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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병태생리에 기초한 치료 인슐린저항성·분비능 모두 타깃전통적으로 인슐린분비능 떨어져···서구화로 인슐린저항성 증가세
  • 이상돈 기자
  • 승인 2024.06.05 11:43
  • 호수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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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서구와 차이를 보인다는 주장과 ▵서구의 패턴을 답습하고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의 당뇨병 병태생리를 두고 최근 이와 같은 논쟁이 한창이다. 우선 전통적으로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분비능이 서양인과 비교해 떨어진다는 특성에 근거해 인슐린분비능장애에 초점을 맞춰 치료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을 지배하고 있다. 반면 식생활습관의 서구화 과정에서 (복부)비만과 인슐린저항성 빈도가 늘고 있다며 인슐린저항성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양 측의 주장은 한국인의 당뇨병 치료에 있어 어느 한 기전만을 고집해서는 안되며, 복잡한 병태생리 루트를 종합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다양한 기전의 약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당뇨병의 병태생리에 기초한 치료 패러다임을 적용할 경우, 인슐린분비능과 함께 인슐린저항성을 개선하는 약제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슐린분비능 촉진

2형당뇨병 병태생리의 다양성에 따라 인슐린저항성은 물론 인슐린분비능을 개선하는 기전의 약제까지 어느 것 하나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2형당뇨병 진료의 현실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PEAM 연구를 통해 2형당뇨병 환자의 1차치료에 인슐린분비능과 인슐린저항성 개선기전의 약제 모두가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병태생리 특성과 일련의 연구결과에 기반해 과거부터 메트포르민에 이어 설폰요소제(SU)의 처방이 큰 비중을 차지해 온 것도 우리나라 혈당강하제 처방의 전통적 특성이었다.

여기에 인슐린분비능 개선기전의 DPP-4억제제(DPP-4i)와 GLP-1수용체작용제(GLP-1RA) 또한 처방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인슐린저항성 개선

한편 한국인에서 복부비만과 인슐린저항성 유병률이 증가함에 따라, 2형당뇨병의 치료에서 인슐린저항성 개선기전 약제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인슐린저항성 개선을 대표하는 계열로는 피오글리타존과 같은 티아졸리딘디온계(TZD)가 있다. TZD 계열은 과거 로시글라타존 파동을 극복하고 심혈관질환이나 비알코올성지방간질환(NAFLD)과 같은 합병증 혜택까지 앞세우며 임상현장으로부터 재평가를 받고 있다.

포도당재흡수 억제

더불어 한국인 2형당뇨병의 치료에 SGLT-2억제제(SGLT-2i)와 같이 기존과 완전히 다른 계열의 신규약제까지 가세하면서 치료옵션을 더욱 넓어지고 있다.

SGLT-2억제제는 신장 사구체에서 포도당 재흡수에 관여하는 SGLT-2를 선택적으로 차단해 소변으로 배출되는 포도당을 증가시켜 혈당조절을 유도하는 기전이다.

이 과정에서 파생되는 칼로리 소모(배출) 또는 이뇨작용으로 인해 체중과 혈압감소가 가능해지고, 궁극적으로는 심혈관·심장·신장 보호효과가 뒤따른다.

다중루트 공략 패러다임

“2형당뇨병이 여러 루트를 통해 발생하는 만큼, 다방면의 병태생리를 공략할 수 있는 다양한 기전의 혈당강하제 치료가 요구된다.” 최근 2형당뇨병 치료의 화두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발생기전이 다양한 2형당뇨병의 유병특성을 고려해, 하나의 병태생리가 아닌 여러 루트를 동시에 공략해야 혈당조절과 심혈관질환 예방의 치료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인슐린저항성 개선 측면의 메트포르민과 TZD, 인슐린분비능 개선기전의 DPP-4억제제와 GLP-1수용체작용제, 포도당재흡수 억제기전의 SGLT-2억제제 등이 당뇨병의 다양한 병태생리를 공략할 수 있는 병용약제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공포의 8중주

2형당뇨병은 인슐린저항성과 인슐린분비능장애를 비롯해 매우 다양한 발병루트를 갖고 있다. 학계에서는 당뇨병의 발생원인으로 ‘공포의 8중주(ominous octet)’ 가설이 널리 인정받고 있다.

