. 2000)를 꼽았다. CSPS 연구에서 뇌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4년간 실로스타졸과 위약을 비교한 결과 실로스타졸은 위약 대비 재발률을 41.7% 감소시켰다. 특히 열공성 뇌경색 환자에서 재발률 감소폭이 가장 컸고(43.4%), 하위분석(Cerebrovasc Dis. 2008;26:63)에서는 당뇨병 동반 환자에서 실로스타졸군의 재발위험 감소율이 64.4%로 나타나 당뇨병환자의 혈관질환에 대한 혜택도 입증했다.

CSPS2 연구(Lancet Neurol. 2010)에서는 뇌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실로스타졸과 아스피린을 5년 간 투여해 첫 번째 뇌졸중(뇌경색, 뇌출혈, 지주막하출혈)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 아스피린 대비 실로스타졸에서 위험이 25.7% 낮았고, 출혈 발생률은 실로스타졸군에서 위험이 54.2% 낮았다. 하위분석에서는 열공성 뇌경색이 있는 출혈 고위험군에서 실로스타졸이 아스피린 대비 출혈성 뇌졸중 위험을 65% 낮췄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또 고혈압 동반 환자에서도 출혈성 뇌졸중 발생률이 실로스타졸 0.45%, 아스피린 1.44%로 3분의 1 수준이었다.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PICASSO 연구(Lancet Neruol. 2018)도 실로스타졸 단독요법의 혜택을 뒷받침해주는 근거로 제시했다. PICASSO 연구는 20세 이상 비심인성 허혈성 뇌졸중/TIA 환자 중 두개내출혈 병력이나 2개 이상 미세출혈 병변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주요유해심혈관사건(MACE)의 변화를 평가했다. 연구결과 실로스타졸은 아스피린 대비 뇌졸중, 심근경색증, 혈관성 사망에 대한 종합 아웃컴에서 비열등성을 입증했고(HR 0.80, 95% CI 0.57-1.11, P=0.0077), 뇌내 출혈은 감소시키는 경향을 보였다(HR 0.51, 95% CI 0.20-1.27, P=0.18).

이 교수는 “CASISP, CAIST, CSPS2 등의 연구를 메타분석한 연구(Am J Cardio. 2013)에서도 실로스타졸은 아스피린 대비 출혈성 뇌졸중 위험을 73%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RR 0.27, 95% CI 0.13-0.54)”며 실로스타졸 단독요법의 효과를 강조했다.

실로스타졸 병용요법

이 교수는 이중항혈소판요법에도 실로스타졸을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CHANCE, POINT 연구를 전체 분석(pooled-anaylysis) 연구(JAMA 2019) 결과 두 연구 모두에서 아스피린 + 클로피도그렐 병용요법과 MACE를 유의하게 감소시켰지만, POINT 연구에서는 주요 출혈 위험이 2.3배 증가했다는 점을 지목했다.

또 소혈관질환 환자 3020명을 대상으로 아스피린 + 클로피도그렐 병용요법과 아스피린 단독요법을 비교한 SPS3 연구(NEJM 2012)는 출혈 문제로 연구가 중단된 바 있고, 특히 열공성 뇌경색 환자에서 아스피린 + 클로피도그렐 병용요법은 출혈 위험을 2배 가까이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 교수는 “현재 아스피린 + 클로피도그렐 병용요법이 전가의 보도가 될 수는 없고, 출혈 위험을 감소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근거에서도 실로스타졸 병용요법이 확인된 바 있다. TOSS 연구에서 실로스타졸은 아스피린 대비 ICAS의 진행률이 낮았고(6.7% vs 28.8%) 회복(regression) 정도도 좋았다(24.4% vs 15.4%). TOSS Ⅱ 연구에서는 아스피린 + 실로스타졸 병용요법과 아스피린 + 클로피도그렐 병용요법을 비교한 결과 동일한 효과를 보였다(진행 9.3% vs 15.5%, 회복 30.2% vs 23.7%).

이에 이 교수는 “ICAS 가이드라인(J Stroke. 2017)에서는 TOSS 연구를 근거로 아스피린 + 실로스타졸 병용요법이 아스피린 단독요법보다 ICAS 진행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고 권고했고, TOSS Ⅱ 연구에서 아스피린 + 실로스타졸이 아스피린 + 클로피도그렐보다 전반적인 협착증 변화에 더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고 강조했다”며 실로스타졸의 혜택에 무게를 뒀다.

또 전문가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은 CSPS.com 연구도 주요 근거로 소개했다. 기존에 아스피린이나 클로피도그렐을 투여받고 있는 환자 중 50% 이상 협착증이 있거나 2가지 이상의 재발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에서 실로스타졸 추가전략은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단독요법보다 4년 뇌졸중 재발 위험을 50% 가까이 낮췄다(2.2% vs 4.5%). 또 뇌졸중, 심근경색증, 혈관성 사망의 종합 발생률도 낮았고(2.9% vs 5.5%), 출혈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0.6% vs 0.9%). 이에 이 교수는 “초기에 부작용에만 내약성이 좋다면 비심장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서 아스피린 또는 클로피도그렐에 실로스타졸을 추가하는 전략은 MACE 감소와 뇌졸중 재발 예방에 효과적인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정리했다.

아시아 환자에서 안전한 전략으로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실로스타졸 단독요법과 병용요법을 메타분석한 국내 연구(Stroke. 2019)를 소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실로스타졸 단독요법은 아스피린 대비 뇌졸중 재발 위험은 34%, 허혈성 뇌졸중 위험은 22%, 출혈성 뇌졸중 위험은 64%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심근경색증 위험에는 차이가 없었다. 하위그룹 분석에서는 만성 기간 투여에서도 효과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개월 이상된 뇌졸중 환자에서도 유의하게 혜택이 좋았다.

아스피린 + 실로스타졸 병용요법과 아스피린 단독요법을 비교했을 때도 병용군에서 뇌졸중 위험은 50%, 허혈성 뇌졸중 위험은 51% 낮았다. 출혈성 뇌졸중, 심근경색증 위험은 차이가 없었다. 추적관찰에 따른 하위분석에서도 만성 기간투여의 효과가 확인됐고, 6개월 이상된 뇌졸중 환자에서 혜택이 더 컸다.

이에 이 교수는 “아직 국내에서는 아스피린 + 클로피도그렐 병용이 권고되고 있지않지만, 향후 변화에 따른 임상적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며 실로스타졸 관련 근거들의 임상적 의미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실로스타졸 관련 근거들을 고려하면 맞춤전략이 중요시되는 현실에서 뇌내 미세출혈, 백질 병변의 소혈관 병변에 이르기까지 실로스타졸의 역할 범위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출혈 위험을 고려했을 때는 실로스타졸 단독요법이 안전성에서 더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제언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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