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관리의 필요성

을지의대 박상민 교수(을지대병원 심장내과)는 고혈압이 사망원인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높은 체질량지수(BMI), 높은 콜레스테롤 등 대사증후군 인자들과 함께 심혈관계 위험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고혈압을 필두로 이상지질혈증, 비만, 흡연 등 위험인자가 죽상동맥경화증을 야기하고 심근경색증, 뇌졸중을 발생시키고, 심장 재구축, 인지기능 감소, 심부전, 2차 뇌졸중 등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급성 심근경색증에서도 당뇨병, 고혈압, 비만이 주요 위험인자로 보고됐고, 관련 연구에서는 정상혈압을 기준으로 수축기/이완기혈압이 20/10mmHg씩 증가할 때마다 심혈관 사망위험은 2배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도 고혈압의 위험성을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심장대사증후군 측면에서 고혈압

박 교수는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나고 있고, 한국인 기대수명도 2030년에는 남녀 모두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한국 고혈압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고혈압학회에서 고혈압 1기 기준은 140/90mmHg 이상, 2기는 160/100mmHg로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30세 이상 고혈압 유병률은 남성 33.2%, 여성 23.1%로 나타났고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띄고 있다.

박 교수는 대한고혈압학회 Hypertension Fact Sheet 2018도 근거로 제시, 본태성 고혈압 환자수는 1100만명 중 약물을 처방받은 환자는 890만명, 약물복용을 유지하고 있는 환자는 570만명, 혈압이 적절하게 조절되는 환자는 510만명이었다고 부연했다.

그리고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하고 있는 환자도 적지 않다고 언급했다. 특히 당뇨병이 고혈압과 함께 심혈관질환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로 꼽히고,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질환이 주요 사인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연구에서 65세 초과 당뇨병 환자 중 68% 이상이 심질환을 동반하고 있었고, 16%는 뇌졸중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고혈압과 당뇨병이 동반돼 있을 때는 심혈관손상 위험이 더 크게 늘어나고 그 결과 관상동맥심질환, 심부전, 말초동맥질환, 뇌졸중, 심혈관 사망 위험이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 교수는 “고혈압과 함께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비만이 높은 동반율을 보이고 결과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해 심장대사증후군 측면에서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심혈관질환 이환 환자에게 130/80mmHg까지

박 교수는 적절한 목표혈압 설정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심장대사질환 위험이 높은 당뇨병을 동반한 환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에 관련해 ACCORD, SPRINT 연구에서 고강도 혈압강하의 혜택을 근거로 유럽심장학회·유럽고혈압학회(ESC·ESH) 2018년 가이드라인에서는 140/80mmmHg 미만으로 조절하되 수축기혈압을 130mmHg까지 조절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붙였다.

단 수축기혈압을 120mmHg 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은 피하도록 했다. 대한심장학회는 ACCORD 연구에서 SPRINT 연구 대상자들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를 근거로 심혈관질환이 없는 환자에서는 140/85mmHg, 심혈관질환을 이환하고 있는 환자에서는 130/80mmmHg을 목표혈압으로 제시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수축기혈압의 경우 ACCORD 연구, 이완기혈압의 경우 HOT 연구를 근거로 140/85mmHg를 목표혈압으로 제시하되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에서는 130/80mmHg도 적용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RAAS차단제

심장대사질환 측면에서 우선해 고려할 수 있는 항고혈압 치료전략으로는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RAAS)차단제를 꼽았다. RAAS는 렙틴은 증가시키고 아디포넥틴은 감소시켜 인슐린 민감성을 떨어뜨리고 고혈압을 발생시킨다. 그리고 RAAS는 심장과 신장의 순환체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신장에는 레닌, 간에는 안지오텐신, 부신에는 알도스테론이 작용한다. 또 대사증후군에서는 지방조직에도 작용을 한다.

이에 박 교수는 RAAS차단제가 전통적으로 사용돼 온 효과적인 항고혈압제라고 강조했다. 2013년 유럽 가이드라인에서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칼슘길항제(CCB), 베타차단제, 티아지드계 이뇨제, 기타 항고혈압제를 주요 치료전략으로 권고했고, 2013년 대한고혈압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ARB를 포함한 RAS차단제, 칼슘길항제, 베타차단제 이뇨제를 주요 치료전략으로 권고했다.

또 미국고혈압학회 2010년 가이드라인에서는 고위험 환자에게는 RAS차단제를 1차로 적용하고 혈관이 경직되는 형태의 환자에게는 칼슘길항제를, 체액저류 환자에게는 이뇨제를 추가하도록 했다.

영국 NICE의 경우 2011년 가이드라인에서는 55세 이하 환자에게 RAS차단제를 우선 적용하도록한 내용을 2019년 가이드라인에서는 제2형당뇨병을 동반한 환자에게 연령에 무관하게 ARB나 ACEI 적용으로 업데이트 했다.

강력한 ARB 아질사르탄, 혈관손상 개선까지 

RAAS차단제 중 한국에서는 ARB가 높은 비율로 선호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ARB는 AT₁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한다. AT₁ 수용체는 혈관경직, 나트륨 저류, SNS활성, 염증 등과 연관성을 보인다. 박 교수는 아질사르탄 메독소밀을 강력한 강압효과를 보이는 대표적인 ARB 중 하나로 소개했고, 다양한 연구에서 혈당 분비율, 인슐린 민감도를 개선시켜 인슐린 저항성에 효과를 보였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기초 연구에서는 혈관손상에도 효과를 보였다. 아질사르탄은 대조군과 비교한 결과 ACE2/안지오텐신-1-7 활동강화를 통해 신상내막과증식(neointimal hyperplasia)를 예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동물실험에서는 안지오텐신Ⅱ 억제를 통해 신장손상도 개선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아질사르탄 등 ARB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악화에 연관성이 있다는 보고들에 관련해 박 교수는 “대한고혈압학회는 RAS차단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또 대한심장학회도 RAS차단제가 COVID-19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근거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역으로 일부 당뇨병 ARB가 긍정적인 예후변화를 보였다는 사례도 제시했다”며 COVID-19 팬데믹 시대에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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