△뇌 신경전달물질 기능장애 △췌장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장애 △췌장 알파세포에서 글루카곤 분비증가 △간에서 포도당 생성증가 △장에서 인크레틴 효과감소 △근육에서 포도당 흡수감소 △지방조직에서 포도당 흡수감소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 증가 등 8개 루트를 통해 당뇨병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서구의 병태생리

한편 한국인에서 관찰되는 당뇨병 유병특성은 서구와는 좀 다른 측면이 있다. 유럽과 북미의 서구형 당뇨병은 전통적으로 인슐린저항성이 병태생리를 지배하고 있다. 당뇨병 발생의 병태생리에서 복부비만에 의한 인슐린저항성이 핵심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서양의 당뇨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만과 인슐린저항성에 의한 발병루트를 짚어봐야 한다.

비만, 특히 복부비만(내장지방)은 인슐린저항성을 유발하고 베타세포 기능을 저하시킨다.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저항성이 오면 인체는 고혈당을 극복하거나 보상하기 위해 인슐린 분비를 정상보다 늘리게 되고, 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고인슐린혈증이 동반된다.

인슐린은 비만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고인슐린혈증으로 인해 비만이 악화되고 연이어 인슐린저항성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진행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최종적으로 인슐린 생산에 전력을 기울이는 췌장 베타세포가 번아웃(burnout) 돼 종국에는 기능이 방전되고 만다. 고혈당 상태를 극복(보상)하지 못하고 체내 균형이 무너지며 결국 2형당뇨병으로 이환되는 것이다.

비만 - 인슐린 저항성 - 고인슐린혈증 - 베타세포 기능부전 - 당뇨병의 연결고리인데, 최종적으로 심혈관합병증으로 인한 장애나 사망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결국 서양의 2형당뇨병은 비만에 의한 인슐린저항성이 앞에서 끌고 최후에 인슐린분비능의 상실이 결정타를 가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아시아의 유병특성

이에 반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의 당뇨병은 전통적으로 인슐린분비능저하, 즉 베타세포기능부전이 선행하는 특성을 보인다. 저하된 인슐린분비능이 2형당뇨병 발생의 시작과 끝 모두에 작용한다. 비만하지 않은데도 2형당뇨병이 발생하는 특성이다.

유전적으로 베타세포 기능이 떨어지거나 전혀 가동하지 못하면 1형당뇨병이 발생한다. 하지만 인슐린분비능 자체가 저하돼 있는 경우에는 경증의 인슐린저항성만으로도, 약골이었던 베타세포가 부담을 받아 제기능을 못하고 고혈당이 유지되는 2형당뇨병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인슐린저항성의 증가

그런데 최근 아시아 지역·인종은 당뇨병 병태생리의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한마디로 비빔밥 형태의 유병특성으로 요약해볼 수 있겠다.

질병이 발생하는 병태생리 측면에서 전통을 고수하는 동시에 서구화를 적극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두 가지의 병태생리가 섞이며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최근의 유병특성은 인슐린저항성과 함께 비만형 당뇨병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 서양인에 비해 떨어지는 췌장 베타세포 기능이 당뇨병의 주원인으로 작용했던 우리나라 환자들에서 최근 비만과 인슐린저항성이 새롭고 주된 인자로 병태생리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일례로 국내 진행된 SURPRISE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2형당뇨병 환자의 병태생리를 조사한 결과 인슐린저항성 원인이 60%, 비만과 복부비만은 각각 50%에 달하는 등 유병특성의 변화가 관찰됐다.

이렇다 보니 전통적인 인슐린분비능저하와 서구화의 산물인 인슐린저항성 증가를 비롯해 비비만형과 비만형 당뇨병이 뒤엉켜 있는 모습이다.

인슐린저항성과 인슐린분비능이 상호보완하며 균형을 이루는 상태가 깨지면 당뇨병으로 발전한다. 인슐린저항성이 오면 이에 대한 보상작용으로서 인슐린분비능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해지는데, 유전적으로 베타세포의 기능이 서양인에 비해 떨어지는 한국인은 인슐린저항성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국인의 2형당뇨병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한국인 당뇨병 환자에서도 다양한 병태생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과거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에 발표한 연구논문이 국내외 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한국인, 더 나아가서 아시아인의 당뇨병 유병특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레다. 연구의 결론은 한국인 당뇨병 발생원인과 관련해 인슐린저항성과 인슐린분비능저하 모두를 용의자로 지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연구팀은 10년 추적·관찰연구를 통해 한국인에서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해 고혈당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인슐린저항성)에서, 이를 보상하기 위한 기전으로 인슐린을 계속 공급해야 할 췌장 베타세포기능 또한 떨어져 있는 특성으로 인해 베타세포가 고유의 역할을 하지 못함에 따라(인슐린분비능저하) 2형당뇨병이 발생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궁극적으로는 인슐린저항성에 대한 보상작용으로 베타세포기능이 증대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상 이 보상기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고혈당, 즉 2형당뇨병이 이환된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인슐린저항성과 함께 베타세포기능부전(인슐린분비능저하)을 한국인 2형당뇨병 발생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고 볼 수 있다.

