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급격한 고령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노인(65세 이상 고령층) 당뇨병의 유병률은 전체 당뇨병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때문에 이들 노인 연령대에서 당뇨병의 이환을 얼마나 막느냐, 또는 노인 당뇨병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 것이냐가 당뇨병 대란을 앞둔 대한민국의 최대 보건이슈 중 하나다. 노인 당뇨병은 높은 유병률 만큼이나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연령대에서 높아지는 혈당을 공격적으로 낮추거나 과도한 혈당의 강하를 멈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인 당뇨병에서는 혈당의 높고 낮음의 변화, 즉 혈당변동성(glucose variability) 위험이 젊은 연령대에 비해 더 심하게 관찰된다. 성균관의대 김재현 교수(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는 노인 당뇨병의 치료와 관련해 “체내 혈당수치를 고려해, 높을 때 인슐린분비를 촉진하고 너무 낮을 때는 적정 혈당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기전의 약제가 필요하다”며 DPP-4억제제의 ‘혈당 의존성 인슐린 반응’ 기전을 치료대안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DPP-4억제제 테네리글립틴과 위약을 비교한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를 통해 노인 제2형당뇨병 환자의 혈당변동성 조절혜택을 규명하고, 그 결과를 전세계에 보고해 학계로부터 주목받은 바 있다.

Q. 노인 당뇨병 치료 시에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발생하는 당뇨병은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여러 유병특성을 수반한다. 우선 동반질환이 많아 약물치료 수가 늘어난다. 여러 개의 약물을 복용해야하는 만큼 순응도가 떨어져 혈당조절에 애를 먹을수밖에 없다. 특히 당뇨병 치료와 관련해 고령층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높은 혈당변동성(glucose variability)으로 인해 식후 고혈당의 조절이 어렵고 저혈당증 위험을 막아내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서양의 젊은 연령대와 비교해 아시아인 고령층의 혈당변동성 위험이 2배가량 높은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Q. 고령층에서 높은 혈당변동성의 병태생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조명해볼 수 있다. 노인 연령대에서 높은 혈당변동성은 식후 고혈당 및 저혈당증 위험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먼저 노인의 경우에는 베타세포 기능이 저하돼 있어 식후에 급격히 높아지는 혈당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한다. 자동차로 따지면 인슐린분비능의 속도를 올리기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아야 하는 이치다. 이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노인 당뇨병에서는 식후 고혈당이 강하게 발현하며, 이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치료의 관건이다.

노인의 경우 공복이 오래 이어질 때 저혈당증에 대비해야 할 보상반응도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혈당이 급격히 떨어질 때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여야 하는데 이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때문에 저혈당증 위험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는 ‘저혈당 무감지증’의 위험이 높고, 저혈당증이 와도 중증이거나 회복이 어렵다.

종합하면 식후 고혈당 조절을 위한 액셀러레이터(인슐린 분비촉진)와 저혈당증 예방을 위한 브레이크(정상혈당 유지)가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혈당의 높고 낮음, 즉 혈당변동성의 폭이 커질수밖에 없다. 혈당변동성이 클수록 식후 고혈당과 저혈당증 위험도 그 만큼 증가한다.

Q. 노인 당뇨병의 치료에 적합한 약물은?

노인 당뇨병에서는 체내 혈당량의 변화를 고려하면서 식후 고혈당을 조절하고, 저혈당증 위험으로부터 자유롭게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혈당이 급격히 높아질 때 인슐린분비능의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혈당을 적절히 낮추고, 합병증 위험을 초래할 정도로 혈당이 낮아질 때는 혈당강하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기전의 약제가 필요하다.

이를 ‘혈당 의존성 인슐린 반응’이라 하는데, 인크레틴 기반요법으로 불리는 DPP-4억제제와 GLP-1수용체작용제가 이러한 기전을 갖추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설폰요소제나 기저인슐린과 같이 혈당량과 관계없이 인슐린을 늘리는 약제로는 혈당변동성을 충분히 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DPP-4억제제는 체내 혈당량의 높고 낮음에 따라 인슐린 또는 글루카곤의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식후 고혈당 조절과 저혈당증 예방에 더 적합한 계열로 알려져 있다.

Q. TEDDY 연구의 배경은?

DPP-4억제제가 혈당변동성 개선에 가장 적합한 계열일 것이라는 연구 데이터가 많이 축적돼 있다. 때문에 혈당변동성과 저혈당증 위험이 핵심인 노인 당뇨병의 치료에서도 DPP-4억제제가 1차선택제로서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주장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 제2형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DPP-4억제제의 혈당변동성 개선혜택을 검증한 연구가 없었던 만큼, 테네리글립틴과 위약 대조군 임상연구를 디자인했다. TEDDY 연구는 혈당강하제 계열 중에서는 처음으로 노인 제2형당뇨병 환자의 치료혜택을 들여다 본 사례라 할 수 있다.

Q. 혈당변동성 조절혜택 결과는?

CGMS(continuous glucose monitor system) 측정을 통해 혈당변동성 개선의 마커인 CV(coefficient of variation), MAGE(mean amplitude of glycemic excursion), SD(standard deviation) 등을 평가했다. 그 결과 CV(-4.58%, p=0.0012), MAGE(-27.46mg/dL, p＜0.0001), SD(-12.5mg/dL, p＜0.0001) 모두에서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혈당변동성 개선혜택이 관찰됐다.

특히 테네리글립틴은 혈당변동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CV 값을 베이스라인 대비 5.11%, 위약과 비교해서는 4.58%(5.11% vs 0.53%) 더 낮췄는데, 특히 위약과 비교해 저혈당증 발생률의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Q. TEDDY 연구의 메세지와 의미는?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의 고령화가 급격한 속도로 진행 중이고, 노인 당뇨병의 유병률 또한 전체 당뇨병 인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나라 고령층 당뇨병 환자의 혈당변동성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번에 TEDDY 연구를 통해 노인 제2형당뇨병 환자들만을 치료한 결과, DPP-4억제제가 저혈당증 발생률의 유의한 증가 없이 혈당변동성을 개선하며 혈당을 조절할 수 있는 약제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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