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샘내과의원 박석오 원장

Q. 1차의료기관 임상의로서 혈당강하제 처방시 주요 고려사항은?

대규모 인프라를 갖춘 2·3차기관과 달리 소규모의 진료환경에서 환자를 대하는 1차의료 임상의들은, 각 계열 혈당강하제의 혈당조절 효과가 크게 차이가 없다는 전제 하에, 약제투여에 따른 이상반응을 줄일 수 있는지의 여부에 좀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즉 안전성에 초점을 두고 부작용 위험이 낮은 약제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그 다음으로 약제처방 시 보험급여 여부 등을 포함해 약가, 즉 비용 측면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효과·안전성·비용 등의 조건을 충족시키고 나면, 그 때부터는 심혈관질환 위험감소 등 부가적 혜택을 고려하는 수순으로 처방선택이 이뤄진다.

Q. 2차·병용치료에 DPP-4억제제 선택이 압도적인 이유는?

팩트시트를 보면, 병용처방 중 메트포르민+DPP-4억제제 조합이 60%에 육박하며 가장 많은 선택을 받는다. 메트포르민이 대표적인 1차치료제인데다, DPP-4억제제가 혈당조절 효과와 더불어 안전성·비용 등의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DPP-4억제제는 인슐린 분비는 늘리면서 글루카곤은 감소시키는 기전으로, 식후혈당의 조절에 좀 더 특화돼 있다. 특히 이 계열은 서양인 대비 아시아인에서 더 우수한 혈당조절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혈당 의존적 인슐린 반응 기전을 갖춰 혈당수치에 따라 약효가 달라지기 때문에 저혈당 위험이 거의 없는 약제다. 체중에도 중립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부작용 위험이 낮아, 타 계열과 비교해 안전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또한 DPP-4억제제는 최근 등장한 SGLT-2억제제, GLP-1RA 주사제에 비해 보험급여기준이 단순하여 비용 측면에서도 처방이 수월하다. 처방시장에 등장한 이후 2·3차기관보다는 1차의료기관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약제로 알려져 있는데, 그 만큼 개원가에서 안전하고 편하게 처방할 수 있는 약제로 인식돼 왔다.

Q. DPP-4억제제 2차·병용치료 실패시 선택은?

메트포르민+DPP-4억제제의 2제·병용치료에도 혈당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 △다른 계열의 추가·병용 △기존 약제의 용량증가 △동계열 내 다른 약제로 전환(DPP-4억제제 스위칭 전략)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타 계열 약제를 추가하는 경우 메트포르민+DPP-4억제제+설폰요소제의 3제병용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공복혈당 조절에는 효과적이지만 저혈당 위험증가 등 부작용 위험을 짚어봐야 한다. 또 3제로 전환 시에 늘어나는 약물갯수와 비용에 대한 환자의 거부감이 처방현장에서 극복해야 할 문제다.

나머지 선택은 2제병용을 유지하며 추가적인 혈당조절 혜택을 끌어내는 전략인데, 기존 약제의 용량을 늘리는 전략은 증량한 만큼의 추가적인 혈당조절 효과가 뒤따르지 못한다. 때문에 DPP-4억제제 2차치료에 실패했을 때 동계열 내에서 다른 DPP-4억제제로 전환(switching)하는 전략이 부작용 위험의 간극을 메워줄 수 있는 새로운 선택으로 주목받고 있다.

Q. DPP-4억제제 스위칭 전략의 임상근거는?

실제 임상근거에 기반해 진료현장에서 이 전략을 써봤고 좋은 결과를 얻었던 경험도 있다. 지난해 발표된 국내 다기관 임상연구에 따르면, 이전의 DPP-4억제제 치료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를 다른 DPP-4억제제 아나글립틴으로 전환해 치료한 결과, 베이스라인 평균 8.13±1.03%였던 당화혈색소(A1C)가 아나글립틴 투여 후 12주시점에는 7.55±0.95%로 평균 0.59±0.95% 유의하게 감소했다. A1C의 변화가 -0.3%에서 -0.8%까지였는데, A1C 0.8%의 감소는 약제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 만큼의 상당히 인상적인 결과다.

Q. 추가 혈당조절 효과는 어디에서 기인했나?

1일 1회(QD)에서 1일 2회 용법(BID)의 DPP-4억제제로 전환해 치료한 것이 주효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BID 용법은 QD와 비교해 복약 순응도면에서는 약점일 수 있지만, 효과를 지속적으로 늘린다는 측면에서는 더 큰 도움이 된다. DPP-4억제제의 주요 강점은 식후혈당 조절에 있다. 특히 BID 용법의 DPP-4억제제는 식후혈당 조절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더 우수하다. 또한 BID 용법은 약을 아침과 저녁 두 번으로 나눠 분복하는 만큼, 혈당변동성의 폭을 줄여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24시간 혈당조절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