연구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정상혈당을 유지한 경우와 당뇨병으로 진행된 각각의 환자군에서 인슐린분비능과 인슐린저항성의 변화를 비교·분석한 대목이다.

우선 당뇨병 발생그룹은 정상혈당 그룹과 비교해 처음부터 인슐린분비능은 물론 인슐린저항성을 나타내는 민감도(sensitivity)가 각각 38%와 17%씩 낮았다. 특히 10년 동안 인슐린민감도는 64%나 감소한 반면 인슐린분비능은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인슐린이 제기능을 못해 당을 흡수하지 못할 경우 이에 대한 보상작용으로 인슐린분비능이 계속 증가돼야 하는데, 베타세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다시 말해 인슐린저항성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를 상쇄할 만큼의 인슐린 분비를 늘리지 못해 2형당뇨병이 발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반해 정상혈당 그룹에서는 10년 동안 인슐린민감도가 27% 감소한데 대한 보상으로 인슐린분비능은 70%나 증가했다.

저항성·분비능 모두 타깃

연구를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2형당뇨병 환자에서 인슐린저항성과 인슐린분비능저하 모두가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 결과를 임상현장에 그대로 적용하면, 2형당뇨병의 치료에 있어 두 가지 루트를 모두 공략해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

다행히도 현재 사용 가능한 혈당강하제 계열은 크게 두 가지 기전으로 나눌 수 있다.

인슐린분비능을 촉진하는 기전에 설폰요소제와 GLP-1제제(DPP-4억제제, GLP-1수용체작용제)가 있다면, 인슐린저항성을 개선시켜 혈당을 조절하는 약제로는 메트포르민, 티아졸리딘디온계 등이 있다. 여기에 완전히 독립적인 기전의 SGLT-2억제제까지 다양한 계열의 혈당강하제가 대기 중이다.

결국 우리나라 2형당뇨병 환자의 치료 시에 이들 계열약제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들 약물의 혈당조절 효과를 비교·분석한 결과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한 혈당강하제 1차치료 임상시험으로 불리는 PEAM 연구다.

2형당뇨병 환자의 1차치료 전략에 대한 다기관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로 해외에 UKPDS가 있다면, 국내에는 PEAM 연구(Diabetes & Metabolism Journal)가 있다. 비비만형과 비만형 당뇨병 환자가 절반씩 포함된 한국인을 대상으로 설폰요소제, 메트포르민, 티아졸리딘디온계의 혈당조절 효과를 비교한 결과다.

국내 15개 대학병원에서 경구혈당강하제 치료경험이 없는 당뇨병 환자들을 1년간(2007~2008년) 세 가지 계열의 약제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치료·관찰했다.

만 30세 이상 65세 미만으로 당화혈색소(A1C)가 6.5%를 초과하고 9.5% 이하인 신규 2형당뇨병 환자들에게 설폰요소제(118명), 메트포르민(114명), TZD(117명)를 각각 투여했다.

연구종료 시점에서 A1C는 설폰요소제(-0.89±0.76%), 메트포르민(-0.92±0.96%), 티아졸리딘디온계(-0.82±0.79%) 그룹 모두에서 기저시점 대비 유의한 감소효과를 나타냈다.

병용 & 맞춤치료

현대의학은 이제 당뇨병의 공격루트를 미리 짚어내고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과 기술을 갖추고 있다.

과거 메트포르민(포도당 생성↓, 인슐린민감도↑)이나 설폰요소제(인슐린분비↑), 인슐린 정도로 약제의 선택이 제한적이었다면 이제는 티아졸리딘디온계(인슐린민감도↑), α-글루코시다제억제제(탄수화물 소화·흡수 지연), GLP-1수용체작용제·DPP-4억제제(인슐린분비↑, 글루카곤분비↓), SGLT-2억제제(신장 당 재흡수↓) 등이 무기고를 가득 채우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임상특성(중증도, 연령, 체중, 저혈당증 위험, 인슐린 분비능, 인슐린 저항성, 심혈관 위험인자 등)을 고려해 적합한 약제를 골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진료현장에서 심혈관 위험인자는 물론 인슐린분비능과 인슐린저항성을 측정해 환자의 임상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약제를 선택해 병용치료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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