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의 화학적 기전으로 알려진 것은 뇌 내 아세틸콜린의 부족이다. 아세틸콜린은 우리 뇌에서 학습과 기억에 관련하는 매우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이다. 알츠하이머병에서 나타나는 인지기능 저하가 뇌 내 아세틸콜린의 부족이라는 것이 알려진 이후로 뇌에 부족한 아세틸콜린을 공급하고자 하는 많은 시도가 있었다.

그 동안의 연구에서 아세틸콜린의 전구 물질인 choline이나 lecithin(choline-containing phospholipid phosphatidylcholine)의 공급으로는 임상연구에서 인지기능 개선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오직 아세틸콜린 분해 억제제(acetylcholinesterase inhibitors)만이 임상연구에서 그 효과가 입증되어 현재까지 알츠하이머병의 기본적 치료 약제로 사용되고 있다. 아세틸콜린 전구물질의 공급으로는 임상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복용 후 소화되고 흡수되는 과정에서 분해되어 뇌에 그 효과가 미치지 못한다는 등의 생물화학적 이유와 임상연구의 대상과 연구 방법, 그 효과를 입증하는 방법이나 기간이 충분하지 못해 실제 효과가 입증되지 못한 것이 아닌가하는 토론이 있어왔다.

최근 발표된 ASCOMALVA 연구 (Journal of the Neurologial Sciences 2012) 결과는 여러 가지 점에서 이러한 아세틸콜린 전구물질에 대한 임상효과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아세틸콜린분해억제제 중에서 가장 표준적으로 사용되는 donepezil과 함께 아세틸콜린의 전구물질에 해당하는 choline alphoscerate (상품명 Gliatilin)을 혈관성 요인을 동반한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같이 투여하여 donepezil만 투여한 그룹과 인지기능의 저하 정도를 비교하였다.

Amenta 교수 등은 이탈리아의 두 개 센터에서 183명의 뇌백질의 혈관성병변(ARWMC score 2이상)을 동반한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하여 이중맹검 임상연구를 진행하였고, donepezil과 위약을 투약한 군에 비해 donepezil과 choline alphoscerate를 같이 투여한 군에서 mini-mental state exam (MMSE)과 ADAS-cog 검사 모두에서 인지기능의 저하가 덜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러한 차이는 일상생활능력척도와 신경정신증상척도에서도 그 효과가 입증되었다.

본 연구는 24개월의 연구로 계획되어 진행되었고, 현재는 12개월의 분석에 대한 결과만 발표되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24개월째의 연구 결과에서는 12개월째의 donepezil과 choline alphoscerate를 같이 투여한 군의 우의 효과가 더 뚜렷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ASCOMALVA 연구 결과는 아세틸콜린분해억제제로 제한된 알츠하이머병 기본적 약물 치료에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연구결과가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더 필요하다. 첫째는 현재 발표된 연구결과는 12개월의 연구로 향후 24개월의 결과가 발표되고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고, 비슷한 두 번째 임상연구에서도 그 효과가 입증되는 지를 확인해야한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도 새로운 국내다기관위약대조임상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셋째는 choline alphoscerate의 효과를 설명할 수 있는 연구 자료가 필요하다. 실제 복용 후 뇌 내 아세틸콜린의 농도가 증가하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하고 그 기전이나 과정에 대한 기초연구자료가 동반되어야한다. 넷째 현재 진행된 ASCOMALVA 연구와 국내에서 계획하는 임상연구는 그 대상을 뇌혈관질환을 동반한 알츠하이머병으로 제한하고 있다. 연구자에 따르면 이는 이러한 대상의 환자에게서 가장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자료가 동물연구에서 관찰되었다고 하지만, 혈관성 요인이 없는 알츠하이머병과 피질하혈관성치매,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구체적이고 잘 짜인 대규모의 임상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알츠하이머병과 뇌혈관치매 환자는 증가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약제는 매우 제한적이다.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줄 수 있는 약물이 절실한 시기이다. 퇴행성뇌질환 치료의 가장 근본적인 치료 논리는 부족한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켜주는 것이고, 그 첫 번째는 부족한 신경전달물질이나 그 전구물질을 공급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서는 choline alphoscerate와 같은 아세틸콜린 전구물질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첫 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방법이다. Choline alphoscerate의 투여가 이러한 개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약제일 수 있다는 첫 번째 증거가 발표되었다. 이제는 이에 대한 확인과 그 효과에 대한 논리가 필요하다.

임세형 기자  shlim@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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