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미국당뇨병학회(ADA)는 가이드라인에서 ‘미세혈관합병증 위험관리’를 주요한 의제 중 하나로 삼고 있다. 특히 미세혈관합병증 가운데 당뇨병 환자의 20~40% 정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성신장질환(CKD)에 설명을 집중한다. ADA는 만성 신장질환 위험을 줄이거나 진행을 늦추기 위해 혈당조절을 최적화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적극적인 혈당조절을 통해 신장질환 이환이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는 근거에 기반한 결정이다. ADA는 “일련의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집중 혈당조절을 통해 제1·2형당뇨병 환자의 알부민뇨 발생과 진행을 늦출 수 있었다”며 신장질환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혈당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울산의대 정창희 교수(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는 제2형당뇨병 환자에서 적극적인 혈당조절을 통해 장기적으로 신장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었던 대표적 사례로 ADVANCE 연구를 꼽았다. 설폰요소제 글리클라지드 MR(modified release)을 검증한 ADVANCE 연구가 가장 오랜 역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20년 전 ADVANCE에서 ADVANCE-ON까지 총 10년 동안 진행된 연구에서 글리클라지드 MR을 기반으로 하는 집중 혈당조절을 통해 장기적으로 신장질환 위험을 유의하게 줄일 수 있었다. 정 교수로부터 ADVANCE, ADVANCE-ON 연구의 역사와 메세지에 대해 들어봤다. |
Q. 당뇨병에 신장질환이 동반이환되는 병태생리와 위험도는?
제2형당뇨병 환자에서 만성신장질환이 동반이환되는 기전은 먼저 고혈당 자체에 의한 신장손상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고혈당의 여러 기전을 통해 신장 내 혈관 및 신세포에 대한 독성이 야기되는 것이다. 또한 당뇨병에 동반되는 비만이나 고혈압 등에 의한 사구체의 과부하로 인해 신장질환이 이환되기도 한다. 따라서 미세혈관이 뭉쳐 있는 신장조직의 손상을 막고, 궁극적으로는 미세혈관합병증(당뇨병성 신장병증)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혈당조절이 선행돼야 한다.
신장질환을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사구체여과율 60mL/min/1.73㎡ 미만으로 정의할 경우 당뇨병 환자의 약 15~20% 정도가 만성신장질환을 동반하고 있다. 증가된 알부민뇨까지 고려하면 국내 당뇨병 환자에서 만성신장질환 유병율은 30%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Q. 설폰요소제의 혈관합병증 혜택은 규명돼 있는지?
UKPDS와 ADVANCE 연구 등을 통해 설폰요소제 계열의 미세혈관합병증에 대한, 특히 당뇨병성 신장병증과 신경병증 측면에서 그 이득이 이미 입증돼 있다. 과거 설폰요소제 계열의 심혈관계 안정성에 문제가 제기된 적도 있지만, TOSCA-IT과 CAROLINA 연구에서 각각 피오글리타존이나 리나글립틴 대비 심혈관사건을 더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심혈관질환 안전성 이슈는 점차 해결돼 가고 있다. 글리클라지드 MR을 대상으로 한 ADVANCE 연구에서도 설폰요소제가 장기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
Q. ADVANCE 연구에서는 신장질환 혜택이 두드러졌는데?
ADVANCE에서는 설폰요소제 계열 혈당강하제 글리클라지드 MR 요법을 통한 집중 혈당조절과 표준요법의 임상혜택을 비교했다. 혈당조절 결과는 5년관찰에서 글리클라지드 MR 치료군과 표준요법군의 평균 당화혈색소(A1C)가 6.5% 대 7.3%로 차이를 나타냈다. 이러한 혈당조절의 차이는 혈관합병증 위험감소로 이어져, 글리클라지드 MR군의 미세혈관 및 대혈관합병증 복합빈도가 표준요법군에 비해 10% 낮아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다(hazard ratio 0.90, P=0.01). 특히 글리클라지드 기반요법군의 미세혈관합병증이 표준요법 대비 14% 감소했는데(hazard ratio 0.86, P=0.01), 신장병증 상대위험도를 21%(hazard ratio 0.79, P=0.006) 줄인 것이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Q. ADVANCE-ON의 결과는 어떠했나?
ADVANCE 연구가 종료된 이후에 추가로 5년 동안 환자들을 관찰해 합병증 발생이 어떻게 귀결됐는지 관찰한 연구가 바로 ADVANCE-ON이다. 관찰기간 동안 처음에 차이가 났던 두 군의 혈당조절 정도는 7.2% 대 7.4%로 차이가 사라졌는데, 이렇게 비슷한 혈당조절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5년 동안 글리클라지드 MR을 이용한 집중관리군에서 여전히 신장 관련 합병증이 감소돼 있었다. 말기신장질환(ESRD) 상대위험도가 대조군에 비해 46%(hazard ratio 0.54, P=0.007) 낮았던 것이다. 최종적으로 총 10년간 집중 혈당조절 그룹의 신장 관련 임상혜택이 장기적으로 유지·개선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Q. 글리클라지드 MR의 기전특성이 연구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지?
흥미로운 사실은 ADVANCE 연구의 표준관리군에서도 글리클라지드 MR을 제외한 다른 설폰요소제의 사용이 허용됐었다는 점이다. 연구종료 시 약 57%가 설폰요소제를 복용 중이었다. 대조군에서도 동계열의 설폰요소제가 상당수 사용됐음에도 글리클라지드 MR군의 신장합병증 상대위험도가 유의하게 낮았다는 것은 단순히 혈당조절의 차이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아직 정확한 기전이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이 약제 고유의 amino-azabicyclo octane ring이라는 구조가 항산화 효과를 갖고 있다. 따라서 산화 스트레스가 중요한 병태생리로 작용하는 당뇨병성 신장병증 측면에서, 이 약제의 독특한 구조가 일정 수준의 예방효과를 발휘하지 않았겠는가 하는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글리클라지드 MR의 신장보호효과는 실제 임상에서도 어느 정도 입증되고 있는 상황이다.
Q. ADVANCE 혈당조절 연구가 임상현장에 전하는 메세지는?
미세혈관합병증, 특히 신장합병증 측면에서는 당뇨병이 진단된지 10년 이내의 환자들에게도 적극적인 혈당관리가 장기적으로 legacy effects를 유지할 수 있는 매우 유효한 치료전략이라는 점이 ADVANCE 연구를 통해 부각됐다. 또한 설폰요소제 계열 내에서도 신장합병증 측면에서 좀 더 좋은 결과를 보일 수 있는 약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임상현장에 가져다 준 변화로 생각된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창희 교수#글리클라지드#당뇨병#제2형당뇨병#만성신장질환#설폰요소제#ADVANCE#ADVANCE-ON#미세혈관합병증#CKD
ASCVD·당뇨병·CKD 동반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맞춤치료 전략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