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미국내분비학회(ENDO)는 ‘폐경여성의 호르몬요법(Postmenopausal Hormone Therapy, MHT)’에 대한 권고성명을 발표했다. 폐경여성 호르몬요법에 대한 최종입장을 정리하고자 한 이 성명은 그간 논란의 중심에 있던 MHT의 위험과 혜택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학회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WHI 등장 
MHT는 폐경기 증상의 치료는 물론 심혈관질환 등 여타 합병증의 위험을 감소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로 인해 1990년대부터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하지만, 2002년 발표된 WHI (Women’s Health Initiative) 연구에서 MHT가 심장질환, 뇌졸중, 유방암 등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과거 MHT의 심혈관 보호효과에 대한 주장들이 관찰연구에 근거했다는 점에서 대규모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인 WHI 결과의 파장은 더욱 컸다. 이로 인해 폐경여성이나 의료진의 MHT 치료결정이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됐고, 결국에는 이 요법의 사용빈도가 크게 감소하고 말았다.

반론제기 
MHT 논란의 중심에는 WHI 연구결과가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연구의 한계를 지적하는 주장도 이어져 왔다. 연구의 해석을 달리하면서 MHT의 혜택을 옹호하는 주장들이 연이어 제기돼 온 것이다. ENDO 성명을 주도한 Richard Santen 교수는 “WHI에서 드러난 위험들이 MHT 치료를 받는 모든 여성들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며 “일부 여성에서는 매우 높은 혜택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의 연구들은 MHT의 부작용 위험이 폐경이 시작된 이후 언제부터 치료를 시작했느냐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런데 WHI에서는 MHT의 위험과 혜택을 평가하는 데 있어 이 요인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 MHT 옹호론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다시 말해 WHI의 연구결과를 이제 막 폐경이 시작된 여성들에게 적용할 수 있느냐에 대한 새로운 논쟁이 등장한 것이다. WHI 연구에 참여한 여성들의 평균 연령은 63세로, 50~54세 연령대는 3.5%에 불과했다. 성명은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50~54세 연령대에서 MHT 치료시작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WHI 연구만 가지고는 MHT 치료를 폐경 초기에 시작했을 경우의 위험과 혜택을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폐경 초기 MHT의 혜택
실제로 성명의 권고안 작성 과정에서 폐경시작 후 초기에 해당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는 MHT의 혜택을 지지하고 있다. 50~59세 연령대에 조기치료를 시작해 5년 정도 지속한 여성환자들의 사망률이 30~40%까지 감소했으며, 심혈관질환 위험은 증가하지 않았다. 더불어 홍조, 과민성방광증후군을 비롯해 여타 폐경기 증상이 월등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명의 결론
성명은 MHT 치료의 주된 혜택으로 홍조와 비뇨생식기 증상의 완화와 골절 및 당뇨병의 예방 등을 꼽았다. 반면, 정맥혈전성 사건·뇌졸중·담낭염 등은 위험요인으로 분류했다. 또한 50~59세 연령대 또는 폐경시작 후 10년 이내 시점에서 MHT 치료를 시작한 여성 하위그룹의 경우에는 사망률과 관상동맥질환의 감소 등 추가적인 혜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들에서 시사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들 하위그룹에서 에스트로겐 단독요법과 달리 에스트로겐과 일부 프로게스토젠 병용요법 시 유방암 위험이 증가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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