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작용경구용항응고제(DOAC) 에독사반이 경피적대동맥판막치환술(TAVR 또는 TAVI)을 받은 환자의 최적 항혈전요법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TAVI 후 6개월 동안 에독사반을 복용한 환자군의 판막혈전증(leaflet thrombosis) 발생률은 이중항혈소판요법(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DAPT)을 진행한 환자군보다 수치 상 낮았을지라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이와 함께 치료에 따른 새로운 뇌 혈전색전증 발생률과 신경/신경인지 기능 악화율도 다르지 않았다. 울산의대 박덕우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는 ADAPT-TAVR로 명명된 이번 연구결과를 지난달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22)에서 공개했다. 연구는 동시에 Circulation 4월 4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TAVI를 받은 환자는 심장마비, 뇌졸중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혈전 발생위험을 낮추고자 시술 후 6개월간 DAPT 항혈전치료를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일부 환자는 CT에서 무증상 판막혈전증이 확인된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TAVI를 받은 환자의 38%에서 무증상 판막혈전증이 발생했다. 이는 뇌에서 혈전으로 인한 뇌졸중 또는 일과성뇌허혈발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경구용항응고제(OAC)는 TAVI 후 무증상 판막혈전증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무증상 판막혈전증과 뇌 혈전색전증 간 인과관계가 있는지와 OAC가 무증상 판막혈전증 관련 뇌 혈전색전증을 줄일 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DAPT-TAVR는 이 같은 불확실성을 해결하고자 진행된 다기관·오픈라벨·무작위 연구다. 한국, 홍콩, 대만 등 3개국 5개 의료기관에서 성공적 TAVI를 받았고 항응고제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 229명이 모집됐다. 평균 나이는 80세였고 여성이 58%를 차지했다.

전체 환자군은 TAVI 후 에독사반군(111명)과 DAPT군(118명)에 무작위 배정돼 6개월간 치료받았다. 에독사반군은 60mg 1일 1회 복용하거나 용량감량 필요시 30mg을 1일 1회 복용했다. 1차종료점은 6개월째 4D-CT로 확인한 판막혈전증 발생으로 정의했다.

치료의향분석(ITT) 결과, 판막혈전증 발생률은 에독사반군 9.8% 대 DAPT군 18.4%로 DOAC군의 위험이 47% 낮았지만 두 군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P=0.076). 이어 주요 2차종료점으로 뇌MRI에서 확인한 새로운 뇌병변 수 및 부피, TAVI 후부터 6개월 사이 신경/신경인지 기능변화를 조사했다.

결과를 종합하면, 1차 종료점과 마찬가지로 치료에 따른 의미 있는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뇌MRI에서 확인한 새로운 뇌병변 발생률은 에독사반군 25.0%, DAPT군 20.2%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P=0.40). 총 새로운 병변 수 및 부피(중앙값) 역시 두 군이 다르지 않았다.

이 같은 경향은 신경/신경인지 기능변화에서도 나타났다. 미국국립보건원 뇌졸중척도(NHISS) 악화율은 에독사반군 5.0%, DAPT군 3.7%, 장애 예후 평가지표인 수정랭킨척도(mRS) 악화율은 2.0%와 0.9%, 몬트리올 인지평가 악화율은 30%와 22.2%로 치료에 따른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의 주요 메세지는 무증상 판막혈전증이 TAVI를 받은 환자의 임상예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한 것”이라며 “인공판막 이식 후 판막혈전증이 증상 또는 합병증을 일으키지 않은 환자의 경우 무증상 판막혈전증 존재로 항혈전요법 유형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 또 이번 결과는 무증상 판막혈전증을 식별하기 위해 정기적 CT를 진행하는 것을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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