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에서 파킨슨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가운데, 항고혈압제 치료를 통한 파킨슨병 위험감소의 혜택을 시사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대만국립대학의 Chia-Hsuin Chang 교수팀은 PLOS ONE 2014;9(6):e98961에 ‘항고혈압제와 파킨슨병 위험’에 관한 코호트 관찰연구 결과를 발표, “고혈압 환자에서 central-acting 디하이드로피리딘계 CCB와 파킨슨병 위험감소의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미국심장협회(AHA)와 뇌졸중협회(ASA)는 지난 2011년 발표한 혈관성 치매 관련 성명을 통해 “심혈관질환을 야기하는 동맥경화증이 연령과 관련된 혈관성 인지장애(vascular cognitive impairment, VCI)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며 “고혈압·고콜레스테롤혈증·고혈당·흡연 및 여타 심혈관위험인자로 인해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거나 차단될 경우 VCI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심혈관 위험인자와 퇴행성뇌질환의 연관성을 공식화했다. 양 학회는 이를 기반으로 VCI 고위험군인 환자들에게 고혈압 치료를 권고하고 나섰다.

대표적 퇴행성뇌질환인 파킨슨병 역시 고혈압 환자에서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코호트 연구에서는 고혈당이나 고혈압과 같은 심혈관 위험인자들이 파킨슨병 위험증가와 유의하게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Diabetes Care 2007;30:842-847). 특히 핀란드인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 연구에서는 정상혈압과 비교해 여성 고혈압 환자의 파킨슨병 위험이 60%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Hypertension 2011;57:1094-1100).

Chia-Hsuin Chang 교수팀은 이 같은 일관된 보고에 기반해 항고혈압제 치료를 통해 파킨슨병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를 검증코자 대만 국민건강보험 데이터에 근거한 대규모 코호트 관찰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L형 칼슘채널(L-type calcium channel)과 중추 레닌-안지오텐신계(central renin-angiotensin system)가 파킨슨병에 일정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들이 축적됨에 따라 칼슘길항제(CCB),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의 사용이 파킨슨병 위험을 감소시키는지를 파악키 위해 총 6만 5001명의 고혈압 환자들을 대상으로 관찰을 시행했다.

평균 4.6년의 관찰 결과, CCB로 치료를 받은 고혈압 환자그룹에서 베타차단제와 비교해 파킨슨병 상대위험도가 25% 유의하게 낮았다. CCB 치료군의 파킨슨병 위험도 감소는 누적용량이 높은 하위그룹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파킨슨병 위험도 감소는 디하이드로피리딘계 CCB에서 명확히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서도 중추에 작용하는 central-acting CCB(felodipine, nifedipine, lercanidipine, nitrendipine, lacidipine)가 베타차단제 대비 31%의 위험도 감소효과를 보이며 peripheral-acting CCB와 차이를 보였다<표>.

한편 ACEI와 ARB는 전반적으로 파킨슨병 위험을 감소시키는 경향을 보였으나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하지는 못했고, 다만 누적용량에 따라 유의한 위험감소 효과가 관찰됐다.

이상돈 기자  sdlee@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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