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에서 비만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회 고령화와 함께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과 심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로서의 비중도 높아졌고, 비만 자체가 질환이라는 인식도 구축됐다. 비만 인식도의 변화에 발맞춰 치료전략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여러 약물의 등장과 퇴출을 거치면서 현재 GLP-1수용체작용제를 포함한 치료전략이 자리잡았고, 앞으로 GLP-1수용체를 기반으도 전도유망한 치료전략들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 비만 관리전략에도 이런 세계적인 흐름이 반영되고 있다. 최신 치료약물들을 진료지침에 반영하고 생활습관개선 전략을 위한 디지털 치료전략 개발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국내 역학 및 급여 현황을 반영해 체질량지수(BMI)에 따른 비만 분류를 세분화하기도 했다.  국내 비만 역학과 관리전략의 현재와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해 권혁태 대한비만학회 진료지침위원장(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에게 물었다.

Q. 국내 비만 유병률의 현황을 정리한다면?

대한비만학회 Obesity Fact Sheet 2022 등 여러 가지 역학자료에 따르면 국내 비만 유병률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30~40대 남성에서 가파른 증가폭을 보이고 있다. 연령대별 분석에서 비만율이 50% 이상인 연령도 확인되고 있다. 이런 비만의 증가추세는 소아비만에서 이어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함께 체질량지수(BMI) 기준이 아니라 체지방만으로 평가했을 때는 사회고령화로 인한 폐경 여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에서도 비만 문제가 중요하다.

Q. 비만 평가를 위한 기준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 국내에서는 어떻게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가?

우선 동서양의 기준은 차이가 있다. 서양에서는 BMI 30kg/㎡ 이상, 국내는 25kg/㎡ 이상을 비만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양인에 비해 같은 BMI에서도 지방이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이 수치 차이는 아직은 유지될 전망이다.

단 국내에서 BMI 기준 조정에 대한 논의가 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에서는 비만을 BMI 30kg/㎡ 이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런 논의가 있는 이유는 BMI와의 연관성에 대한 초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BMI 기준을 30kg/㎡로 상향하자는 의견은 BMI와 사망위험의 연관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고, 학계의 기준은 사망보다는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등 만성질환 증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이다. BMI 25kg/㎡부터 만성질환 관리 차원에 비만을 집중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취지다.

한편 허리둘레에 대한 논의도 있다. BMI는 높지만 체지방이 높지 않은 소위 근육형 비만은 BMI  평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반대로 BMI는 높지 않지만 체지방이 높은 마른 비만은 BMI 평가에서 놓치는 경우가 있다. 이때 허리둘레 측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허리둘레가 질환 동반율, 사망률 측면에서 체지방을 반영해주는 좋은 지표에는 틀림없지만,  측정하는 사람에 따른 오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Q. 비만 치료전략도 그간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우선 국내 생활습관개선 치료전략을 정리한다면?

국내 비만 치료전략은 생활습관개선, 약물치료, 수술치료가 제시돼 있고, 생활습관개선이 첫 번째 치료전략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생활습관개선의 대표적인 임상시험으로 꼽히는 Look AHEAD 연구의 경우 intention-to-treat로 분석한 결과에서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하위그룹 분석에서는 체중이 감소된 환자에서 유의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생활습관개선 자체보다는 치료 프로그램을 지속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이에 학회에서는 생활습관개선의 지속력을 높이기 위해 영양 상담의 급여화, 어플리케이션 및 디지털 치료전략 개발을 통한 인지행동치료의 지속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약물치료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보였다. 현재의 약물치료  전략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 있다면?

약물치료는 10년간 많이 발전했다. 시부트라민이 퇴출되고 로카세린 사태를 거치면서 국내에 펜터민/토피라메이트가 승인되기까지 7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거의 없었다. 약물은 장기적으로 계속 발전하고 효과도 더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임상연구가 발표된 GLP-1/GIP 이중수용체작용제 티르제파타이드는 뛰어난 체중효과를 보였고, 일각에서는 수술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도 제시됐다.  나아가서 GLP-1/GIP/글루카곤 3제 작용제도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앞으로도 GLP-1수용체 관련 약물로 개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세마글루타이드와 아밀린 아날로그 복합제인 카그리세마(CagriSema)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뇨병 관련 임상시험에서는 유의한 효과를 보였고, 일부에서는 티르제파타이드보다 더 큰 체중감소 효과도 보고하고 있다. 현재 REDEFINE 1으로 명명된 비만 환자 대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의료기관도 연구에 포함돼 있어서 이 연구결과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편 기존 약물들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각 성분들의 별도 적응증(compelling indication)을 고려해서 처방하는 전략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프로피온/날트렉손의 경우 금연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펜터민/토피라메이트의 경우 편두통이 있는 환자에게 추가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정신건강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약물 상호작용, 우울증 악화, 자살의도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올리스탯, 리라글루타이드로 선택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Q. 향후 학회차원에서 비만 관리전략의 업데이트 방향은 무엇인가?

우선 다음 진료지침에서는 약물치료에 대한 부분이 대거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세마글루타이드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발표되는 연구들과 승인되는 현황을 고려해 국내 진료지침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비만이 심혈관질환 합병증과 연관성이 높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진료지침을 개발할 때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에 대한 유관학회와 컨센서스를 마련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환자를 선정하고, 합병증 위험에 따른 치료전략을 선정하는 등의 내용을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Q. 임상적으로 관심을 가져야하는 부분을 꼽는다면?

비만에 대한 사회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 의사, 환자 개개인의 노력은 한계가 있다. 이에 장기적인 관리 측면에서 정책·환경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 비만 환자 증가추세는 막을 수 없지만, 가파른 증가세를 그대로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완만하게 증가하도록 중재할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임상적인 관리전략과 함께 일반 인구의 신체활동을 증대시킬 수 있는 인프라 구축, 건강한 음식 접근도의 개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응 등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임상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환자군으로는 정신건강질환 치료로 인해 2차성 비만이 발생한 환자를 꼽을 수 있다. 자기관리가 어렵고, 약물 상호작용으로 인해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도 많다. 수술을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수술 후 자기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재수술이 필요한 수준까지 다시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2022년 진료지침에는 정신건강질환 환자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기도 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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