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용처방 비중↑

대한민국에서의 항고혈압제 처방패턴 역시 병용요법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의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단독요법으로 목표혈압 도달이 어려운 경우, 처음부터 160/100mmHg 이상으로 고혈압 2단계에서 진단된 중증환자, 또는 목표혈압보다 20/10mmHg 이상 높은 고위험군에서 병용요법을 시작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학회는 “병용요법의 경우 약물 순응도를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첫치료에 SPC 제제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 병용요법과 관련해 “고혈압 환자의 3분의 2 이상이 한 가지 항고혈압제로 혈압조절이 되지 않고 서로 다른 기전의 두 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가 필요하다”며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Korea Hypertension Fact Sheet 2020’에서도 고혈압 치료 시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비중을 엿볼 수 있다. 팩트시트의 항고혈압제 처방패턴 변화를 보면, 2018년 기준으로 한 가지 약제를 처방받는 경우(1제요법)가 40.7%였던 반면, 2제 이상의 항고혈압제 처방은 59.3%로 단독치료보다 우위를 점했다. 세부적으로는 2제요법이 43.2%, 3제요법 이상이 16.1%로 두 가지 항고혈압제를 병용하는 처방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병용조합 선택

고혈압 치료에 있어 병용요법이 다수 처방되고 있는 가운데, 병용조합의 선택은 레닌안지오텐신계(RAS)억제제·칼슘길항제(CCB)·이뇨제 등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유럽 고혈압 가이드라인의 경우, 항고혈압제 병용선택과 관련해 RAS억제제·CCB·이뇨제 등 3개 계열의 조합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즉 2제 병용조합으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로 대변되는 RAS억제제와 CCB에 이어 RAS억제제와 이뇨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대한고혈압학회의 경우는 2018년 고혈압 진료지침을 통해 ACEI·ARB + 이뇨제, ACEI·ARB + CCB, CCB + 이뇨제 등의 조합을 주된 병용요법으로 권고하고 있다. ‘Korea Hypertension Fact Sheet 2020’에서도 주종을 이루고 있는 병용조합을 확인할 수 있다.

팩트시트에서 병용요법 중 약제조합을 보면 RAS억제제 + CCB가 61.1%로 비중이 가장 크며, 그 뒤로는 RAS억제제 + 이뇨제(22.7%), CCB + 베타차단제(5.0%), RAS억제제 + 베타차단제(4.7%), CCB + 이뇨제(3.4%) 등이 순위를 이어가고 있다.

RAS억제제 + 이뇨제

병용요법의 조합 가운데서는 RAS억제제와 CCB가 주된 선택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RAS억제제와 이뇨제의 조합 역시 꾸준한 선택을 받고 있다. 두 계열의 독특한 상호보완 기전에 따라 혈압강하의 시너지 효과(synergistic effects)는 물론 내약성과 순응도 제고까지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고혈압학회(ASH)는 항고혈압제 병용요법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뇨제, CCB, ACEI, ARB, 베타차단제 등 혈압강하와 함께 심혈관보호효과를 갖춘 약제를 주 계열로 2제병용 선택을 소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ACEI·ARB와 티아지드계 이뇨제(HCTZ)의 병용으로 추가적인 혈압강하 효과를 충분히 담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SH의 설명에 따르면, 이뇨제는 치료초기에 RAS(레닌·안지오텐신계)를 활성화시켜 혈관수축과 염분 및 수분저류(salt & water retention)를 야기하는데 RAS억제제를 추가하면 이러한 이뇨제의 약리학적 보상반응(compensatory response)을 상쇄시킨 상태에서 강압효과를 늘릴 수 있다.

한편 고혈압학계의 세계적 석학인 일본 지치의과대학(Jichi Medical University)의 Kazuomi Kario 교수는 JASH 2010에 게재한 논평에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로 △체액저류(volume retension) 타입의 고혈압 △non-dipper·riser 등 야간고혈압 △만성신장질환(CKD)·만성심부전(CHF) 병력 △염분섭취·민감도 증가 등의 환자에게는 RAS억제제에 이뇨제를 조합하는 병용선택이 권고된다”고 밝힌 바 있다.

AS억제제 + CCB와 리얼월드 비교

Kario 교수의 이러한 주장은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리얼월드 관찰연구에서 입증된 바 있다. 연세의대 박성하·유승찬 연구팀이 지난해 대한심장학회 저널 KCJ에 발표한 ‘2제 병용요법 1차치료의 비교’에 관한 리얼월드 관찰연구 결과로, RAS억제제와 이뇨제 조합의 치료에서 심부전이나 뇌졸중 상대위험도가 유의하게 낮았다.

연구팀은 한국·미국의 5개 보험청구 자료를 기반으로, 고혈압의 첫치료에 항고혈압제 2제 병용요법(first line dual combination therapy)을 6개월 이상 유지한 환자 약 100만명(98만 7983명)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세 가지 병용요법의 임상결과(clinical outcome)를 비교했다. 세 가지 요법은 △RAS억제제 + CCB  △RAS억제제 + 티아지느계 이뇨제(HCTZ) △CCB + HCTZ 그룹이었다.

“심부전·뇌졸중 상대위험도↓”

리얼월드 관찰결과, 1차종료점이었던 전체 사망률에 있어서는 세 그룹 간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병용요법 간 임상결과의 차이는 2차종료점으로 관찰했던 심부전과 뇌졸중 위험도에서 확인했다.

2차종료점 관찰결과, RAS억제제 + CCB 그룹의 심부전 상대위험도가 RAS억제제 + 이뇨제 그룹과 비교해 9% 유의하게 높았다(HR 1.09, P=0.040). 뇌졸중 역시 RAS억제제 + CCB 그룹의 상대위험도가 8% 높았으며, 이는 RAS억제제 + 이뇨제 그룹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였다(HR 1.08, P=0.040).

한편 이번 연구에서는 여성 하위그룹을 별도로 분석했을 때 RAS억제제 + CCB 치료군의 사망위험이 RAS억제제 + 이뇨제군과 비교해 20%나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HR 1.20, P=0.006).

ARB / HCTZ

항고혈압제 병용치료에 있어 RAS억제제 + 이뇨제의 조합 중에서는 ARB와 HCTZ 고정용량 병용요법의 성장이 주목받고 있다. 유비스트 자료에 따르면, 국산 ARB 제제 피마사르탄에 이뇨제 HCTZ를 더한 단일제형복합제(SPC) 라코르정은 ARB / HCTZ 복합제 처방성적이 전반적으로 저조한 가운데서도 지난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연간 처방조제액이 9.4% 성장을 보이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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