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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질환 고위험군 목표혈압
140/90 → 130/80mmHg
서양의 SPRINT·동양의 STEP이 결정적 근거
  • 이상돈 기자
  • 승인 2023.03.10 17:41
  • 호수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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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한국인의 고혈압을 ‘K-hypertension’으로 정의한 바 있다. 더 나아가 K-hypertension이 위기와 기회를 맞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K-hypertension은 유병자 기준 조절률이 아직도 절반의 법칙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 국외에서의 고혈압 진단기준 변화에 따라 계속 낮아지고 있는 목표혈압으로 인해 조절률을 더 끌어 올려야 한다는 과제의 달성이 힘들어지고 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고령층에서 발생하는 고혈압, 즉 노인 고혈압과 고혈압전단계의 유병률 등이 K-hypertension을 위기국면으로 몰아넣고 있다.

고혈압의 정의

미국 심장학계가 던진 고혈압 관련 화두를 두고 각 지역·인종 국가마다 학계 및 보건당국의 장고(長考)가 계속됐던 적이 있다.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는 2017년 말 새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양 학회는 이 가이드라인을 통해 고혈압 진단기준과 목표혈압에 큰 변화를 줬다.

우선 혈압 130~139/80~89mmHg 구간을 고혈압 1단계로 정의, 130/80mmHg 이상부터 고혈압으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고혈압 환자의 심혈관질환 1·2차예방을 위해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목표혈압도 과감하게 낮췄다.

The Lower

고혈압 환자의 혈압강하 치료가 심뇌혈관합병증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것은 명확히 확립돼 있다. 한 자릿수의 혈압수치 차이로도 심혈관질환 예방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점이 시사되면서 혈압은 안전선까지 최대한 낮춰야 하는 존재로 인식됐다.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혈압강하를 최대한 이뤄내자는 접근법, 즉 ‘The Lower, The Better’ 개념이 고혈압 치료를 지배했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 일련의 관찰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에서 수축기혈압 115mmHg를 초과하면서부터 심혈관질환 위험이 상승하는 것으로 보고되면서(Lancet 2002), 임상연구를 통해 심혈관 임상혜택이 확인된 140mmHg을 상한선으로 두고 정상혈압(120/80mmHg)에 가깝게 최대한 강압하는 것이 대세였다.

때문에 2000년대 초반 고혈압 가이드라인 대부분이 140/90mmHg 미만을 고혈압 환자 전반의 혈압 목표치로 적용하면서도, 당뇨병·신장질환·심혈관질환 병력자들에게는 130/80mmHg 미만의 보다 적극적인 혈압강하를 주문했다. 이들 질환이 동반된 고혈압 환자의 심혈관사건 위험이 매우 높은 만큼, 혈압을 낮추면 낮출수록 심혈관질환 위험감소의 폭이 크다는 ‘The Lower, The Better’ 접근법을 적용한 것이다.

J-Curve

하지만 계속 하강세를 고집하던 목표혈압은 예상치 못했던 복병을 만나게 된다. 바로 ‘수축기 또는 이완기혈압을 지나치게 낮추면 어느 시점부터 심혈관사건 및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J-curve Hypothesis(J-곡선 가설)’의 등장이었다. ONTARGET, INVEST 연구의 사후분석에서 과도한 강압에 의해 심혈관 사망률이 증가하는 ‘J-curve Hypothesis’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더불어 ACCORD-BP 연구에서 보다 낮게 혈압(수축기혈압<120mmHg)을 유지한 당뇨병 환자에서 기존 140mmHg 미만군과 비교해 이득이 관찰되지 않음으로써 심혈관질환 고위험 환자군에 대한 강력한 강압의 이론적인 근거가 흔들리게 됐다.

이에 따라 2012년 발표된 유럽심장학회(ESC)의 심혈관질환 예방 가이드라인부터 당뇨병 환자의 혈압 목표치를 140/80mmHg 미만으로 조정해 권고하기 시작했고,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의 혈압조절 강도의 완화가 수면 위로 공식 부상했다.

유럽심장학회(ESC)는 2013년판 고혈압 관리 가이드라인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경증~중증에 이르는 전반적인 고혈압 환자들의 혈압 목표치를 140/90mmHg 미만으로 통일시켜 적용했다.

SPRINT

이 흐름을 단번에 뒤집어 버린 장본인이 바로 SPRINT 연구다. 수축기혈압 120mmHg 미만 목표치 그룹(집중치료, 평균 항고혈압제 3개)과 140mmHg 미만 그룹(표준치료, 평균 항고혈압제 2개)을 비교한 결과, 심근경색증·여타 관상동맥질환·뇌졸중·심부전·심혈관 원인 사망의 복합빈도가 연간 1.65% 대 2.19%로 집중조절군의 상대위험도가 25% 유의하게 감소했다(hazard ratio 0.75, P<0.001).

결국 ACC와 AHA는 이 연구결과에 근거해 고혈압 환자 전반의 수축기혈압 목표치를 140mmHg 미만도 아닌, 120mmHg 미만도 아닌 13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했다.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

미국의 심장학계는 이 처럼 “더 빨리, 더 강하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고혈압에게 새로운 도전장을 던졌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심장학계는 스스로의 전통은 고수하면서 미국의 슬로건에 화답하는 모습을 분명히 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새롭게 발표된 고혈압 진료지침에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고혈압 환자에게 130/80mmHg 미만의 적극적인 혈압조절을 권장했다.

심뇌혈관질환 위험도상 고위험군에 대한 권고사항은 기존 진료지침에서 130/80mmHg 이하로 조절할 것으로 고려하도록 한 내용에서, 무증상장기손상 또는 심뇌혈관질환 위험인자가 3개 이상 동반된 고위험도 고혈압인 경우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변경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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