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말에 발표된 우리나라와 미국 JNC 8의 고혈압 진료지침은 뿌리부터 다르다. 우리나라 고혈압 진료지침은 무작위 임상연구뿐만 아니라 코호트 연구 등 우리나라에서 시행한 중요한 연구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여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반면에 미국 JNC 8 은 무작위 임상연구만을 확실한(?) 사실로 간주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하지만 확실한 연구만으로 만든 가이드라인의 권고안은 매우 제한적이고, 진료 현장과는 현실성이 떨어져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차 고혈압 약물
우리나라 고혈압 진료지침은 A(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 B(베타차단제), C(칼슘차단제), D(이뇨제)로 대별되는 A, B, C, D 약물 군을 일차 약으로 추천하고 있다. 베타차단제가 뇌졸중 발생 예방 효과가 다른 약에 비해 절반 정도이고,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기는 하지만 심계항진, 두통, 불안증 등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서는 베타차단제를 필요로 하고, 협심증 등 허혈성 심질환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도 있기 때문에 일차 약으로 남겨 두어서 의사의 판단 폭을 넓게 하였다.

반면 미국 JNC 8에서는 베타차단제는 뇌졸중에 대한 효과가 약하기 때문에 일차 약에서 제외하였다. 우리나라와 JNC 8 가이드라인 모두 알파차단제는 뇌혈관, 심부전의 위험이 이뇨제보다 높았기 때문에 제외하였고, 중심 알파-2 교감신경유사체(clonidine), 직접혈관이완제(hydralazine), 직접레닌억제제, 알도스테론길항제 (spironolactone), 루프이뇨제(furosemide 등) 등은 임상연구가 부족하여 일차 약에서 제외하였다.
각 약물의 혈압조절 능력은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용량을 올리면 혈압강하 효과가 더 강하기 때문에 어떤 약이 더 세다고 하기는 어렵고, 약 용량을 증가시키면 부작용도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하겠다. 고혈압 환자가 일차 약에 반응하거나 조절되는 경우는 3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고, 평균 복용하는 약 가지 수도 2개 이상이어서 어떻게 약을 배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고혈압 약물 병합요법
고혈압은 발생기전이 다양하고 또 고혈압 발생이 한가지 보다는 여러 가지 기전이 섞여서 발생하기 때문에, 한가지 기전만 막는다고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다. 또 하나를 억제하면 반대로 다른 하나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한가지 고혈압 약으로는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약의 용량을 올리거나 또는 같은 기전을 가진 고혈압 약을 배합하는 것 보다는 서로 기전이 다른 두 가지 고혈압 약을 배합하는 것이 효과나 부작용 면에 있어서 더 좋다.

우리나라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일차 약 A, B, C, D 약물로 조절되지 않으면 A, C, D 세 가지 약 중에 A + D, 또는 A + C 병합하도록 하였고, 이로써 조절 안되면 A + C + D를 병합하도록 하였다. B + D 도 사용 가능한 병합이긴 하지만 당뇨병 등의 대사적 장애가 다른 약의 병합보다는 더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서 사용하도록 권고하였다. 우리나라와 미국 JNC 8 모두 A, C, D  모두를 배합하고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네 번째로 베타차단제, 알도스테론차단제 등 기타 약을 투여하도록 하였다. 그래도 약으로 조절되지 않으면 콩팥교감신경차단술 같은 관혈적 고혈압 치료법을 고려할 수 있다.

결론
고혈압 일차 약으로 A, B, C, D 계통 모두 사용 가능하고, 그 다음 A + C 또는 A + D 를, 그 다음에 A + C + D 를 사용한다. 그래도 조절되지 않으면 약 10% 의 고혈압 환자에서는 A, C, D 약에 스피로노락톤, 베타차단제, 알파차단제 등을 추가하고 약물로도 조절이 안되면 관혈적 시술도 고려할 수 있겠다. 

이상돈 기자  sdlee@monews.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